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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 위기' 벗어났더니 일본이 '뒤통수'

  • 2019.07.01(월) 15:29

日 정부, 한국만 '콕 집어' 수출규제
韓 "단호한 대처"…장기화 땐 타격 우려

일본 정부가 한국의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을 겨냥해 수출규제 조치를 발표했다. 일제시대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한국 대법원의 배상 판결과 관련한 보복 조치로 보인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1일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의 필수소재인 3개 품목에서 한국을 수출 포괄 허가제에서 제외한다고 밝혔다. 대신 개별적인 수출 허가제로 전환해 수출심사를 강화하기로 했다.

개별 허가시 수출심사에는 90일 정도 걸리는 데다 일본이 불허하면 수출이 막혀 사실상의 금수조치로 볼 수 있다. 해당 품목은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레지스트 ▲불화수소다.

폴리이미드는 스마트폰 패널 등에 사용되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의 핵심소재로 삼성과 LG 등 국내업체들은 일본 스미토모에서 거의 전량을 의존하고 있다.

레지스트와 불화수소는 반도체 웨이퍼의 세정과 식각 공정에 사용된다. 국내업체중 금호석유화학, 동진세미켐, 솔브레인 등이 생산하고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일본 업체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경제산업성은 또 첨단재료 등의 수출과 관련해 수출 허가신청이 면제되는 '화이트(백색) 국가' 대상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절차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일본 업체들이 해당품목을 수출할 때마다 건별로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일본은 한국을 안전보장상 우호국으로 인정해 2004년 한국을 화이트 국가로 지정했으며, 현재 미국과 영국 등 27개국이 지정돼있다.

일본 정부는 "한일간 신뢰 손상"을 수출 제재 이유로 들었다. 지난해 10월 한국 대법원이 일본 강제 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일본제철의 배상 판결을 내린 것에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경제산업성은 "수출 관리제도는 국제적 신뢰를 바탕으로 구축돼 있고, 관계 부처의 검토 결과 '한일간 신뢰가 심각하게 손상됐다'라고 해야할 상황"이라며 "수출 관리를 제대로 실시하는 관점에서 제도운영을 엄격히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는 이번 조치가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에 어긋나는 것으로 단호하게 대처한다는 방침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오후 정승일 차관 주재로 반도체, 디스플레이 업계 등과 긴급대책회의를 갖는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도 수출상황 점검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일본 수출규제와 관련해 대응책을 강구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박태성 산업통상자원부 무역투자실장은 "한일 양국은 그동안 긴밀한 경제협력관계를 유지해 왔으나 일본측이 사전 협의도 없이 이번 조치를 결정했다"며 유감을 나타냈다.

박태성 산업통상자원부 무역투자실장은 1일 열린 '수출입 동향 브리핑'에서 일본의 수출제재와 관련해 "WTO 협정에 어긋나는 조치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국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업계는 화웨이 제재 위기에서 벗어나는 찰나에 나온 일본 정부의 이번 발표로 당혹해하는 분위기다.

디스플레이업계 관계자는 "발표내용만 보면 어떤 용도, 어떤 품목을 제재한다는 것인지 아직 명확하지 않다"며 "개별회사 차원의 답변이나 대응을 언급하기가 곤란하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수출제재가 장기화할 경우 국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의 피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면서도 일본 정부가 실제 실행에 옮기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이승우 유진투자등권 연구원은 "무엇보다 일본 소재업체들의 실적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며 "일본의 규제가 현실화되더라도 가뜩이나 재고부담이 큰 국내 메모리업체들은 자연스럽게 감산결정을 할 가능성이 높아 반도체 사이클의 바닥시점을 앞당기는 효과도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앞서 아베 일본 총리는 지난달 말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자유무역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불과 며칠만에 통상규칙을 자의적으로 적용한 것을 두고 일본 내에서도 비판이 나오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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