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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운드리 격돌]미디어텍의 부상...복잡해진 셈법

  • 2020.06.15(월) 09:00

화웨이 AP 고객사 거론...제재 '우회로'
엑시노스 내부 물량 감소속 '내우외환'

정보기술(IT) 제품 등 안쓰이는 곳이 드문 '산업의 쌀' 반도체를 두고 초강대국 미국과 중국 사이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미국은 반도체를 필두로 중국의 '기술굴기'를 막기 위해 화웨이 때리기에 열을 올리고, 중국은 이에 반발하면서 냉전시대 종식 이후 '기술 패권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이를 두고 메모리 반도체 1위에 이어 비메모리 왕좌에 등극하려는 삼성전자에 불똥이 튀려는 모양새다. 두 강대국 간 신경전이 미칠 파급력과 삼성전자가 나아가야 할 길을 점검한다.[편집자주]

미국과 중국의 화웨이를 둘러싼 신경전이 묘한 방향으로 흘러가려 한다. 당초 미국 상무부가 지난달 15일(이하 현지 시간) 화웨이 등재 '엔티티 리스트(블랙리스트)' 규제 강화안으로 비메모리 수혜를 받을 대상으로 꼽히던 업체가 한국 삼성전자에서 대만 미디어텍으로 바뀔 조짐을 보인다. 

◇ '중화권에서 돌고 도는'

대만 IT 전문 매체 디지타임스는 지난 2일 "중국 화웨이가 대만 반도체 팹리스(설계와 판매 전문) 회사 미디어텍으로부터 어렵사리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구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지난달 말 일본 매체 닛케이아시안리뷰는 미디어텍, 중국 칭화유니그룹 자회사 유니SOC(UNISOC)와 비메모리 반도체 구매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스마트폰 AP는 '스마트폰의 두뇌'라 불린다. 입력된 정보를 처리하는 '로직 반도체'의 한 종류다. 최근에는 정보를 저장하는 메모리 반도체, 통신칩까지 한 꺼번에 조립된 '통합칩'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통합칩은 칩을 한 곳에 모아 스마트폰내 공간을 절약할 수 있다. 또 칩간 간격이 좁아 정보를 담은 전자 이동거리가 짧아 성능이 개선된다.

반도체 업계에선 미디어텍이 화웨이의 유일한 돌파구였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상무부 제재안에 따라 화웨이가 자사 설계 스마트폰용 AP를 대만 TSMC 등 다른 업체에 위탁 생산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미디어텍이 그나마 기술력이 있어서다. 미디어텍이 설계한 AP를 그대로 가져다 핸드폰에 쓰면 미 상무부 제재안을 피할 수 있다. 

그간 화웨이는 팹리스 자회사 하이실리콘이 설계한 '기린'등 AP를 자체 스마트폰에 탑재했다.

미디어텍은 기술 경쟁력을 끌어 올리고 있다. 지난해 회로 선폭 7나노(1㎚=10억분의 1m) 5세대 이동통신(5G) 칩과 AP가 합쳐진 통합칩 '디멘시티1000'을 개발해 올해 초부터 양산 중이다. 유니SOC는 올해 1분기 들어서야 5G 통합칩을 개발해 미디어텍보다 6개월 이상 개발 시기가 뒤쳐졌다. 또 미디어텍은 중화권 업체들이 주고객이라 미국 정부 손길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자체 AP 엑시노스 화웨이 공급 가능성이 거론됐던 삼성전자는 중화권 고객에 더해 인텔, AMD, 퀄컴, 애플 등 미국 기업과도 폭넓게 사업관계를 이어가고 있어 미국의 눈치를 볼 가능성이 미디어텍보다 상대적으로 높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AP를 화웨이에 공급하더라도 주력 제품인 메모리 반도체에 영향이 미칠 것을 삼성이 우려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 '더 힘겨워질 경쟁'

화웨이가 미디어텍과 스마트폰용 AP를 넘어 통신장비에 들어가는 로직 반도체까지 협력 범위를 더 넓힐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통신장비용 로직 반도체도 미디어텍이 자사 설계품 화웨이 제품에 맞춤형으로 납품하면 미 상무부 제재안을 우회할 수 있다. 

화웨이는 그간 통신장비용 칩을 TSMC에 위탁 생산해 왔는데, 이번 미 상무부 제재 강화안으로 TSMC와 거래 길이 끊길 위기에 처했다. 

미디어텍과 화웨이가 더 밀착할수록 삼성전자의 셈법도 복잡해지게 된다. 비메모리 반도체 수위권 경쟁이 치열해질 가능성이 높아져서다. 

스마트폰 AP 부문이 당장 화웨이와 미디어텍이 맺고 있는 '밀월 관계' 영향권에 놓일 전망이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에 따르면 모바일용 AP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매출 기준 점유율 14.1%로 3위를 달리고 있다. 2위 미디어텍과 점유율 격차가 재작년 13.9%포인트에서 10.5%포인트로 좁혀졌다. 다만 일각의 관측대로 화웨이 물량이 미디어텍분으로 흡수되면 격차가 재차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선 화웨이 거래를 발판 삼은 미디어텍의 중국내 영향력 확대도 우려한다. 미디어텍은 최근 자사 5G 통합칩을 중국 오포, 비보 등에 공급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영업을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는 엑시노스 외부 공급을 타진했지만 중국 메이주, 비보 등에 일부 납품분을 제외하고 추가 수주에 어려움을 겪는 중이다. 

모바일 AP에서 삼성전자 시스템LSI 물량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파운드리 사업부에 타격이 갈 수 있는 요소다. 삼성전자는 최근 중점적으로 밀고 있는 중저가 갤럭시 라인업 A, M, Z 등에 원가 절감을 이유로 엑시노스를 탑재하지 않고 있다. 파운드리 사업부로선 엑시노스 내부 물량 감소에 더해 외부 잠재 고객까지 빼앗길 수도 있는 상황이다.

미디어텍은 최근 TSMC와 7나노 스마트폰 AP 위탁 생산 계약을 체결하는 등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와 거리를 두고 있다.

다만 미디어텍은 이달 초 "(미국 정부 제재를) 우회하거나 회피하는 행동을 절대로 하지 않는다" 화웨이와 관계를 강화할 것이란 일각의 예측에 선을 그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당장 타격이 이뤄지진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미디어텍의 중국 영향력 확대는 삼성이 예의주시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엔티티 리스트 

미국 행정부에서 무역, 경제 발전 등을 담당하는 미국 상무부가 공표한다. 국가 안보와 외교 정책에 위협이 되는 개인, 기업, 정부 등이 기재된다. 엔티티 리스트에 오르는 개인이나 집단은 미국 기업과 수출·입, 기술이전 등 거래가 제한된다. 과거에는 본토 기술이 25% 이상 들어갔을 경우 미국 기업이 엔티티 리스트 기업과 거래할 경우 정부에 사전 승인을 받아야 했다. 이번에 상무부가 추진하는 정책은 해외 기업까지 거래 제한 범위를 넓히면서 미국 기술 적용률 문턱을 높이는 규제 강화안이다. '화웨이가 디자인한 제품'을 규제 대상으로 규정한 것을 두고 이른바 '화웨이 제재안'이라고도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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