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석유화학 산업의 한 축인 합섬원료 시장이 어두운 터널에서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주요 수출국인 중국이 자급률을 높이면서 갈수록 수출길이 험난해지는 가운데 자체적인 구조조정도 어려워 공급과잉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올해도 이같은 상황은 지속될 전망이다. 공급량은 다소 줄어들 전망이지만 수요가 더 큰 폭으로 감소해 합섬원료 시장은 악화일로다.
21일 한국석유화학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합섬원료 생산은 전년보다 6.7% 감소한 694만1000톤, 수요는 5.0% 줄어든 429만1000톤을 기록했다. 합섬원료로는 PTA(혹은 TPA, 고순도테레프탈산)와 CPLM(카프로락탐), AN(아크릴로니트릴) 등이 있다.
현재 국내에선 한화종합화학과 롯데케미칼, 효성 등이 PTA를, 태광산업은 PTA와 AN 등을 생산하고 있다. 카프로락탐은 카프로가 만들고 있다.
PTA와 카프로락탐 등은 국내 석유화학 업계의 대표적 골칫덩어리다. 중국 기업들의 생산설비 확충으로 자급률이 크게 증가, 공급 과잉상황이 심화되고 있어서다.
이와 함께 전방산업인 섬유시장에서 폴리에스터 및 폴리아미드 섬유 등의 수요가 감소하고 있다는 것도 수급 상황을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PTA 사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
실제 이들 제품의 해외 수출량은 크게 감소했다. 특히 중국으로의 수출 물량이 급감, 최대 수출국이 터키로 바뀌는 등 극심한 수출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합섬원료 수출량은 전년대비 9.7% 줄어든 317만톤, 중국 수출 물량은 23.7% 감소한 107만5000톤에 그쳤다.
이로 인해 합섬원료가 주력인 생산기업들의 실적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카프로의 경우 지난해 483억원의 영업손실을 떠안으며 수년째 적자다. 다만 롯데케미칼과 효성 등은 사업 및 제품 다각화를 바탕으로 합섬원료 사업 부진을 메우고 있다.
석유화학협회 관계자는 “합섬원료는 중국 내 공급과잉이 심화되고 있어 수출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전방산업 경기 부진으로 수요 역시 줄어들고 있어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 자료: 산업통상자원부, 무역협회 |
문제는 올해도 시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히 국내 PTA 사업은 각 기업들의 이해관계가 얽혀 구조조정이 쉽지 않다. 공급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지 않은 반면 수요는 감소하고, 중국은 물론 제2시장인 인도 수출도 수입규제로 인해 어려워지고 있다.
업계에선 올해 합섬원료 수출은 작년보다 1.0% 감소한 313만9000톤 수준에 머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석화업계 관계자는 “중국내 공급 과잉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는 물론 그 다음 시장인 인도에서도 생산설비가 늘어나 합섬원료 수입규제가 강화되고 있다”며 “수출 여건이 지속적으로 악화되는 가운데 국내 수요도 감소할 전망이어서 업황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