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차출퇴근제 확대, 휴일 당직비 인상 등 KDB산업은행 임직원 복지가 한층 더 개선된다. 최근 산업은행 노사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2018년 1분기 노사협의회 합의서에 서명했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평균 연봉이 1억원을 넘은데 이어 복지혜택까지 더해지면서 '신의 직장' 경지를 넘어서고 있다. 일각에선 세금으로 운영되는 산업은행이 방만 경영을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9일 산업은행 노사협의회 합의서에 따르면 올 3분기부터 산업은행은 출산과 육아, 가족돌봄, 학업을 위한 시차출퇴근제도를 도입하는 등 유연근무제를 확대하기로 했다. 기존 유연근무제는 출근시간이 이른 비서실·홍보팀 등이나 원거리 출근자에 한해 적용됐다.
휴일 당직근무 수당은 8만원에서 9만원으로 인상되고, 출근전인 오전 6시~8시30분 근무에 대해 10분 단위로 시간외 근무 수당을 신청할 수 있게 된다. 불임부부의 임신을 위한 시술시 연간 3일 이내의 휴가도 부여한다.
아울러 선택적 복지제도 지원항목이 기존 도서구입비 등에서 항공료 등 자유여행 교통비까지 확대된다. 24인치 모니터와 공기청정기도 설치된다.
광흥창역과 공덕역, 본점으로 이어지는 셔틀버스도 운영된다. 본점이 있는 여의도와 지하철 세 정거장 거리인 공덕역에 셔틀버스를 운영한다는 얘기다.
이 같은 조건이 담긴 합의서에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김대업 노조 위원장이 서명했다. 신의 직장이라 불리는 산업은행의 복지가 한층 더 개선되는 셈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박근혜 정부 시절 산업은행 복지 혜택이 공무원 기준으로 하향평준화되면서 복지제도 자체가 많이 망가졌다"며 "이번에도 금전적으로 회복한 것이 아니라 복지 범위나 대상을 늘리는 방향으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복지뿐 아니라 임금도 매년 오르고 있다. 산업은행 임금 인상률은 2014년 1.7%, 2015년 2.8%, 2016년 2%, 2017년 2.5% 등이다. 이에 따라 정규직 평균 연봉은 2014년 9152만원에서 2017년 1억178만원으로 올랐다. 산업은행 연봉은 하나은행 9200만원, 국민은행 9100만원, 신한은행 9100만원, 우리은행 8700만원 등 4대 시중 은행보다 높다.
산은 관계자는 "산업은행은 임금이 높은 고경력 직원의 비중이 40%가 넘는 기형적인 구조"라며 "고임금 직원이 희망퇴직없이 정년을 채우다 보니 임금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젊은 직원들은 연봉은 그리 높지 않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산업은행 신입직원 초봉은 4861만원이다.
매년 직원 복지가 개선되고 있지만 산업은행 실적은 구조조정 여파로 들쭉날쭉하다. 영업손익은 2014년 1436억원 흑자, 2015년 1조191억원 적자, 2016년 2조7569억원 적자, 2017년 7673억원 흑자를 기록했다. 대우조선해양, STX조선해양 등 구조조정 과정에 수십조원의 자금이 투입되면서다. 작년말 산업은행은 계획된 대손준비금 7543억원외에 추가로 긴급 자금 6177억원을 적립했다.
여기에 산업은행은 최근 한국GM에 7억5000만달러(8075억원)를 지원하기로 하면서 정부가 산업은행에 추가 증가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또 다른 산업은행 관계자는 "BIS(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을 맞춰야 하는데 만약 한국GM 투자에 손실이 난다면 증자 관련 정부와 협의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2016년 산업은행혁신위원회 위원을 지낸 박래수 숙명여대 교수는 "국책은행이든 사기업이든지 직원들의 복리나 임금을 지원하는 것은 옳은 방향"이라면서도 "다만 인센티브를 주는 만큼 못하는 부분에 대해선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산업은행 직원들은 잘하는 부분은 칭찬을 받지 못하고 잘못에 대해서만 매 맞는 것에 대해 불만이 많지만 그것은 국책은행의 운명이고 더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