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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로 분쟁…효성 “참다 참다” vs 경영진 “이제 와서”

  • 2017.03.20(월) 15:43

24일 주총 대표 연임 놓고 격돌
예측불허…소액주주 민심에 성패

최대주주와 경영진이 한 판 붙었다. 국내 유일의 카프로락탐(나일론 원료) 제조업체 카프로 얘기다. 꽤나 오랫동안 경영 악화를 겪어왔던 와중이다.

효성은 “참을 만큼 참았다”며 칼을 빼들었다. 경영진은 “왜 이제와서 간섭이냐”며 펄쩍 뛰고 있다. 둘 다 대응 논리도 만만찮다. 

나흘 뒷면 성패가 갈린다.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 키를 쥐고 있는 소액주주들이 고민에 들어갔다.

 


◇ “이렇게 더뎌서야…” 폭발한 효성

20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24일 2016사업연도 결산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한다. 무엇보다  박승언 현 대표이사 사장의 재선임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다. 

박 사장은 카프로에서 기획기술본부장(전무), 생산본부장(부사장) 등을 지냈다. 2014년 3월 대표 자리에 앉아 임기 3년이 만료됐다.

카프로는 1969년 12월 설립된 한국카프로락탐이 전신이다. 1974년 기업공개(IPO) 민영화 과정에서 효성(당시 동양나이론), 코오롱, 옛 고려합섬 등 국내 화학섬유 업체들이 지분을 나눠가졌다. 나일론섬유 원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다. 현재 효성(11.65%)과 코오롱인더스트리(9.56%)가 각각 1, 2대 주주로 있는 이유다.

효성이 눈에 쌍심지를 켰다. 앞서 7일 금융감독당국에 주주들의 위임장 대리행사 권유 서류를 제출했다. 대표를 갈아치우려고 하니 주총에서 박 사장의 재선임안에 반대하거나 의결권을 달라는 게 요지다. 공교롭다. 박 사장은 효성에서 이사 등을 지낸 효성 출신이다. 

이유는 분명하다. 전폭적인 지원에도 불구하고 장기간 경영 정상화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을 더 이상 참고 볼 수 만은 없다는 것이다. 최대주주이자 국내 최대 수요처(2016년 1~3분기 961억원·42.6%)로서 너무나도 당연한 권리 행사다. 

카프로는 2012년 이후 5년간 매년 예외없이 영업적자다. 2014년 이후로는 박 사장의 대표 재임기간과도 맞물린다. 5년간 누적 적자 규모는 3030억원. 2012년 9560억원에 달했던 매출은 지난해(2260억원) 4분의 1 토막이 났다.


중국이 석탄 중심의 값싼 원료를 기반으로 대규모 카프로락탐 증설을 주도하면서 무엇보다 중국업체와의 가격 경쟁에서 밀리고 있는 탓이다. 이런 와중에도 효성 등은 3년간 69.2% 이상의 매출을 올려주는 등 카프로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애썼다.

효성으로서는 답답할 노릇이다. 효성 관계자는 “경영 회복 속도가 이렇게 더딘 것은 문제”라며 “연임을 반대하는 이유는 조속한 경영 정상화에 있다”고 말했다.


◇ “개선되는 와중에…” 반발하는 경영진

경영진이 가만히 앉아 있을리 만무하다. 강력 반발하고 있다. 먼저, 경영위기에 처했을 당시 효성은 카프로락탐 물량 일부를 해외수입으로 대체하는 등 정상화에 역행하는 태도를 보여 왔다고 꼬집는다. 

2013년만 해도 25.7%에 달했던 지분을 수년간 지속적으로 내다 판 것도 지적한다. 효성은 작년 8월에는 이틀 동안 8.25%를 장내에서 처분하기도 했다. 경영 정상화와는 거리가 먼 행보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경영위기에서 벗어날 조짐을 보이는 마당에 대표 연임을 반대하는 저의를 의심하고 있다. 지난해 카프로의 영업적자는 169억원. 예년에 비해 많이 줄었다. 특히 작년 하반기에는 20억원가량 흑자를 냈다. “경영진과 직원들이 수년간 정상화에 힘쓴 결과”라는 주장이다.

효성도 할 말이 있다. 카프로의 경영이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중국의 동절기 석탄가 인상과 환경규제에 따른 중국 카프로락탐 공장의 가동중단으로 인한 일시적 효과에 불과하다는 판단이다.

승패는 예측불허다. 등기임원 선임은 주총에서 출석주주의 과반수와 총발행주식의 4분의 1 이상을 충족해야 한다. 경영진은 보유지분이 1%에도 못미친다. 효성도 10%대 초반의 지분으로는 자력 승리가 불가능하다. 2대주주 코오롱이 효성 편에 서도 20% 남짓이라 유리하겠지만 장담할 수 없다.

결국은 소액주주들에 달렸다. 78.3%나 되는 지분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액주주들의 의결권을 위임받기 위한 효성과 카프로 경영진간의 구애가 뜨거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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