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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화학 구조조정]④고부가제품만이 살길

  • 2015.09.23(수) 08:00

에틸렌 등 주요 화학제품 공급과잉 지속
범용 중심에서 벗어나 고부가제품 사업으로 재편

국내 석유화학 업체들의 위기가 현실화되고 있다. 지난 상반기 시황 호조를 통해 일시적인 실적개선이 이뤄졌지만 글로벌 경기침체와 주요 수출국인 중국이 자급률을 높이면서 수출길은 갈수록 험난해지고 있다. 업계에선 자체적인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석유화학산업의 위기 상황과 구조조정이 필요한 제품, 경쟁력 강화 방안 등을 알아본다. [편집자]

 

석유화학산업 구조조정 1순위로 꼽힌 PTA(고순도 테레프탈산)사업과 존폐위기에 처한 카프로(카프로락탐 생산)의 공통점은 호황기의 달콤함에 빠져 다가오는 위기에 대처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중국의 경제성장과 함께 폴리에스터 섬유 수요량이 폭증하자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은 중국만 바라보며 신제품 개발보단 PTA 생산설비를 늘리는데 주력했다.

 

카프로 역시 대주주인 효성과 코오롱에 안정적으로 CPL을 납품한다는 독점적 지위에 빠져있었다. CPL 생산량을 늘리는 중국 시장의 변화에 대응하지 못했고, 고성능 제품을 선호하는 나일론 생산업체들도 만족시키는데 실패하면서 존폐위기에 놓였다.

 

국내 석유화학사들의 주력 제품인 올레핀 및 아로마틱 계열 제품도 다르지 않다.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 생산설비가 늘며 범용 제품의 공급과잉 현상은 장기화될 전망이다. 아직까지는 이 사업에서 수익을 창출하고 있지만 머지않아 위기가 올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경쟁력 있는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전환할 필요가 있다.

 

 

◇ 에틸렌·PX, 돈은 버는데..

 

올 상반기 국내 석유화학사들은 에틸렌 스프레드가 증가한 덕에 깜짝 실적을 기록했다. 아로마틱 계열의 파라자일렌(PX) 역시 중국에서의 수요 증가와 일부 생산시설의 정기 보수 등으로 스프레드가 개선돼 석유화학사들의 실적 회복에 기여했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이 제품들의 글로벌 공급과잉 현상은 지속될 전망이다. 중국을 비롯해 아시아 국가들의 생산설비 증가가 본격화되고 있어서다.

 

일본 경제산업성에 따르면 글로벌 에틸렌 생산능력은 지난 2013년 말 기준 1억5420만톤에서 오는 2019년 1억9180만톤으로 연 평균 3.7%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중국과 인도의 연 평균 증가율은 각각 7.8%, 14.3%에 달한다. 프로필렌 생산능력의 경우, 같은 기간 1억570만톤에서 1억3660만톤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 자료: 일본 경제산업성

 

PX 생산능력은 우리나라와 중동 지역에서의 증설이 눈에 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2013년부터 2018년까지 620만5000톤 규모의 증설이 진행될 예정이고, 우리나라도 2018년에는 생산능력이 1079만톤까지 늘어날 예정이다.

 

중국은 PTA 생산설비가 급증했고, 폴리에스터 수요가 꾸준히 성장하고 있어 PX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중국의 공격적인 증설로 PX 생산량이 자국 수요를 넘어서면 해외시장에 저가 범용제품을 수출할 가능성이 있어 국내 기업들은 이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한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에틸렌과 PX 등 국내 주요 석유화학제품의 경우 아직까지 수익성이 있기 때문에 구조조정을 논할 단계는 아니다”라면서도 “장기적 공급과잉과 중국 시장 등의 변화에 따른 대응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은진 한국화학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생산시설 규모가 작고 중복투자가 많았던 제품들은 정리가 필요하고,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 고부가가치 제품에 집중한 일본

 

일본 석유화학기업들의 사업 전환은 국내 기업들이 참고할만하다. 글로벌 경제 상황과 주요 경쟁국의 급부상 등 일본 기업과 우리 기업들이 직면한 위기는 비슷하다. 이에 반해 위기에 대응하는 방식이 달랐다.

 

한국석유화학협회에 따르면 그 동안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은 전체 투자액의 60%를 생산설비 증설에 썼다. 대규모 생산시설을 기반으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전략이다.

 

반면 일본은 기술개발에 집중했다. 일본 석유화학기업들은 지난 2012년 기준, 연구개발 분야 투자 비중을 전체의 15%까지 끌어올렸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 분야 투자 비중은 6% 수준에 불과하다.

 

▲ 일본 석유화학기업들의 분야별 투자 비중 추이 (자료: 한국석유화학협회)

 

이를 바탕으로 일본은 다양한 등급의 제품과 스페셜티(고부가가치 제품) 제품 생산에 집중, 소재 중심의 사업을 펼쳤다.

 

석유화학협회 관계자는 “일본은 범용 석유화학제품 기술을 통해 C3~C5(C3: 프로필렌, C4: 부타디엔 C5: 펜탄) 체인의 유도품 생산 기술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며 “일본 기업들은 유기합성기술 개발에 집중해 고기능 제품을 만드는 노하우를 축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일본 기업과 국내 기업은 산업 구조 및 태생적 차이가 있어 직접 비교하기가 쉽지는 않다”면서도 “국내 석유화학산업이 발전하려면 일본의 성장과정을 벤치마킹해 도움이 되는 것을 차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산업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범용부문은 원료가 저렴한 지역으로 진출해 해외생산을 늘리고, 국내에선 모체 공장만 남겨 R&D를 강화하는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며 “이미 기술력을 확보한 이온교환수지나 폴리우레탄(PU)등 고부가가치 제품 등의 사업 전망이 밝은 만큼 이 같은 제품 개발에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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