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너럴모터스(GM)의 최고위급 임원진이 20일 국회를 방문해 우회적으로 한국GM에 대한 정부 지원을 압박하고 나섰다. 정부는 공적자금 지원에 앞서 투명한 실사와 제대로 된 GM의 한국 장기 투자계획이 나와야 한다고 응수하고 있다.
▲ 배리 앵글 GM 총괄 부사장 겸 해외사업부문 사장(왼쪽 세번째)과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왼쪽 두번째)이 국회에서 여야 의원들과 면담하고 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배리 앵글 GM 총괄 부사장 겸 해외사업부문 사장은 이날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 등과 국회에서 홍영표 환경노동위원장을 30여분 간 면담했다. 이어 우원식(더불어민주당), 김성태(자유한국당), 노회찬(정의당) 등 여야 원내대표 등과도 약 1시간 자리를 가졌다.
비공개로 치른 의원들과의 면담에서 GM 측은 한국에 남아서 사업을 유지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며 정상화를 위해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참석자들 말을 종합하면 앵글 사장은 군산공장 철수 재검토를 해야 한다는 한 의원 말에 "군산공장 자체를 살리는 건 어렵다"고 답했다.
이어 "이를 인수할 의향자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대하겠다", "22개 협력업체에 5000명의 근무자가 있고 500명 정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는데 더 늘지 않게 노력하겠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GM 자구책과 관련해, GM측은 신규 차종 2종을 창원, 부평 공장에서 생산할 수 있다는 투자 계획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투자가 한국 정부 지원을 전제로 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 답을 내진 않았다.
앵글 사장은 "우리는 수십만 일자리의 수호자가 되고 싶다"며 "신차 투자가 이뤄진다면서 한국 자동차 시장뿐 아니라 경제에도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라며 "한국GM 생산량이 연간 50만대를 밑도는데, 앞으로 50만대 수준을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GM 측은 또 한국GM 경영상태에 대한 산업은행 실사와 관련해서 투명성 강화를 위해 3자가 실사하는 방안에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대하는 정부지원안에 대해서는 "뭘 도와달라는지 정확한 언급은 없었다"는 전언이다.
앵글 사장은 지난 13일 군산공장 폐쇄 발표 때 "한국GM 경영정상화와 관련해 GM이 다음 단계에 대한 중대한 결정을 내리는 2월말까지 이해 관계자와의 지속적 논의를 통해 의미 있는 진전을 이뤄내야만 한다"고 말한 바 있다.
▲ 한국GM 셰보레 매장 앞 길 가에 태극기가 걸려 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이런 GM 측 움직임에 정부는 기업 구조조정 원칙 위에서 판단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설 연휴 직전 군산공장 폐쇄를 발표한 것을 포함한 GM 측 일련의 거동을 두고 "정부와 본격 협상 전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것"이란 해석이 많다.
이날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아직 GM이 요구하는 바가 공식적으로 온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이야기를 할 단계는 아니다"라며 "경영정상화 계획을 먼저 살펴봐야 하고 그보다 앞서 실사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한국GM에 대한 정부 지원 가능성과 관련해 "GM이 그동안 불투명했던 경영에 대한 문제를 먼저 해소해야 한다"며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