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脫원전의 그림자]②알짜 원전산업 ‘훅갈라’

  • 2017.09.25(월) 11:37

원전산업 규모 26.6兆…3.5만명 인력도 길 잃어
신흥국 중심 원전 수요 늘지만…수출 낙관 어려워

에너지 패러다임의 변화, 탈(脫)원전 시대는 막을 수 없는 흐름이다. 하지만 급격한 방향 전환은 부작용을 야기한다. 전기요금 인상 여파와 원전 산업의 방향성 상실 등이 대표적이다. 탈원전의 그림자에 갇힐 수 있는 경제적 영향 등에 대해 알아본다. [편집자]

원자력 발전은 대규모 기계·장치 산업이다. 원자로 핵심인 주(主)기기(원자로·증기발생기·발전터빈 등)부터 발전소 건립까지 수많은 대·중소기업 업체가 이 산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발전소를 건설하는 과정에서도 일자리가 만들어진다.

하지만 앞으로 추가적인 원자력 발전소 건립을 하지 않기로 하면서 국내 원전 산업이 위축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해외 수출도 경쟁 심화와 원자력 협정 문제 등으로 인해 녹록지 않은 상황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 원전 산업, 쪼그라들까

25일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5년 기준 국내 원자력 산업 전체 매출액은 26조7000억원 규모다. 원자력 공급 산업체 중 설계와 엔지니어링, 시공과 기자재 등 건설과 관련된 분야 매출이 약 4조2000억원으로 전체의 15.8%를 차지했다.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으로 향후 신규 원전 건설이 모두 취소될 경우 이들 산업은 단기적으로 매출 감소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들 뿐 아니라 원자력 발전소의 운영과 정비 분야, 발전사업자 매출 역시 중·장기적으로 매출이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일자리 감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원자력 산업 관련 인력은 약 3만5000명으로 추산되는데, 이 중 61% 수준인 2만1000여명이 공급 산업체에서 일하고 있다.

매출과 마찬가지로 신규 원전 건설 중단으로 인해 단기적으로는 이 분야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이, 중·장기적으로는 발전사업 분야의 일자리가 줄어들 전망이다.

원전 분야 일자리 감소 문제를 해결하려면 원전 폐로 및 해체산업을 서둘러 육성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장우석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설계수명이 만료되는 노후 원전에 대한 폐로 및 해체기술 개발에 대규모 정책 자금을 투입, 원전산업 일자리 감소를 최대한 줄이고 원전 해체산업 선도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수출 가능성도 먹구름

정부는 국내에 추가적인 원자력 발전소를 건립하지 않는 대신 원전을 수출산업으로 육성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전 세계 원전시장은 2015년 이후 신흥국 중심으로 수요가 증가해 2017년 이후에는 연 1000억달러 규모의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가운데 중국과 중동, 아프리카 지역이 원전 수요가 가장 많을 것으로 꼽힌다. 경제성장을 위한 대규모 전력 공급이 필요해 신흥국 입장에서는 원전이 매력적인 전력 공급 수단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큰 까닭이다.

우리나라는 원전 자립계획의 일환으로 미국의 CE(현 웨스팅하우스)로부터 기술을 전수받았고, 현재 기술자립도는 일부 기술을 제외하면 100% 수준에 근접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럼에도 수출 가능성이 큰 상황은 아니다. 자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원전 수출에 주력하고 있는 중국을 비롯해 세계 유수의 기업과도 경쟁해야 한다.

특히 향후 원전 수요의 70% 이상이 비(非) OECD 국가에서 발생할 것으로 예상돼 이 지역에 대한 국가차원의 정치 및 경제 등을 포함한 포괄적 협력관계 구축이 필요하다는 게 수출입은행의 평가다. 기술 뿐 아니라 정부의 전략적인 지원 정책이 없다면 수출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가 쉽지 않다는 의미다.

또 우리나라가 확보한 핵심 기술이 CE에서 전수받은 기술을 기반으로 개발된 것이라 미국과의 협력 없이는 수출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최근 원전 업계의 가장 큰 이슈인 사우디아라비아 원전 수출 상황이 대표적이다.

 

한국형 원전(APR1400)의 원천기술은 웨스팅하우스가 갖고 있어 미국 측의 승인이 없으면 수출이 불가능한데, 미국과 사우디는 아직 원자력 협정을 맺지 않은 상태라 우리가 독자적으로 사우디에 원전을 수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국내 원전산업이 위축되면서 기술 발전이 어렵고, 이미 확보한 우수한 기술마저 사장(死藏)돼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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