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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LG전자까지…' 미래동력 겨냥한 SK

  • 2019.09.11(수) 08:44

LG전자 GM 배터리 공급구조 소송 포함
차부품 심장부 겨냥…적자상태 VS사업 '악재'

'LG가 마음만 먹으면 전기차를 뚝딱 만들어낼 수 있다'는 얘기가 있다. 각 계열사들이 전기차에 필요한 핵심부품을 하나씩 맡고 있어서다.

LG화학은 전기차 배터리, LG하우시스는 차량용 내장재, LG디스플레이는 차량용 디스플레이, LG전자는 구동모터, LG이노텍은 차량용 카메라모듈 등을 맡아 조립라인만 있다면 각 계열사가 부품을 납품해 자동차가 출하될 정도다. 잊을만 하면 'LG 전기차 사업 진출설'이 불거지는 이유다.

지난해말 출범한 LG전자 자동차부품(VS)사업본부는 이같이 여러 계열사에 흩어진 자동차부품 사업을 진두지휘하는 컨트롤 타워다. VC사업본부가 전신이다. 그런데 VS사업본부가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간 벌어지는 배터리 소송에 불똥을 맞았다. 그 이유가 뭘까.

◇ 구씨 일가의 '애정'

지금의 VS사업본부가 처음 출범한 것은 2013년이다. 지난해 조카인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총수직에 오르자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구본준 전 LG그룹 부회장이 LG전자 부회장 시절 신설했다.

차량용 인포테인머트 부품 사업을 하는 카(Car)사업부와 전기차 모터와 인버터 등을 개발하는 최고경영자 직속 에너지컴포넌트(EC)사업부, 자동차 부품설계사 V-ENS를 통합한, 그야말로 자동차부품 사업을 총 망라한 명실상부 사업본부다.

구광모 LG그룹 회장도 VS사업본부 키우기에 여념이 없다. 지난해말 이뤄진 조직개편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VC(Vehicle Components)에서 VS(Vehicle component Solutions)사업본부로 명칭을 변경했는데, 헤드라이트 등 개별 자동차 부품에 한정하지 않고 배터리 등 모든 부품을 망라해 고객사와 접점을 늘리겠다는 의지다.

◇ EV볼트에서 비롯된 '불씨'

LG전자가 납품한 배터리가 탑재된 GM 볼트 EV/사진=GM제공

VS사업본부의 주요 고객은 미국 제너럴모터스(GM)다. 2016년부터 GM 전기차 '쉐보레 볼트 EV'에 구동모터, 인버터 등 각 계열사 전기장치부품(전장)을 포함한 자동차부품을 공급했다. 이 자동차 모델은 출시 전부터 탑재기술 등에서 LG전자와 GM이 긴밀히 협력했다.

눈여겨 볼 점은 VS사업본부가 이 차량에 배터리를 납품한다는 점이다. LG화학이 만든 배터리셀을 받아 조립해 자체 특허를 지닌 기술을 접목해 배터리 완제품을 GM에 납품하는 구조다.

다른 국내 배터리사인 삼성SDI,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사업부가 배터리셀부터 모듈, 팩을 혼자서 만들고 직접 거래선에 납품하는 일원화된 구조가 정착된 것과 다르다. 배터리 납품에 있어 LG화학이 다른 공급선과 직접 공급계약을 맺는 것과 달리, GM에서만 유달리 LG전자가 계약권을 쥐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완성차 업체에 전장부품을 한꺼번에 묶어 공급하는 이른바 '턴 키' 방식이 VS사업본부 영업력에도 유리하다"며 "GM에 LG전자가 배터리를 납품하는 것도 그 일환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같은 구조로 LG전자가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간 소송에 휩쓸리게 됐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LG화학과 LG전자가 자사 배터리 기술 특허를 침해했다고 제소했다. 지난 4월 LG화학의 영업비밀 침해 제소건에 대한 맞소송이다. LG전자가 LG화학에게서 배터리를 전달받아 모듈, 팩을 GM에 공급하는 만큼 'LG전자도 특허침해 행위에 관여했다'는 것이 SK이노베이션의 입장이다.

VS사업본부에게 이번 소송은 고객사와의 관계는 물론이거니와 수익성 측면에서 촉각을 곤두세울 수 밖에 없다. GM으로 들어가는 배터리 물량이 사업본부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VS사업본부는 현재 수익성 개선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2018년 매출이 4조2876억원으로 4년 전과 비교해 2배 이상 증가했다. 다만 이 기간 영업손실액은 점차 늘어나 지난해 1198억원에 이르렀다. 올해 상반기에도 711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투자확대 등 비용증가가 원인이다.

LG전자가 VS사업본부 흑자전환 시기를 올해에서 내년으로 늦춰잡은 상황에서 소송이 악재로 작용할 경우 LG그룹 전장사업에 빨간불이 들어올 수 있는 대목이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뿐만 아니라 LG그룹 미래 동력에도 칼날을 들이댄 셈이다. LG전자도 이같은 SK이노베이션의 의도를 어느정도 감지한 상태다.

LG전자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의 소송에 대해 "대응의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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