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생각에서 회계사 시험을 봤고 회계법인에서도 근무했었다. 회장이 돼 전체를 들여다보니 회계정보의 중요성이 훨씬 크다는 걸 새삼 알게 됐다."
최중경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이 취임 1년을 맞았다. 최 회장은 지식경제부 장관 시절 고유가 문제가 불거지자 "내가 회계사 출신이다. 계산기를 직접 두드려 원가를 살펴보겠다"며 전문성을 드러내 보이기도 했지만, 회장이 된 후 회계시장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안목이 생겼고, 회계의 경제 사회적 역할이 비로소 눈에 들어왔다고 털어놨다.
최 회장은 회계만 투명해져도 자원이 효율적으로 배분돼 경제성장률이 2%포인트 높아지고 이를 통해 일자리 10만개가 새로 만들어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재인 정부는 J노믹스를 통해 5년내 공공일자리 81만개를 만들겠다고 공약했는데 회계 투명성만으로도 50만개를 만들 수 있는 셈이어서 귀가 번쩍 뜨였다.
지난 1년 동안 회계시장의 문제가 뭔지, 왜 변화가 필요한지, 또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를 고민하고 실천해 온 최중경 회계사회장을 비즈니스워치가 만났다.
▲ 최중경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 사진 : 이명근 기자/qwe123@ |
- 대우조선해양 문제로 한창 시끄러울 때 회장이 됐다
▲ 업계 선배들이 "당신이 회장할 때가 됐다. 지금처럼 시끄러울 때 최중경 같은 사람이 나서야 한다"고 등을 떠밀었다. 처음에는 추대하겠다고 했는데 경선까지 하게 됐지만 결과적으로 중요하고 의미 있는 일을 맡게 돼 책임과 보람을 느낀다.
- 지난 1년 간 성과는
▲ 열심히 하고 있지만 가시적인 것은 법이 바뀌어야 한다. 외감법(주식회사의 외부 감사에 관한 법률)과 규율체계가 바뀌어야 하는데 법률 개정안이 일단 나왔고 법사위에 계류돼 있다. 곧 처리 될 것으로 본다. 그동안 언론 세미나와 대중을 상대로 한 강연을 통해 회계에 대한 인식 변화를 이끌어 낸 게 성과라면 성과다. 회계가 경제의 중요한 인프라이고 회계정보는 투명해야 한다는 인식이 많이 확산된 것 같다.
- 지정감사제 확대 문제는
▲ 지정감사제 확대도 공감대가 형성됐다. 자유선임제는 감사 받을 사람이 감사인을 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감사가 제대로 될 수 없다. 외국처럼 기업의 소유와 경영이 분리돼 있어 회계사의 독립성이 보장된다면 문제가 덜하겠지만 우리나라 기업문화는 오너 중심이기 때문에 자유선임제를 손볼 때가 됐다. 자유선임제 30년의 결과가 대우조선해양이다.
지정감사제 관련 정부 안은 감독당국이 감사인을 지정하는 대상을 상장기업의 최대 50%까지 확대하고 자유선임 기업도 6년 자율 후 3년간은 지정감사를 받도록 하는 내용이다. 그런데 의원입법안들은 지정감사 대상을 더 확대하자는 것이 대부분이어서 정부 안보다는 확대 폭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 감사보수 문제 해결도 강조했는데
▲ 감사보수 최저한도를 정하는 방안이 법안에 들어가 있다. 1개 분기에 수조원씩 버는 삼성전자의 감사보수가 37억원에 불과하다. 사업구조가 유사한 애플이 지급하는 감사보수는 168억원으로 삼성전자의 4배를 넘는다. 부실 감사를 막기 위해서는 적정한 보수를 지급해야 한다. 감사보수는 비용이 아니라 투자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감사보수 최저한도와 관련해서, 정부 안은 공인회계사회에서 자율로 가이드라인을 정하라는 것이고 최운열 의원(더불어민주당) 안은 금융위에서 정해주는 것이다. 관련 안이 법제화되면 회계사회는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직업윤리를 가다듬고 윤리강령도 정비할 계획이다.
