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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산업은행과 GM을 위한 변명上

  • 2018.02.21(수) 17:56

'먹튀' 의혹 많지만 회계장부는 이상 없어
연구개발비 분담규모 등은 공개돼야

한국GM이 군산공장을 오는 5월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군산공장 직원 수천명이 실직 위기에 처하고, 협력업체 100여곳이 줄도산 공포에 휩싸이면서 비난이 들끓고 있다. 비난의 화살이 향하는 곳은 한국GM 대주주인 GM과 2대주주인 산업은행이다. GM은 먹튀 논란에 휩싸이며 '공공의 적'으로 몰렸고 산업은행은 '그동안 무엇을 했느냐'는 질타를 받고 있다.

GM이 비난 받는 이유는 공장 폐쇄 자체뿐 아니라 '먹튀' 의혹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공장 문을 닫을 정도로 경영상황이 어려워졌는데 미국 본사는 한국GM을 상대로 비싼 이자와 과도한 매출원가로 이익을 빼먹었다는 의혹이다.

지난해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은 한국GM이 미국 GM홀딩스로부터 최근 4년간 2조4033억원을 대출받았고, 이자 4400억원을 냈다고 밝혔다. 또 한국GM이 부담한 이자율은 4~5%대로 국내 완성차업체의 이자율보다 2배 가량 높다고 지적했다. 결손금이 1조2646억원(2016년 기준)에 이르는 적자회사를 상대로 이자장사를 해왔다는 비난이 거세졌다.

GM은 고리대금업을 해왔을까? 시계를 2002년으로 돌려보자. 당시 대우자동차를 인수한 GM은 산업은행 등 채권단을 상대로 12억달러 규모의 상환전환우선주를 발행했다. 이 우선주는 발행 1~5년 연 2%, 6~10년엔 연 2.5%, 11~15년 연 7%의  배당률을 보장했고 상환일을 2017년까지 못박았다. 특히 한국GM이 배당과 상환을 하지 못할 경우 미국GM이 대신 갚아주는 조건까지 붙었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 입장에선 이 우선주가 '안정적인 수익'이지만 한국GM 입장에선 부담일 수밖에 없다. 한국GM은 배당률이 7%로 높아지는 2013년, 이 우선주를 모두 상환했다. 대신 한국GM은 GM홀딩스로부터 1조원 가량을 추가로 대출받았다. 이 대출금의 이자율은 5.3%. 결국 한국GM은 '배당률 7%'보다 싼 '이자율 5.3%'로 갈아탄 셈이다. 이 의사 결정을 고리대금업으로 비난할 여지가 있을까.

 


또 다른 의혹인 과도한 매출원가율도 보자. 지상욱 의원은 "한국GM의 비상식적으로 높은 매출원가율(93.8%)은 국내완성차 4개사 평균 매출원가율보다 약 14%p 높다"며 "만약 한국GM이 국내완성차 평균매출원가율을 적용하면 최근 3년간 당기순손실 2조원이 당기순이익 3조원으로 변경된다"고 지적했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한국GM은 분식회계를 저질렀단 얘기가 된다. 하지만 한국GM의 매출원가율이 높은 이유는 연구개발비 회계 처리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통상 기업들은 연구개발비를 자산과 비용으로 나눠 처리하고, 비용으로 처리된 연구개발비는 판매관리비에 계상한다. 하지만 한국GM은 연구개발비를 전액 비용으로 처리, 매출원가에 반영하고 있다. 2016년 한국GM 감사보고서를 보면 연구비 6141억원과 경상개발비 6498억원을 매출원가로 계상했다.

한국GM 회계가 특이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회계기준을 벗어난 것은 아니다.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은 "실무자들이 일차적으로 회계장부를 봤지만 솔직히 신통치 않다"며 "여론에 나오는 그런 수준은 아니다. 지금은 대출금리와 매출원가가 높다는 의혹만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한국GM이 연구개발비를 매출원가가 아닌 판관비에 반영하더라도 이익은 변하지 않는다. 원리는 간단하다. 매출에서 매출원가를 빼면 매출총이익이 나오고, 매출총이익에서 판관비를 빼면 영업이익이 남는다. 즉 연구개발비를 매출원가나 판관비 어느 쪽에 반영하든 영업이익은 똑같다는 얘기다.

한국GM이 밝혀야 할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다. 회계방식이 왜 다른지, 해외로 보내는 연구개발비가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의문점이다. 한국GM 관계자는 "유럽과 북미 등에서 연구개발비를 분담하고 있다"며 "특정국가에서 과도하게 연구개발비가 나가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해외로 나가는 연구개발비가 어느 정도 되는지는 알 수 없다"고 했다. 각종 의혹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모르쇠 작전'은 더 큰 의혹을 키울 뿐이다.

그럼 이번 한국GM 사태 원인은 뭘까.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한국GM의 근본적 원인을 묻는 질문에 "경영적자"라고 답했다. 적자의 원인에 대해선 "불투명한 경쟁력"이라고, 불투명성의 뜻에 대해선 "높은 매출 원가율, 차입에 대한 이자 문제, GM 본사에 대한 불합리한 업무지원비 등 불투명성"이라고 차례로 답했다.

하지만 기자의 생각은 다르다. 한국GM의 경영적자 원인은 '불투명한 경쟁력'이 아닌 '도태된 경쟁력'에 있다. 쉽게 얘기하면 GM 차가 국내에서 안 팔린다는 얘기다. 1등 현대·기아차와의 격차는 더 벌어지고, 벤츠 등 수입차는 고속성장하면서 GM의 설자리를 좁아지고 있다. 그것이 이번 한국GM 사태의 본질이고, 쉽게 누구를 탓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음 기사는 [기자수첩]산업은행과 GM을 위한 변명下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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