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脫원전의 그림자]①전력량·전기료 ‘탈날라’

  • 2017.09.24(일) 14:07

발전비용 증가로 전기요금 인상 불가피
기업 경쟁력 약화…전력 안정성 확보 과제

에너지 패러다임의 변화, 탈(脫)원전 시대는 막을 수 없는 흐름이다. 하지만 급격한 방향 전환은 부작용을 야기한다. 전기요금 인상 여파와 원전 산업의 방향성 상실 등이 대표적이다. 탈원전의 그림자에 갇힐 수 있는 경제적 영향 등에 대해 알아본다. [편집자]

문재인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점은 탈(脫)원전 및 탈석탄을 통해 중·장기적으로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인다는 것에 방점이 찍혀있다. 친환경 전력정책을 통해 국민안전에 대한 불안을 해소하고 미세먼지나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이 정책에 내포된 우려 또한 적지않다. 우선 전기요금 인상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원자력과 석탄은 발전비용이 가장 싼 에너지원인 까닭이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전기요금 폭탄’ 여부를 떠나 국민들이 부담하는 전기요금이 지금보다 오르게 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여기에 제조업 중심의 국내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태양광과 풍력 등의 발전원은 자연환경 영향을 많이 받는 탓에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확대되면 안정적인 전력 수급이 어려울 수 있다는 불안감도 있다. 이와 함께 LNG(액화천연가스) 수요가 급증, 이를 확보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 전기요금 인상 어쩌나

24일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발전원 별 정산단가는 원자력이 kWh(킬로와트시) 당 67.9원, 석탄은 73.9원을 기록했다. 가스(LNG)와 신재생에너지는 각각 99.4원과 186.7원이다. 전체 발전량에서 원자력과 석탄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30%, 39.6%로 두 발전원이 70%에 육박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신재생에너지 비중 20% 및 노후 석탄 발전소 가동 중단, 신규원전 건설 중단 등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 시행될 경우 발전비용은 지난해보다 21%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금액으로는 11조6194억원이다.

지난해에는 국제유가가 배럴 당 43.4달러로 저유가 기조가 유지돼 상대적으로 원전 및 석탄과 LNG 발전의 가격 차이가 크지 않았다. LNG 가격은 국제유가에 영향을 받는다.

이로 인해 국제유가가 배럴 당 70달러로 오른다고 가정하면 발전비용은 작년보다 13조4000억원, 100달러로 상승 시 15조7000억원 늘어날 것으로 분석된다.

 

새로운 에너지 정책 시나리오 적용 시 LNG발전 비중이 38.4%로 전체 발전원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국내 발전은 국제유가에 더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발전비용 증가는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의견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친환경 전력정책 추진으로 인한 가구당 전기요금 증가분을 지난해와 비교하면 오는 2020년에는 1.4%, 2025년에는 6.3%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2030년에는 11.9%에 상승할 전망이다.

한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친환경 에너지 정책으로 인상되는 전기요금이 폭탄 수준은 아니다”면서도 “하지만 지금보다 국민들의 전기요금 부담이 커지는 것은 사실인 만큼 소비성향 등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 산업계도 울상

산업계에서는 전기요금 인상으로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제조업 중심인 까닭에 전기요금이 오르면 투입원가가 늘어나 가격 경쟁력과 수익성이 예전만 못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철강과 반도체, 석유화학 등 국내 주요 수출산업에서 전기는 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요한 원자재 중 하나다. 한국기간산업협의회 조사 결과, 2012년 기준 철강업은 원재료를 제외한 제조원가에서 전기요금이 25%를 차지했고, 섬유와 석유화학도 15.5%, 11% 수준이다.

특히 중소기업의 피해에 대한 우려가 크다는 주장이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경우 1000원의 순이익 중 63원이 전기요금으로 빠져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전기요금(전력가격)이 오르면 국내 물가가 상승해 소비 위축을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기업 경쟁력이 이전보다 약화되고, 이는 생산 및 수출 부진과 경상수지 악화로 이어져 GDP(국내 총생산)가 떨어질 것으로 분석된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발전비용이 20% 상승하면 물가는 0.46~1.16% 상승하는 반면 GDP(국내총생산)는 0.70~0.93%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국내 산업계가 전기요금 인상에도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역량을 갖춰 국제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전기 생산성 향상은 전기요금 인상의 부정적 효과를 흡수하고 궁극적으로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 전력난 우려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는 날씨나 계절 등에 따라 전력발생량이 다르고(간헐성), 이를 인위적으로 조절할 수 없다는 것이 한계로 꼽힌다.

 

이로 인해 태양광과 풍력 발전이 대부분인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20%로 높아지면 이전보다 불규칙한 발전 추이가 형성, 전력수급 불안전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게 에너지경제연구원의 분석이다.

 

또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LNG를 확보할 수 있느냐도 관건이다. 새로운 에너지 정책이 실현될 경우, LNG발전이 전체 발전원 중에서 가장 많은 부분(38.4%)을 차지한다.

 

이에 따라 기존에 설계된 ‘제12차 장기 천연가스 수급계획’에서 2029년 LNG 수요는 3465만톤(도시가스용 2517만톤, 발전용 948만톤)으로 전망됐지만 새 에너지 정책을 반영하면 기존 발전용 LNG 수요의 2.5배, 총 LNG 수요의 70%가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우리나라의 초과수요 물량을 감당하려면 오는 2029년 전 세계 LNG 생산량 추산치를 기존 4억6128만톤에서 4억8506만톤으로 5.2%를 늘려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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