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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화웨이와 비메모리 거래 '틀까 말까'

  • 2020.05.27(수) 16:20

화웨이 초미세공정 기술력 전무...구매처 확대 필요
엑시노스 공급 가능성 부상...미국 입장 반영시 거래 자제

'프레너미(Frienemy).' 비즈니스 세계에서 동업자이면서 경쟁자이기도 한 사업 관계사를 뜻한다. 중국 최대 스마트폰과 통신장비 제조사 화웨이와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를 거래하는 '친구'다. 동시에 5세대 이동통신(5G) 장비, 스마트폰 시장에서 1, 2위를 다투는 '적'이라는 이중적 관계를 유지했다.

화웨이와 삼성전자의 관계축이 아군쪽으로 좀 더 기울어질 가능성에 귀추가 주목된다. 미국 상무부가 제재 고삐를 당겨 발등에 불이 떨어진 화웨이가 삼성에 D램 등 메모리반도체에 이어 비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SOS'를 보낼 가능성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 화웨이폰에 갤럭시 심장?

화웨이와 삼성전자간 협력 가능성이 '그나마' 높은 부문으로 스마트폰 부품이 꼽힌다. 미국 상무부가 지난 15일(현지 시간) 밝힌 화웨이 등재 '엔티티 리스트(블랙리스트)' 규제 강화안이 스마트폰 부품에는 느슨하게 적용될 것이란 시각이 우세해서다. 

규제 느슨할 AP 거래 가능성
TSMC 결별설에 삼성이 '절실'
미 정부 의식해 거래 안할수도

이같은 관측은 미국이 화웨이의 통신장비용 비메모리 반도체 기술력이 높아지는 것을 사활을 걸고 억제하는데 근거한다. 상무부 관계자는 새 제재안이 "범위가 특정되면서도 전략적으로"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면서 제재 범위를 '화웨이가 디자인하거나 미국 소프트웨어와 장비가 쓰였을 경우'라고 콕 찝어 설정했다.

규제 강화안이 그대로 실행되면 화웨이는 주력 5G 장비 사업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미국 정부가 정보유출 가능성을 꾸준히 제기한 5G 장비에 쓰이는 로직(정보처리) 반도체가 규제 사정권에 놓여서다. 이 반도체는 화웨이가 자회사 하이실리콘이 설계하고 대만 TSMC가 위탁 생산한 자체 제품이다. 

즉, 정보유출 가능성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품목은 미국 정부가 거래를 눈감아 줄 수도 있다는 의미다. 화웨이가 설계하지 않은 스마트폰 부품은 정부 허가를 받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스마트폰 부품, 이 가운데 '스마트폰의 두뇌'라 불리는 핵심 부품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AP 수급에 비상등이 켜진 화웨이에 그나마 다행스러운 대목이다. 일본 닛케이는 18일 TSMC가 화웨이에게서 신규 주문을 받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그간 회로 선폭 14나노미터(1㎚=10억분의 1m) 이하 AP 생산을 도맡아 온 TSMC가 미국 정부 눈치를 봐 화웨이와 거래 관계를 끊는다는 소식이다.

대만 업계에 따르면 TSMC의 7노 이하 공정 미국 기술 의존도는 약 9%, 14나노 이상은 15%로 화웨이 설계, 기술 의존도 규제 항목 모두에 걸린다.

실제 TSMC와 거래 관계가 끊기면 화웨이에게는 대체 회사가 삼성전자 뿐이다. 화웨이는 자사 스마트폰에 탑재하는 최신 AP '기린990'과 이전 제품 '기린980'에 최첨단 기술인 7나노 공정을 적용했다. 7나노 공정은 그간 화웨이 최첨단 AP 제작을 도맡아온 TSMC, 삼성전자만이 제작 가능하다. 화웨이 파운드리(위탁 생산) 자회사 SMIC는 지난해 말에야 14나노 공정 생산이 가능해졌다.

