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삼총사’가 일 냈다. LG전자는 올 들어 3개월간 역대 2번째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LG디스플레이는 사상 첫 1조원을 돌파했다. LG화학 또한 6년만에 최대 성과를 냈다. ‘3인방’이 이 정도니 올해 LG는 말 다했다.
한데, 이런 성과를 내고도 LG의 반응이 묘하다. “실적이 조금 나아졌다고 자만하거나 현실에 안주해선 안된다”는 소리가 내부에서 새나왔다. 핵심 트리오가 1년 전(前)의 3배 가까이 쓸어담고서도 ‘조금’이란다. 올해 제대로 일을 낼 심산이다.
◇ 잘 되는 집은 뭘 해도…LG전자
역시 ‘맏형’ 답다. LG전자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은 9220억원에 달한다. 작년 1분기에 비해 무려 82.4% 뛰었다. 분기기준 역대 최대치인 2009년 2분기(1조24008억원) 다음으로 많다.
‘가전의 명가’ 답다. 삼성전자는 반도체가 ‘원맨쇼’를 했다면 LG전자는 생활가전이 성장 엔진 역할을 했다. 냉장고·세탁기 등 생활가전 담당 H&A사업본부가 5200억원을 벌어들였다. 여기에 프리미엄TV를 앞세운 HE사업본부가 3800억원대를 올렸다. 쌍두마차의 합산 영업이익율은 10.1%. 삼성전자 가전부문(3.7%)을 멀찌감치 발 아래 뒀다.
잘 되는 집은 뭘 해도 된다. 작년 한 해 동안 1조2000억원이 넘는 영업적자로 속을 태울대로 태우던 스마트폰사업마저 몰라보게 달라졌다. MC사업부문의 1분기 적자금액이 2억원에 불과하다.
2000년대 후반 피처폰으로 전세계 휴대폰시장을 주름잡던 전성기에 비하면 초라한 실적이지만 2015년 2분기 이후 계속된 적자행진에 마침표를 찍을 때가 성큼 다가왔음을 확인시켜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 쉬고 갈 때도 이 정도면…LG디스플레이
이쯤되면 적응이 될 법도 한데, 여전히 낯설다. LG디스플레이가 2016년 3분기 이후 연속 LG전자를 제친 모습을 보며 하는 말이다. 형이 못했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만큼 LG디스플레이가 더 잘했다.
LG디스플레이는 올 1분기 영업이익 1조300억원의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달성했다. LG 계열사 중 유일하다.
비수기 때라 더욱 빛난다. 매년 1분기는 블랙프라이데이와 크리스마스 등 성수기(4분기)가 끝난 뒤라 디스플레이업계는 잠시 쉼표를 찍는 시기다. 그럼에도 LG디스플레이는 대형TV용 패널가격 상승과 수익성 중심의 제품 운영, 원가절감 등으로 놀라운 성과를 냈다.
낯선 풍경 또 눈에 들어온다. LG의 또 다른 부품계열사 LG이노텍이다. G5의 판매부진 여파로 지난해 2분기 340억원 영업적자를 내기도 했던 LG이노텍은 넓은 화각의 촬영이 가능한 듀얼카메라가 불티나게 팔리며 반전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는 모습이다.
2016년 4분기 사상 최대인 1178억원의 영업이익을 낸데 이어 올 1분기에도 700억원 가까운 이익을 올렸다. 비록 계절적 비수기로 전분기에 비해 줄었지만 1년전(4억원)과 비교하면 한마디로 ‘용됐다’.
◇ 찾아온 기회를 놓칠리가…LG화학
강자의 자격은 찾아온 기회를 허투루 흘려보내지 않는 집중력에서 드러난다. 이런 면에서 국내 석유화학업계 1위 LG화학은 단연 ‘엄지척’이다. 전자·디스플레이와 더불어 ‘LG 트리오’ 중 하나인 LG화학이 제 역할을 해준 것도 LG에는 큰 힘이 됐다.
LG화학은 올 1분기 사상 최대의 매출(6조4900억원)을 올렸고, 이는 2011년 1분기(8310억원) 이후 최대인 7970억원의 영업이익으로 이어졌다. 작년 1분기에 비해서는 70% 이상 뛰었다.
석유화학 부문의 호황을 놓치지 않았다. 유가가 점진적으로 상승하자 고객사들이 재고 제품을 확보하려고 아우성쳤고, 기초소재부문에서 7337억원에 달하는 사상 최대 성과로 연결됐다.
정보전자소재도 선전했다. 작년에 적자가 지속됐던 부문이다. 올 1분기에는 293억원의 영업흑자를 기록했다. 전방산업인 디스플레이 시황이 개선됐고, 중국 생산비중 확대와 액정표시장치(LCD)에 사용되는 유리기판 수율 개선 등 수익성 개선이 버무려진 결과다.
◇ 멈추고 싶어하지 않는…LG
‘황금 트리오’외에 다른 주요 계열사들도 힘을 보탰다. LG생활건강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악재마저 날려버렸다. 올해 1분기 사상 최대의 매출(1조6000억원)과 영업이익(2600억원)을 달성했다.
화장품과 생활용품, 음료 등으로 고르게 나뉜 사업 포트폴리오가 위기 때 힘을 발휘했다. 특히 화장품은 내수부진과 중국인 관광객 감소에도 불구하고 ‘후’와 ‘숨’ 등 럭셔리 제품을 앞세워 20%대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는 저력을 보여줬다. 준비된 이에겐 위기마저 기회다.
LG유플러스 역시 올 1분기 영업이익이 2030억원으로 20% 가까이 성장했다. SK텔레콤, KT 등 다른 통신사들 보다 가장 높은 이익 성장률을 보였다. 유·무선 사업이 두루두루 성장한 덕이다.
전자·디스플레이·화학·생활건강·유플러스 등 전자·화학·통신을 대표하는 LG 핵심 계열사 5곳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은 3조2000억원에 달한다. 작년 같은 기간(1조4000억원)에 견주면 비약적 증가세다.
그럼에도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은 지난 26일 여의도 트윈타워에서 열린 임직원 모임에서 “실적이 조금 나아졌다고 자만하거나 현실에 안주해서는 안 되며, 어떠한 환경에서도 스스로의 힘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체질을 더욱 강화해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LG는 멈추고 싶어 하지 않는다. 아직 배가 고프다. 이쯤되면, 올해 LG는 뭔가 달라도 많이 다른 것이 분명하다. 그러니 창립 70돌이기도 한 올해 사상 첫 영업이익 10조원 돌파는 물론 많게는 12조원 달성도 무난할 것이란 전망에 이론이 있을 리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