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 사주 일가 10여명이 연루된 주식 양도소득세 탈루사건이 검찰의 약식기소로 조용하게 마무리 됐습니다. 약식 기소가 되면 정식 공판절차 없이 서류만으로 재판을 받게 되고, 법정형도 최대 벌금형에 그칠 수 있죠.
1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조세범죄조사부는 지난달 말 LG그룹 총수 일가의 주식 양도소득세 탈세 혐의와 관련해 LG그룹 재무담당 임원 김모씨 등 그룹 임원 2명을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조세)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습니다.
검찰은 또 고(故) 구본무 LG회장의 동생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등 총수 일가 14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습니다.
# 경영권 프리미엄 적용 없이 양도차익 적게 신고
LG는 지난해 11월 LG상사 주식 957만주를 2970억원에 시간외 대량 매매로 사들였는데요. 당시 주식은 구본무 구본능 등 LG사주 일가 36명의 명의로 된 주식이었습니다.
이후 국세청이 세무조사를 해보니 이들 중 10여명이 100억원대의 양도소득세를 탈루한 혐의가 확인됐고 검찰고발을 거쳐 수사가 진행됐죠.
LG사주 일가의 주식 양도는 대외적으로 규모와 액수를 공개해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였죠. 하지만 국세청은 양도소득세를 고의적으로 적게 냈다고 판단했습니다.
대주주의 상장주식 양도소득에 대해서는 양도차익에 대해 20%(1년 미만 보유주식은 30%) 세율로 양도세가 부과되는데, 경영권이 걸려 있는 주식은 양도차익을 30% 할증해서 평가한 후에 양도소득세를 부과합니다.
국세청과 검찰의 조사 결과를 보면 LG 사주 일가는 이 할증평가 없이 일반적인 상장주식 양도차익 계산법으로 양도세를 낸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당시 주식을 넘긴 사주 일가들은 모두 특수관계자로 이들의 양도주식 합계는 LG상사의 지분 27.62%에 달했죠. 세법상 특수관계자이면서 경영권에 영향을 주는 거래였습니다.
# 대신 일처리한 재무임원에게 주된 책임 물어
그런데 검찰의 기소결과를 보면 또 다른 의문이 남습니다. LG사주 일가들은 간단하게 약식 기소하는데 그친데 반해 LG 재무담당 임원 2명은 정식 기소(불구속)로 재판에 넘겼거든요.
왼손(LG상사)에 있던 주식을 오른손(LG)으로 넘기면서 양도차익을 챙긴 사람들은 실제 주식 소유주인 LG사주 일가인데, 왜 그룹 재무담당 임원이 더 무거운 처벌을 받은 걸까요.
검찰은 사주 일가가 자신들이 보유한 회사 지분의 관리를 재무담당자들에게 위임했는데 일을 맡은 담당자들이 일을 잘못 처리했다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구본능 회장 등 일가 14명은 일을 맡겨뒀을 뿐 사전에 탈세할 목적으로 거래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것이죠.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걸까요. 검찰은 재무담당자들이 고의든 실수든 LG 사주일가의 성실신고를 방해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현행 조세범처벌법에는 납세의무자를 대리해서 세무신고를 하는 자가 거짓으로 신고하거나 거짓으로 신고하게 한(선동, 교사) 경우에 성실신고를 방해한 혐의를 적용하도록 하고 있거든요.
그렇다면 잘못 신고한 임원들만 처벌 받아야 할테지만 법에는 양벌조항도 있습니다. 개인이나 법인의 대리인이나 사용인, 종업원 등이 범칙행위를 한 경우 행위자 뿐만 아니라 개인과 법인도 함께 처벌하도록 하고 있거든요. 일을 맡긴 본인들도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거죠.
결론적으로 검찰은 대주주의 주식을 대신 처분했던 재무담당자에게 1차적인 책임을 물었고, 양도차익을 실현한 대주주에게는 2차적으로 양벌규정을 적용한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