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A(피아트-크라이슬러 오토모빌)그룹의 완성차 브랜드를 국내로 수입해 온 FCA코리아는 지난해부터 지프만 수입해 공급하고 있다. 판매가 미진한 크라이슬러와 피아트는 재작년 아예 수입공급을 중단했다.
하지만 지프 단일 브랜드화 첫해인 작년 실적은 초라했다. 수익성이 뚝 떨어졌다. 오히려 야심차게 시도한 지프 집중 전략의 성패 가능성이 의구심을 사는 상황이다.
24일 수입차업계에 따르면 FCA코리아는 지난해 별도 재무제표 기준 매출 3280억원, 영업이익 39억원의 실적을 냈다. 매출은 재작년보다 7.9% 늘었지만 영업익은 77.7%나 급감했다.
영업이익률은 전년보다 4.5%포인트나 빠져 최근 4년 사이 최저인 1.2%에 그쳤다. 순손익은 2억9836만원 적자를 냈다. 이 수입차 법인이 순손실을 낸 건 2013년 15억2544만원 적자 이후 5년 만이다.
판매량이 줄어든 것 치고 매출은 비교적 무난하게 늘었다. 작년 FCA코리아는 지프 브랜드 7590대를 팔았다. 재작년의 경우 지프와 크라이슬러(합 7284대), 피아트(980대) 등을 통틀어 8264대를 수입 공급했다. 판매대수는 9.2% 감소했지만 고가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위주의 지프 판매 집중으로 매출은 오히려 늘었다.
하지만 수익성은 받쳐주지 못했다. 매출원가부터 그랬다. FCA코리아가 FCA 본사로부터 완성차를 매입하는 등 매출원가로 지불한 돈은 2773억원. 이는 전년 대비 15.6% 늘어난 금액이다. 매출보다 매출원가가 많이 늘다보니 매출총이익은 508억원으로 전년대비 136억원, 21.1% 감소했다.
이는 지프 브랜드가 도입단가는 높고 상대적으로 수입 마진율은 낮기 때문이다. 원가에서 이 만큼의 차이는 다른 수익성 지표로도 이어졌다.
판매관리비(판관비) 지출은 전년과 비슷했다. 0.4% 감소한 469억원이었다. 오히려 직원 급여는 54억원으로 9.6%, 광고선전비는 106억원으로 10.5% 감소하는 등 판관비를 쥐어짠 흔적이 많았다. 이 덕에 영업이익 감소(134억원)는 매출총이익 감소분 정도로 막을 수 있었다.
순손익에서 5년만에 적자가 난 것은 재작년 2억원에 불과했던 잡손실이 69억원이나 잡힌 게 결정적이었다. FCA코리아는 피아트 '500X'와 지프 '레니게이드'등 일부 모델의 배출가스 조작이 환경부에 적발돼 작년 32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이 과징금이 잡손실에 포함됐다.
FCA코리아는 전국에 15개의 딜러사를 두고 있다. 빅토리 오토모티브와 씨엘모터스, 렉스모토스 등으로 서비스센터도 이들 딜러사가 운영한다. 지프는 올해 1분기 2144대를 판매(등록 기준), 작년보다 69% 많은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2013년부터 FCA코리아를 이끌고 있는 파블로 로쏘 대표이사는 지난 17일 '올 뉴 랭글러' 출시 기념행사에서 "지프가 올해 1분기 수입 SUV 부문에서 2위를 차지했다"며 "올 뉴 랭글러가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