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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LG상사 지주 편입…발빠른 선제 대응

  • 2017.11.09(목) 18:07

㈜LG, 구본무 회장 등 오너家 지분 25% 3000억에 인수
‘일감 몰아주기’ 오해 불식…새 정부 요구 화답 성격도

LG그룹의 지주회사 ㈜LG가 구본무 회장 등 총수 일가가 보유한 LG상사 지분을 사들인다. 그간 지주회사 체제에서 빠져있던 LG상사를 편입해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높인다는 취지에서다.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 오해를 씻기 위한 조치로도 볼 수 있다. 대기업의 속도감 있는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고 있는 문재인정부에 대한 선제적인 화답 성격도 갖는다.

 

 

㈜LG는 9일 이사회 승인을 거쳐 구 회장을 비롯한 개인 대주주 36명이 보유하고 있는 LG상사 지분 24.7%(957만1336주)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경영권 프리미엄 없이 이날 주식시장에서 거래된 LG상사의 종가인 3만1000원에 주식을 매입키로 했다. 전체 인수금액은 2967억원이다.

인수 대상에는 고(故) 구인회 창업주의 장남 구자경 LG 명예회장을 비롯해 구본무 회장(2.51%)과 구본준 부회장(3.01%) 등 LG가(家) 3세와 구광모 ㈜LG 상무(2.11%), 구형모(0.62%) LG전자 과장 등 4세들의 지분이 포함됐다. 구본걸 LF 회장 등 일부 친족들은 지분매각에 참여하지 않았다.

㈜LG는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대기업집단이 개인 대주주 지분이 높은 계열사에 대한 지주회사 편입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지배구조 개선 방향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LG의 이번 조치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2일 5대그룹 최고경영자(CEO)와 간담회를 가진지 일주일만에 이뤄졌다. 새 정부의 지배구조 개선 요구에 대한 선제 대응 차원으로 볼 수 있다. 김 위원장도 당시 회동에서 기업들의 지배구조 개선 노력이 미흡하다하고 지적한 바 있다.

아울러 대기업의 일감몰아주기 논란에 대한 불필요한 오해를 없애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LG그룹은 2003년 국내 대기업 중 처음으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으나 LG상사의 경우 패션사업부(LG패션)의 계열분리를 앞두고 있어 편입대상에서 제외했었다.

이후 패션사업부가 LF로 계열분리됐음에도 지주회사 편입이 이뤄지지 않은채 LG 오너 일가 2~4세에 걸쳐 지분을 직접 소유해 왔다. 이에 따라 총수 일가가 재산 증식 등에 활용하려고 지주회사 밖에 남겨둔 것 아니냐는 시선을 받아왔다.

 


실제 LG상사는 종합상사의 특성상 계열 매출이 꽤 되는 편이다. LG의 지난해 매출(별도기준)은 2조8300억원. 이 중 국내 계열사 매출이 15.3%(4340억원), 해외 계열사까지 포함하면 32.6%(9230억원)에 달한다.

다만 오너 일가 소유 지분율이 총수일가 사익편취 금지 기준(상장 30%·비상장 20%) 보다 낮아 규제 대상이 아니었을 뿐이다. 총수일가 사익편취 3개 금지유형 중 소위 ‘일감몰아주기(합리적 검토나 비교 없는 상당한 규모의 거래)’는 연간 거래금액 200억원이상 또는 최근 3년 평균 계열매출 12% 이상인 곳이 규제 대상이다.

이번에 14년만에 지주회사에 편입되면서 LG상사의 지배구조는 기존 개인 대주주 중심에서 ㈜LG와 자회사간 수직적 출자구조로 단순화된다. 또 ㈜LG는 자원개발과 인프라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LG상사에 대한 안정적인 경영권 행사가 가능해진다.

㈜LG 관계자는 “지배구조를 더욱 단순화하고 지주회사 체제를 공고히 해 자회사는 사업에 전념하고 지주회사는 사업 포트폴리오 등을 관리함으로써 지주회사 체제 본연의 경쟁력을 높여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LG상사가 ㈜LG 아래로 들어오면서 LG그룹 계열사 가운데는 유일하게 ㈜지흥만 지주회사 체제 밖에 있게 됐다. 지흥은 구본준 부회장의 장남인 구형모 LG전자 과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회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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