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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화학 구조조정]②PTA를 어찌할꼬!

  • 2015.09.18(금) 11:01

전방산업 수요 부진, 공급 증가로 마진 하락
향후 전망 더 어두워, 구조조정만이 살길

국내 석유화학 업체들의 위기가 현실화되고 있다. 지난 상반기 시황 호조를 통해 일시적인 실적개선이 이뤄졌지만 글로벌 경기침체와 주요 수출국인 중국이 자급률을 높이면서 수출길은 갈수록 험난해지고 있다. 업계에선 자체적인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석유화학산업의 위기 상황과 구조조정이 필요한 제품, 경쟁력 강화 방안 등을 알아본다. [편집자]

 

PTA(Purified Terephthalic Acid, 고순도 테레프탈산)가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의 골칫거리로 전락했다. 수년째 이 사업에서 적자를 기록하고 있고,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에서의 생산설비가 크게 늘어 공급과잉 현상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사업성이 갈수록 떨어진다는 의미다.

 

이런 이유로 일본 화학기업들은 일찌감치 PTA 생산설비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국내 화학기업 수장들도 PTA를 가장 시급한 구조조정 대상으로 꼽고 있다. 허수영 한국석유화학협회 회장(롯데케미칼 사장)은 “당장 구조조정 대상에 오를 품목은 PTA가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 마진이 없다

 

PTA는 기초 유분 중 하나인 파라자일렌(PX)으로 만들며, 주로 폴리에스터 섬유의 주원료로 사용된다.

 

PTA 수익은 원료인 PX 가격과 PTA의 가격 차이(스프레드)에 의해 결정되는데 PTA의 전방산업인 폴리에스터 수요가 줄어들면서 PTA 가격이 맥을 못추고 있다. 폴리에스터 최대 시장인 중국의 경제성장이 둔화된 탓이다.

 

이로 인해 PTA 스프레드는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2012년까지 톤당 250달러를 웃돌았던 PTA 스프레드는 2013년 113달러로 축소됐고, 지난해에는 84달러까지 떨어지며 100달러 선이 무너졌다.

 

국내 TPA(PTA와 생산공정에 따라 순도에서 차이가 날 뿐, 같은 계열의 제품으로 봐도 무방) 생산량과 수요량도 줄어들고 있다. 한국석유화학협회에 따르면 지난 2011년 662만8889톤에 달했던 TPA 생산량은 지난해 533만5470톤으로 줄었고, 같은 기간 국내 수요량은 304만1361톤에서 266만1137톤으로 감소했다. 

 

결국 지난해 국내기업들은 PTA 생산량을 줄이며 수급 조절에 들어갔다. 롯데케미칼은 35만톤 규모의 플랜트를 고부가제품 생산라인으로 변경했고, SK유화는 생산시설 가동을 멈춘 상태다.

 

올해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중국에서 폴리에스터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적고, PTA 생산설비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기 때문이다. 황유식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PTA는 공급과잉 현상이 지속돼 수익성이 낮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 어두운 미래

 

문제는 PTA 시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늘어나는 생산설비로 인해 전망은 더욱 어둡다. 특히 올해는 제품 제고량이 크게 늘어난 상태다. 지난해까지 평균 5만톤 수준의 제고량을 유지했던 TPA는 지난 7월 현재 25만톤을 넘어섰다. 석유화학업계에서 PTA를 구조조정 1순위로 꼽은 이유다.

 

우선 중국이 PTA 생산능력을 키우고 있다. 지난해 중국의 PTA 생산능력은 연간 4310만톤으로 전년보다 29.4% 가량 증가했다. 올해도 940만톤 규모의 생산시설이 추가될 예정이고 생산량은 650만톤 가량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화학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중국이 PTA 설비의 전체 가동률을 연간 68% 이내로 낮추지 않으면 공급과잉 현상은 불가피하다”며 “현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선 중국이 PTA 산업의 통폐합을 가속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 자료: China Chenical Report

 

설상가상으로 인도의 반덤핑 규제까지 강화된다. 인도는 중국과 태국, 우리나라에서 만든 PTA에 대해 반덤핑 조사를 마무리하고 지난 6월 잠정관세를 매겼다. 한화종합화학(옛 삼성종합화학)은 톤 당 29.86달러, 태광산업 19.05달러를 부과받았다.

 

최근 국내기업들은 대인도 수출량을 늘려왔다. PTA 수출량 가운데 인도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10년 9% 수준에서 지난해 19.8%까지 늘어난 상태다. 이번 관세 부과로 타격이 불가피해 새로운 시장 개척이라는 과제가 늘어난 셈이다.

 

이처럼 PTA 시장 상황이 갈수록 어려워지면서 제품을 생산하는 국내 기업들의 합종연횡 움직임이 바빠지고 있다.

 

대다수 업체가 구조조정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인식을 같이 하고 있지만 방식에 대해서는 동상이몽이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1~2개 업체가 사업을 인수해 규모의 경제를 이뤄야 생존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중 한화종합화학의 행보가 주목된다. 지난해 삼성과의 빅딜로 PTA 제품을 생산하는 삼성종합화학을 인수해 PTA 생산능력이 연산 200만톤 수준으로 커졌다.

 

한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한화가 생산능력을 키우면서 공격적인 영업전략을 펼칠 수 있게 됐지만 아직은 역부족인 상황"이라며 "한화 주도로 새판을 짜는 게 가장 좋은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한화종합화학 관계자는 “PTA 구조조정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계획된 것은 아직 없다”며 “PTA 시황 부진으로 인한 어려움은 석유화학업계가 함께 풀어나가야 할 숙제인 만큼 향후 상황을 지켜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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