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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만 품은' 삼성 vs. '홀로 가는' LG

  • 2016.11.24(목) 15:16

車전장사업 삼성-LG 경쟁 본격화
LG, 내부역량으로 육성 '서서히 성과'
후발주자 삼성, M&A카드로 '큰 걸음'

국내 전자산업을 대표하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나란히 자동차 전장부품 분야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고 있다. 기존 전자사업의 성장속도가 둔화되는 반면 자동차에 IT기술이 접목하며 새로운 시장이 창출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전장사업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구본준 LG 부회장 등 오너들이 직접 챙기는 사안이라 이들 기업의 행보는 초미의 관심사다.  최근 자율주행, 전기차 등 미래 자동차 영역에서 삼성과 LG의 성과가 눈에 띈다. 


하지만 그룹 문화가 다른 것처럼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전장사업에 접근하는 전략도 차이가 난다. 삼성전자는 최근 하만 인수를 통해 단숨에 전장사업 영역에서 입지를 넓힌 반면 LG는 자체적으로 사업을 키우고 있다.

 

지금까지는 LG의 사업영역이나 규모가 앞섰지만 하만을 인수한 삼성이 어떤 모습을 보일 것인지에 따라 전장사업에서의 성패는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잠재력이나 사업확대 의지 등의 측면을 종합하면 삼성의 경쟁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 속도붙는 LG

 

LG는 이미 상당기간 동안 그룹차원에서 자동차부품 사업을 육성해왔고, 최근에는 서서히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LG는 현재 LG전자, LG화학,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 계열사들이 모두 자동차부품 관련 사업을 하고 있다. LG전자가 각종 인포테인먼트 등 기기, LG화학은 전기차 배터리, LG디스플레이는 자동차용 디스플레이, LG이노텍은 모터 등 부품 등을 맡고 있다.

 

LG전자는 자동차부품 사업확대를 위해 지난 2013년부터 VC사업본부를 신설해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GM 등 해외고객들가의 협업을 통해 네트워크도 확대하는 중이다. VC사업본부의 매출도 서서히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1분기 3826억원이었던 VC사업본부의 매출은 올해 3분기 6749억원까지 7분기 연속 증가했다.

 

 

LG전자는 앞으로도 VC사업본부가 꾸준한 매출 성장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GM이 내놓는 볼트EV 모델에 구동모터, 인버터, 배터리팩 등 11개 핵심부품과 시스템을 공급하는 만큼 볼트EV의 선전 여부에 따라 LG전자의 실적도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LG전자외 다른 계열사들도 자동차 부품분야에서 서서히 성과를 내고 있다. LG화학은 다수의 완성차들과 전기차 배터리 공급계약을 체결한 상태고, LG디스플레이나 LG이노텍 역시 수주가 늘어나고 있다.

 

◇ 삼성의 '한 방'

 

자동차 전장부품 분야에 뒤늦게 뛰어든 삼성은 자체 육성에 나선 LG와 달리 인수합병(M&A) 카드를 통해 단숨에 영역을 확대했다. 삼성전자는 80억 달러가 넘는 역대 최대규모의 인수합병을 통해 오디오부문 강자인 하만을 인수했다. 하만 인수를 통해 삼성전자는 새로운 분야에서의 기술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고객 네트워크 역시 넓히는 효과를 얻게 됐다.

 

커넥티드카와 카오디오 사업은 연매출의 약 6배에 달하는 240억 달러 규모의 수주잔고를 보유하고 있다. 프리미엄 인포테인먼트 시장점유율이 1위(24%)이며 인포테인먼트 전체 2위(10%)와 텔레매틱스 2위(10%)를 각각 달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하만 인수를 통해 기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중심의 전장사업에서 인포테인먼트와 텔레매틱스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할 전망이다. 디네시 팔리월 하만 CEO는 지난 21일 "삼성전자와 하만의 목표는 스마트 자동차 시대에 1차 솔루션, 티어(Tier1) 공급업체가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 사진 왼쪽부터 손영권 전략혁신센터(SSIC) 사장, 하만의 디네쉬 팔리월(Dinesh Paliwal) CEO, 삼성전자 전장사업팀 박종환 부사장.

 

손영권 삼성전자 전략혁신센터(SSIC) 사장은 최근 "지난해부터 자동차부품 사업과 관련해 유기적 성장과 비유기적 성장을 고민해 왔다"며 "인수합병을 통해 하만과 손을 잡는 것이 훨씬 빨리 갈 수 있는 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지만 삼성전자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및 가전 등의 사업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는 만큼 자동차 전장부품 영역외에서도 하만과의 협업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손 사장 역시 "삼성의 비디오와 하만의 오디오가 손 잡으면 훨씬 좋은 제품이 나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 가열되는 경쟁

 

삼성이 하만 인수를 통해 인포테인먼트, 텔레매틱스 등의 분야에 진출함에 따라 LG전자로서는 고민스러운 입장이 됐다. 그동안 LG전자가 관심을 가져온 분야와 겹치기 때문이다. 자동차 전장부품에는 수많은 분야가 있지만 상당부분은 기존 부품업체들이 선점하고 있어 진입장벽이 높다는 한계가 있었다. 그나마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 등이 후발주자인 LG의 진입 가능성이 높은 분야로 꼽혀왔다.

 

하지만 하만을 인수한 삼성전자와의 경쟁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하만은 JBL, 하만카돈(Harman Kardon), 마크레빈슨(Mark Levinson), AKG 등 프리미엄 오디오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카오디오에서는 이외에도 뱅앤올룹슨(B&O), 바우어앤윌킨스(B&W) 등의 브랜드를 보유하며 전세계 시장점유율 41%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자동차 오디오 분야에서는 최강자라고 해도 손색이 없고, 다양한 완성차들과 공급관계를 맺고 있다.

 

삼성이 하만과 협업해 새로운 제품이나 솔루션을 만들고, 이를 하만의 공급망을 통해 공급한다면 LG의 입지가 좁아질수도 있다. 아직 삼성의 전략이나 제품이 구체화되지 않은 만큼 판단은 이르지만 만일 각자의 장점을 살리는 것이 아닌 서로 경쟁하는 구도가 만들어진다면 LG로서는 좋을 것이 없다. LG전자 VC사업본부 매출이 확대되고 있지만 아직 수익을 내는 구조가 아니라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하만과 관계를 맺고 있는 현대기아차도 "당장 영향은 없다"는 분위기지만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를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 다만 삼성전자와 하만의 전략이 구체화되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상황인 만큼 향후 추이를 지켜보고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현재 자동차 시장의 판도에서는 삼성전자가 하만을 인수했다고 해도 큰 영향은 없다"며 "다만 자율주행 등 차세대 시장에서는 어떤 결과가 나올지 예상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 삼성전자가 전장사업에서 보여줄 전략과 움직임을 주시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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