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작스러운 폐쇄가 아닌 60년 이상에 걸친 단계적 감축을 추진하겠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5일 오전 서울 롯데호텔에서 한국공학한림원 주최로 열린 에너지포럼 기조연설에서 "전 세계적으로 전력설비 신규 투자가 신재생에너지에 집중되는 가운데 사회적 비용이 큰 원전의 경제성은 점점 약화할 전망"이라고 밝히면서 새 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정부는 현재 공사가 30% 진행된 신고리 원전 5·6호기 백지화 여부를 두고 공론화 조사를 진행 중이다. 5·6호기 백지화를 반대하는 쪽에서는 그동안 투입한 공사대금 2조8000억원의 매몰비용이 발생하고 원전 수출경쟁력이 저하되며 전력수급에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백 장관은 "신규 원전 6기 백지화와 노후 원전 수명연장 중단 등을 통해 그동안의 원전 중심 발전 정책을 전환하고, 노후 석탄화력 조기 폐지, 신규 석탄화력 금지, 환경설비 집중 투자 등을 통해 온실가스와 미세먼지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2030년까지 전체 발전량의 20%를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고 전체 신재생에너지 가운데 태양광과 풍력 비중을 현재 38%에서 8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산업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17~2031년)을 연내 확정할 방침이다.
백 장관은 "우리의 에너지 정책은 경제성에 치중한 나머지 화석연료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고, 신재생에너지 보급이 지나치게 낮은 부작용이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재생에너지 비율은 1.9%(2015년 기준) 수준으로 독일(29.2%), 영국(24.8%), 일본(16.0%), 미국(13.2%) 등에 한참 뒤진다.
백 장관은 또 에너지 정책 전환을 미래 에너지산업 육성기회로 활용하겠다는 복안이다. 미래 에너지 산업으로 ▲신재생에너지 ▲원전해체산업 ▲에너지신산업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2022년까지 총 7만7000개의 신규 일자리를 만들 계획이다.
특히 원전해체시장 확대에 대비해 핵심기술을 개발하고 인력을 양성해 원전해체산업을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전 세계에서 해체가 예상되는 원전은 2020년대 183기에서 2030년대 이후 216기로 늘어날 전망이다.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론화
문재인 정부는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 여부를 공론화를 통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7월24일 공론화위원회가 출범했으며 1차 여론조사(8월25~9월9일)를 거쳐 500명 규모의 시민참여단을 구성했다. 하지만 오는 16일 시민참여단 오리엔테이션 및 2차 조사를 앞두고 파행 위기를 맞았다.
국무조정실이 건설 반대 대표단체로 선정한 `안전한 세상을 위한 신고리 5·6호기 백지화 시민운동` 측은 공론화위원회가 시민참여단에 배포할 자료집 서문에 쓴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시 지역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내용을 문제 삼아 보이콧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반해 찬성 측(한국원자력산업회의)은 청와대 홈페이지에 실린 백운규 장관의 인터뷰 내용 가운데 "원전은 더 이상 값싼 에너지원이 아니다. 탈원전을 해도 전기요금 상승 걱정을 안 해도 된다"는 언급을 두고 중립성 훼손이라고 공격하고 있다.
향후 일정은 시민참여단 3~4차 조사(10월13일~15일)를 거쳐 10월20일 공론화위원회가 권고안을 발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