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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脫원전시대]②‘노다지’ 원전 해체시장 열린다

  • 2017.06.22(목) 11:48

탈원전 정책으로 두산중공업 등 발전·설비 업체 타격
원전 해체시장 대안…기술력 우위로 선점 효과 클 듯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국내 에너지 산업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탈(脫)원전 시대가 도래 했고, 석탄발전소 입지도 줄어든다. 친환경·신재생에너지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 변화에 발맞추려는 에너지 업계도 분주하다. 이제는 원전 해체시장에서 살길을 모색해야 하는 기존 원전 업계와 화색이 도는 친환경 에너지 업계를 들여다본다. [편집자]

 

“대한민국이 원전 해체 산업 선도국가가 될 수 있도록 정부는 노력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

 

지난 19일 문재인 대통령은 ‘고리원전 1호기 영구정지 기념행사’에서 탈 원전을 공식 선언했다. 이와 동시에 원전 해체시장에 관심을 가져줄 것을 당부했다. 정부 역시 적극적으로 지원할 뜻을 내비쳤다.

 

문재인 정부가 ‘탈 원전 및 탈 석탄, 신재생에너지 전환 정책’에 속도를 내면서 오랜 시간 우리나라 에너지를 지탱했던 원자력 업계는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새로운 일감이 사라진 것은 물론 현재 짓고 있는 신고리 5·6호기의 미래도 불투명해진 까닭이다.

 

하지만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순 없다.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원전 해체시장을 새로운 돌파구로 삼기 위한 준비작업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

 

 

◇ 사라진 눈앞의 먹거리

 

탈 원전 및 석탄화력 발전소 신규 건설 계획 백지화는 국내 발전산업 리더 격인 두산중공업에 적잖은 타격이다. 올 1분기 발전부문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1조1158억원, 595억원으로 각각 전체의 25.8%, 25.2%를 차지했다. 정부 정책 실현 시 회사 매출의 4분의1에 해당하는 사업이 직격탄을 맞게 되는 것이다.

 

이와 함께 원전 설계와 주요 장치 시공사, 부품 공급사 등 설비업체들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3만여명으로 추산되는 업계 근로자들의 일자리 문제도 야기될 수 있다.

 

우선 신고리 원전 5·6호기 사업 전망이 안갯속이다. 두산중공업은 2014년 한국수력원자력과 2조5000억원 규모의 신고리 원전 5·6호기 주(主)기기(원자로·증기발생기·발전터빈 등) 공급계약을 맺었다.

 

후보자 시절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을 주장했던 문 대통령은 “이른 시일 안에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겠다”며 한 발 물러섰지만 여전히 프로젝트 중단 가능성이 남아 있다. 이 경우 두산중공업은 1조4000억원 가량의 일감이 사라진다.

 

여기에 공정률 10% 미만 석탄화력 발전소 건설도 원점에서 다시 검토하겠다는 것이 정부 정책 중 하나인데, 두산중공업이 수주한 사업 중 고성하이 화력발전소(5300억원)와 강릉안인 화력발전소(7000억원) 등도 여기에 포함된다.

 

이지윤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 1분기 두산중공업 수주잔고(19조원) 중 취소 가능성이 있는 프로젝트는 신고리 5·6호기(1조4000억원)를 포함해 2조6000억원 규모로 전체의 14% 수준”이라며 “국내 프로젝트의 수주 취소로 인한 영향은 내년 실적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 천문학적 원전 해체시장 열릴까

 

그렇다고 마냥 우울해 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 문 대통령은 “대한민국이 원전 해체 산업 선도국가가 될 수 있도록 정부는 노력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며 새로운 산업의 방향을 제시했다.

 

원전 해체시장은 천문학적 규모로 추산된다. 글로벌 경영 컨설팅업체인 딜로이트는 원전 해체시장이 2025년부터 본격 성장기에 접어들어 향후 2110년까지 약 368조원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연평균 3조9000억원 수준의 시장이 창출될 것으로 예측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과 국제원자력기구는 2050년까지 이 시장 규모를 각각 250조원과 1000조원 규모로 추산하기도 했다. 성장 가능성만큼은 무궁무진하다.

 

가장 큰 이유는 노후 원전이 늘어나는 가운데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탈 원전 정책이 시행되고 있어서다. 2014년 말 기준 전 세계에서 가동 중인 438개 원자력발전소 중 가동연수가 30년이 넘은 발전소는 224개로 51%에 달한다.

 

 

또 영구 정지 상태인 150개 원전 중 19개만이 해체를 완료했고 나머지는 진행 중 혹은 해체가 예정돼있다.

 

현재 원전 해체기술을 갖고 있는 국가는 미국과 독일, 일본 정도다. 우리나라는 해체기술 확보를 위해 지난해 한국수력원자력이 영국 정부 산하 원전해체전담기관(NDA)과 협력을 맺었고, 같은 해 한전기술도 독일 프로이센일렉트라와 기술전수 계약을 체결했다. 다만 아직까지 기술 보유국과 비교해 우리나라 기술 수준은 70~80% 수준인 것으로 평가된다.

 

두산중공업은 원전 주기기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원전 해체시장도 노려볼 만 하다. 이미 국책과제로 폐증기발생기 제염·해체 상용화 기술개발과 처리사업 상용화를 추진 중에 있다. 원전해체 전문기업인 독일 짐펠캄프와 업무협약을 체결해 고방사능 금속 구조물의 제염·해체 기술 상용화도 진행하고 있다.

 

딜로이트는 2025년부터를 해체시장의 급속 성장기로 예측했다. 이 전에 시장 선점을 위한 글로벌 원전해체 기업들 사이에 치열한 경쟁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이 때문에 조속한 기술 확보와 구체적인 계획이 필요한 상황이다.

 

원전업계 관계자는 “원전 해체산업은 국내 업체 입장에선 눈에는 보이지만 아직 손에 닿지 않는 구름 같다”며 “해체 뿐 아니라 원전에 대해서도 공약이 아닌 구체적인 정책이 드러나야 각 업체가 이를 반영해 새로운 사업계획을 수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해체시장 진입을 위해선 기술력 확보가 최우선인데 정부가 어떤 지원을 해줄지도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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