- 회계정보 이용자도 비용을 내야 한다고 했는데
▲ 회계정보의 가치에 대해 생각해보자는 얘기였다. 많은 비용과 노력을 투입해 생산한 정보를 공기와 같은 공공재라고 생각하도록 풍토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공짜라고 생각하는 순간 가치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 안진회계법인 징계수위는 어떻게 보나
▲ 회계산업이 처한 환경이 워낙 척박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징계가 과했다고 본다. 회계사들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고생하고 있다. 제대로 된 자료를 못 받고 감사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수주산업의 경우 엔지니어링 파트에서 추정원가 산정의 기초자료를 주지 않으면 정확하게 알 수 없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
감사는 수사가 아니다. 모든 자료를 다 받아서 할 수 없고 진실을 규명하는 것이 아니라 정보산출 과정의 적정성을 보는 것이다. 국민들은 그런 차이를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솜방망이 징계라고 비판한다. 또 대우조선에 관여한 회계사 10여명 때문에 2000여명에 달하는 직원이 헌법에 보장된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받고 고용 불안을 겪는다는 건 비례책임의 원칙이나 사리에도 맞지 않는다.
- 회계 투명성 꼴찌라는 오명이 따라다닌다
▲ 꼴찌까지는 아니지만 연구해서 높여야 한다. 경제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자원을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배분해야 하는데 이는 회계가 투명해져야 가능한 일이다.
회계 투명성만 확보해도 경제성장률이 2%포인트 오를 것이란 확신을 갖고 있다. 인적 자원이건 물적 자원이건 적재적소에 배분되면 생산성이 높아진다. 성장률이 1%포인트 오르면 최소 5만개의 일자리가 생긴다. 회계투명성이 확보되면 매년 10만개의 일자리가 확보되는 셈이다.
- 회계기준이 중구난방인데
▲ 회계산업을 규율하는 법이 굉장히 많다.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부터 공인회계사법, 상법, 자본시장법, 학교법인법 등 여러가지 법들이 회계사 업무와 관련이 있는데 이 법들이 서로 높낮이가 안맞아서 어떤 것은 강하고 어떤 것은 느슨하다.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법들을 일관되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 모두를 아우르는 회계기본법을 제정하고 회계관련 전담기구를 만들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회장 임기가 유한하기 때문에 전부 할 수는 없겠지만 기틀은 닦아놓고 싶다.
- 회계사회의 역할에 대한 생각은
▲ 회계사라는 직업이 세무나 회계만 하는 전문직이 아니다. 산업 전문가이고 경제 전문가다. 동일업종을 계속해서 감사하다 보면 해당 산업에 대한 인사이트가 생기게 된다. 회계사회는 회계사 개개인에게 흩어져 있는 지식 자산을 집단자산(collective asset)화 하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렇게 되면 매년 업종별 산업별 전망은 물론이고 거시경제전망도 할 수 있게 된다.
◇ 최중경 공인회계사회장은
경제정책 분야 요직을 두루 거친 정통 관료출신이다. 명문 경기고에서도 1등을 놓친 적이 없고 서울대 경영학과에 입학한 후에도 3학년 때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하고 4학년 때 행정고시에 합격할 정도로 수재다.
행정고시 22회로 공직에 입문한 뒤에는 재정경제부에서 금융협력과장, 외화자금과장, 국제금융국장 등 주로 국제금융 쪽을 전담했는데 과감한 외환시장 개입으로 '최틀러'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탁월한 추진력과 상황판단능력 등을 바탕으로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발탁된 뒤 지식경제부 장관까지 올랐다. 공직을 떠난 후 동국대 석좌교수로 강의를 하며 지냈으나 지난해 6월 공인회계사회 회장 선거에 전격 출마, 과반이 넘는 득표율로 당선되면서 다시 정관계의 이목을 끌었다.
▲ 사진 : 이명근 기자/qwe1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