실제 화웨이가 삼성전자에 스마트폰 AP '엑시노스' 공급을 요청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엑시노스는 삼성이 설계부터 생산까지 모두 자체적으로 진행해 내수용 갤럭시 시리즈에 탑재하는 부품이다. 이 때문에 엑시노스는 상무부가 추진하는 제재 강화안의 '화웨이 디자인'이란 규제 범위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삼성은 그간 비메모리에서 이미지센서 등 일부만 화웨이와 거래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이미지센서에 이어 스마트폰 AP로 거래 범위를 넓힐 유인도 있다. 삼성은 2030년 비메모리 반도체 1위에 등극하는 것을 목표로 거래처 확보에 열을 올리는 중이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화웨이 규제 강화안이 뜻하는 것은 스마트폰까지는 팔아도 된다는 것"이라며 "엑시노스 공급은 미국 동의만 받는다면 가능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 '결국은 경쟁자'

다만 삼성이 엑시노스 공급에 미온적으로 대처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치열하게 맞붙고 있는 두 회사의 경쟁관계를 감안해서다.

삼성전자와 화웨이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선두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출하량 기준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는 삼성전자로 전년 19%에서 소폭 오른 19.2%를 기록했다. 화웨이는 이 기간 13%에서 15.6%로 상승폭이 삼성전자를 넘어섰다. 지난해부터 지속된 미국의 화웨이 때리기에 반발한 중국내 '애국소비' 덕분이다. 반면 스마트폰 운영체제 구글 '안드로이드'가 탑재되지 않는 등 '함량 미달'로 화웨이의 스마트폰 해외 시장 매출은 이 기간 50%에서 38%로 하락했다. 

삼성전자 입장에서 추락하는 화웨이에 날개를 달아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무는 "삼성이 스마트폰 경쟁사에 엑시노스를 공급할 필요성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정치 이슈에 말려들지 않기 위해 비메모리에서 화웨이와 어떤 거래도 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TSMC의 매출에서 미국 업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60%를 넘는다. 화웨이가 차지하는 비중은 14.3%로 미국 기업의 4분의 1을 밑돈다. 비메모리 사업 확대를 꾀하는 삼성도 시장이 큰 미국내 기업과 원활히 거래하기 위해서 미국 정부의 입김을 의식할 수 밖에 없다.

실제 미국 정부를 의식해 화웨이와 거래를 포기한 기업도 여럿 나온 바 있다. 지난해 미국 상무부가 화웨이와 계열사를 처음으로 블랙리스트에 올린 뒤 현지 반도체 기업 인텔, AMD, 마이크론과 본토 기업이 아님에도 영국 ARM은 화웨이와 거래관계를 끊었다. 미국 정부가 수차례 거래제한 조치 적용을 유예했음에도 발 빠르게 움직인 것이다. 당시 미 상무부는 미국 기업의 소프트웨어와 기술이 25% 이상 적용된 기술을 사용한 현지 기업이 화웨이와 거래할 경우 사전에 정부로부터 승인을 받도록 했다.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을 맡고 있는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화웨이가 자체 고안한 반도체가 아니더라도 미국 정부가 거래 기업에 제재를 가할 수도 있다"며 "만일 엑시노스 거래 허가가 나더라도 미국 정부의 눈 밖에 날 가능성도 있다. 좀 더 사안을 지켜봐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마트폰 AP란

스마트폰에서 정보처리 기능이 주력이다. 메모리 반도체가 정보를 저장하면 이를 가공하는 역할이다. 컴퓨터에서 중앙처리장치(CPU)가 하는 역할을 스마트폰에서 수행하는 것. 최근에는 외부 네트워크와 통신 가능한 모뎀 등 주요 부품이 한꺼번에 조립되는 '통합칩'으로 진화하고 있다. 통합칩의 경우 스마트폰내 공간을 절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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