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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SK, 2015년 SK를 지우다

  • 2017.05.10(수) 13:35

<어닝 17·1Q>4대그룹 리그테이블④
年 10조 영업이익 노리는 SK하이닉스, 거침없는 비상
SK그룹, 전체 영업이익 10조 기록 불과 2년만에 깰 듯

'하이닉스, 축배인가 독배인가'

2011년 7월 SK그룹이 하이닉스 인수를 위한 출사표를 던지자 국내 한 주간지는 이 같은 제목을 달아 하이닉스 인수전에 얽힌 기대와 우려를 전달했다. 지나친 평가도 아니었다. 고무줄처럼 들쭉날쭉한 반도체시장에서 매년 수 조원의 투자를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물음표 세례가 쏟아졌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실제 국제신용평가사들은 인수주체인 SK텔레콤의 신용등급 강등 의사를 공개적으로 표명했다. SK텔레콤 주가도 10여년래 최저로 급락했다. 왜 이런 무모한 도전을 하느냐는 항의표시나 다름없었다.

그럼에도 SK그룹은 이듬해 2월 총 3조4000억원을 들여 하이닉스를 새 식구로 맞아들였다. 유공(SK이노베이션의 전신, 1980년 편입), 한국이동통신(SK텔레콤의 전신, 1997년 편입)에 이은 세 번째 주력엔진이 탑재된 순간이다.

 


◇ ‘시간이 돈’인 막내

그로부터 5년여가 흐른 지난달 25일. ‘SK’라는 이름을 단 하이닉스는 매출 6조2895억원, 영업이익 2조4676억원이라는 역대 최대의 성적표를 주주들에게 내밀었다. 1년 치 실적이 아니다. 올해가 밝은 지 석 달만이다. ‘승자의 저주’를 걱정하던 세상의 의심에도 통쾌하게 응답했다.

깜짝 놀란 증권가는 SK하이닉스가 과거와 다른 영역에 진입했다며 최선호주로 추천한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올해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 전망치는 10조9000억원(에프엔가이드 집계기준)으로 창사 이래 최대를 거둘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연간 10조원의 영업이익은 2015년 SK그룹 86개 계열사가 거둔 전체 영업이익(11조2000억원, 한국신용평가 집계)에 맞먹는다. 주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하이닉스의 잠재가치를 알아본 총수 최태원 회장의 결단과 엔지니어 출신의 전문경영인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이 호흡을 맞춰 미운오리 취급을 받던 하이닉스를 백조로 탈바꿈시켰다.

◇ 日 도시바도 넘본다

올해 1분기 SK하이닉스에 시간은 돈이었다. 1분마다 4850만원어치의 매출을 올려 1900만원을 남겼다. 영업이익률이 39.2%에 이른다.

주력제품인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당초 예상보다 큰 폭 뛴 게 결정적 영향을 줬다. SK하이닉스의 D램과 낸드플래시 평균가격은 지난해 말에 비해 각각 24%, 15% 증가했다. 클라우드 컴퓨팅 확대로 서버용 반도체 수요가 늘고, 모바일과 게임기기 등에서 메모리 사용량이 늘어난 점이 가격상승을 부추겼다.

SK하이닉스는 더욱 고삐를 쥘 태세다. 올해 연간 7조원의 투자를 계획 중이다. SK그룹에 편입전 집행한 투자금(3조5000억원)에 비해 두 배로 늘어난 금액이다.

SK그룹은 이와 별도로 일본 도시바메모리 인수전에도 뛰어들어 삼성전자에 이어 메모리 반도체시장의 패권을 거머쥐려 하고 있다. 만약 인수에 성공한다면 SK그룹은 D램에 이어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세계 2위로 떠오르게 된다.

이 작업에는 최태원 회장을 정점으로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김준호 SK하이닉스 경영지원총괄 사장, 박성하 SK수펙스추구위원회 전략지원팀장(부사장) 등 하이닉스 인수 당시 주역들이 손발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변신하는 맏형

SK하이닉스가 비상하는 사이 그룹의 맏형 격인 SK이노베이션도 가만있지 않았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1분기 매출 11조3900억원, 영업이익 1조40억원을 기록했다. 분기 영업이익이 1조원을 넘은 건 2011년 1분기(1조3560억원), 2016년 2분기(1조1200억원)에 이어 세번째다.

결과만 좋은 게 아니라 내용이 좋았다. 화학사업의 영업이익(4547억원)이 석유부문(4539억원)을 앞지르며 석유기업에서 에너지·화학 기업으로 옮아가고 있는 SK이노베이션의 변신을 뚜렷이 각인시켰다.

실제 최근 영업이익 비중을 보면 석유부문은 2015년 57%→2016년 50%→올해 1분기 45%로 줄어든 반면 반면 화학·윤활유 등 비석유사업은 46%→53%→55%로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이 같은 변화에 더욱 힘을 쏟을 방침이다. 다우케미컬의 고부가 화학사업(EAA) 인수를 비롯해 화학, 석유개발, 배터리 사업을 중심으로 올해 최대 3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잡아놨다. 2015년과 2016년 각각 6000억원대 투자규모에 견주면 올해는 SK이노베이션의 공격성이 다시 살아나는 한해가 될 전망이다.

◇ 이름값 못하는 둘째

아쉬운 점은 국내 최대 이동통신사업자인 SK텔레콤의 성장성에 제동이 걸렸다는 점이다. SK네트웍스와 SKC 등의 실적부진은 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했던 SK텔레콤에 비하면 새발의 피에 속한다. SK텔레콤의 매출은 2014년 이후 17조원 벽에 갇혔고 영업이익도 2013년 2조원대를 찍은 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올해 1분기도 영 힘을 못썼다. 매출은 4조234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조2284억원)과 비슷했고, 영업이익은 4105억원으로 2.1% 늘어나는데 그쳤다. 증권가 예상치(매출 4조2966억원, 영업이익 4313억원)에도 못미쳤다.

매년 4조원대의 현금창출력(EBITDA)을 자랑하는 회사지만 SK텔레콤 앞에는 이동통신사업 외 다른 신성장동력 확보가 절실한 과제로 남겨졌다. 지난달 SK텔레콤이 최고경영자 직속으로 인공지능(AI)사업단을 출범시킨 것도 이런 고민 끝에 내놓은 해법이라는 게 SK그룹의 설명이다.

원래 셋은 폼 나는 조합이다. 삼총사, 트리오, 3인방, 삼각편대 등 유독 숫자 '3'을 지칭하는 단어가 달리 많이 쓰이는 게 아니다. 한 명만 잘하면 '원맨쇼'지만 셋이 잘하면 조직이 강해진다.

SK의 주력 삼형제 중 SK하이닉스가 앞에서 끌고 큰형인 SK이노베이션이 뒤에서 미는 가운데 SK텔레콤마저 이름값을 해낸다면 SK그룹은 올해 제대로 일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2017년 SK, 2015년 SK를 지우다'

올 한 해 기업들의 실적결산이 마무리되고 내년 초쯤 '4대그룹 리그테이블'을 작성할 때 'SK편'에 붙일 제목을 미리 앞당겨 달아봤다. SK그룹은 반도체·에너지·통신 삼각편대를 앞세워 2015년 사상 첫 영업이익 10조원을 돌파했다. 2년 만인 2017년, 증권가의 SK그룹 전체 영업이익 전망은 3개사만 따져 16조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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