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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터족(族)에 대한 짧은 생각

  • 2017.08.24(목) 08:30

#`편의점 인간`(2016년 발간)은 18년째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소설을 쓰고 있는 무라타 사야카의 자전적 소설이다.

 

주인공 후루쿠라 게이코는 대학 졸업 후 취직 한번 못해보고 같은 편의점에서 18년째 일하고 있다. 게이코는 편의점 구석에서 끼니를 때우고 매대를 정리하고 특판세일을 준비하고 큰 소리로 손님 맞는 일이 즐거운 편의점형 인간이 돼 가고 있다. 하지만 적당한 나이에 직장을 얻고 적당한 나이에 가정을 꾸린 주위 사람들의 눈총이 늘 따갑다.

 

#1990년대 장기불황에 들어간 일본에서는 일자리를 찾지 못한 젊은이들이 알바로 생계를 유지하고 알바를 직장으로 삼았다. 프리(free)와 아르바이트(arbeit)를 조합한 ‘프리터(freeter)족’의 등장이다.

 

일본의 프리터족은 2000년대 들어 최저임금(2000년대초 600엔, 올해 848엔)이 껑충 뛰면서 급격히 늘어났다. 2003년엔 15세~34세 프리터가 10명 중 2명꼴인 217만명에 달했다. 일본의 프리터족은 상대적으로 넉넉한 시급에 세제감면 혜택을 받아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데다 정직원에 비해 일의 강도와 업무시간이 적다는 점에서 스스로 선택한 측면도 있다.

 

 
#지난 23일 잡코리아가 운영하는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몬에 따르면 20세 이상 성인 알바 1053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전체의 56.0%가 자신을 프리터족이라고 답했다. 작년 6월 같은 조사에서는 이 비율이 31.8%였다. 자신을 프리터족이라고 응답한 590명 가운데 55.8%는 비자발적으로 프리터족이 됐다고 한다. 정규직 취업이 너무 어려워 프리터족으로 산다는 것이다.
 
내년에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시간당 1060원 오른 7530원이 적용되면 중소기업들이 일자리를 줄일 가능성이 커 어쩔 수 없이 프리터족 대열에 합류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전망이다. 최저임금이 시간당 1만원(2020년 에상)이 되면 정규직 초임과 비슷한 월 200만원의 수입을 올릴 수 있는데, 이렇게 되면 자발적으로 알바를 선택하는 사람도 생길 것이다.
 
#자발적이든 비자발적이든 한국의 프리터족은 해고를 숙명처럼 안고 살아야 한다. 내일을 기약할 수도 없다. 메뚜기처럼 옮겨 다닐 수밖에 없어 업무 능력의 축적은 기대할 수 없다. 전문성 부족으로 정규직 취업은 갈수록 어렵게 된다. 악순환이다.

 

결혼도 출산도 인간관계도 포기해야 하고 내 집 마련의 꿈은 당연히 접어야 한다. 하루 벌어 하루 사는 하루살이 인생이어서 노후 설계는 언감생심이다. 프리터족의 증가는 예고된 재앙이다. 결혼과 출산의 포기에 따른 출산율 저하는 생산 및 소비인구 감소→세수감소→재정적자→복지축소→노령빈곤으로 연결된다. 생산인구 감소는 경제성장 동력을 약화시켜 국가경쟁력을 갉아먹는다.

 

#일본 정부는 프리터족의 증가로 양질의 노동력이 부족해지자 2000년대 중반부터 특단의 대책을 내놓는다. 공무원을 추가로 채용하는가 하면 2004년엔 프리터들이 정부나 민간 교육시설에서 직업훈련을 받은 뒤 실무체험을 통해 기업에 입사하는 듀얼시스템을 도입하고, 2008년엔 직업훈련을 받은 프리터들에게 정부가 `직업능력증명서`를 발행해 주고 이들을 채용하는 기업에게는 보조금을 지급하는 잡(Job)카드 제도를 시행한다.

 

우리도 더 늦기 전에 프리터족을 줄일 수 있는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프리터족이 얼마나 되는지 숫자는 파악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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