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살아나나 싶었던 국내 완성차 내수 판매가 다시 풀이 죽고 있다. 작년말 이후 공격적으로 신차를 출시해 대리점으로 소비자들을 끌어모으던 현대자동차와 쌍용자동차까지 5월이 지나면서부터 월별 판매량 추이가 꺾였다.
4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쌍용자동차·한국GM·르노삼성차 등 5개 완성차업체는 올해 상반기 내수(출고 기준) 시장에서 75만5037대의 차량을 판매했다. 작년 같은 기간(75만7003대)에 비해 0.3% 줄었지만 거의 엇비슷한 실적이다.
올 상반기 국내 수입차 판매가 20% 넘게 줄어든 것과 비교하면 그나마 선방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신규 등록대수로 파악한 올 1~6월 외산 수입차 판매량은 10만9314대로, 전년동기대비 22% 급감했다.
판매실적은 전반적으로 1년 전과 비슷했다고는 하지만 업체별로, 시기별로 들쭉날쭉했다. 현대차와 기아차처럼 같은 그룹 내 계열사 마저도 증감폭이나 추이가 따로 놀았다.
현대차는 올 상반기 국내에서 38만4113대의 차를 팔았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판매량을 8.4% 늘렸다. 5개 완성차 판매차량 둘 중 하나가 현대차다. 작년 상반기 46.8%였던 점유율은 올 상반기 50.9%로 높아졌다.
현대차가 상반기 가장 많이 판 모델은 '그랜저(IG)'로 총 5만3442대가 팔렸다. 업계 전차종 1위지만 작년 상반기보다는 8.6% 줄어든 것이다. 반면 3월 신차로 선보인 '쏘나타'는 전년동기 대비 47.4% 늘어난 4만8291대가 팔리며 현대차에서 1톤 트럭 '포터'(5만3096대)에 이어 3위, 업계 세단 전체 중 2위에 올랐다.
현대차 세단 모델은 상반기 총 14만1218대가 팔렸는데 이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1.3% 증가한 것이다. 최근 수년간 스포유틸리티차(SUV)에 밀려 감소세였지만 쏘나타가 이를 뒤집었다는 게 현대차 관계자 설명이다.
현대차는 SUV 판매량도 늘렸다. 싼타페가 4만4088대로 작년보다는 14.8% 줄었지만, 팰리세이드가 새로 3만1502대를 더하며 총 11만8704대의 판매고를 올렸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27.2%나 늘리며 'SUV 대세'를 입증했다.
별도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도 소폭이나마 판매가 늘었다. 상반기 'G70' 9076대, 'G80' 1만2288대, 'G90(EQ900 포함)' 1만899대 등 작년 상반기보다 1.1% 늘어난 3만2263대의 판매고를 올렸다. 특히 작년말 완전변경 모델을 선보인 최상위 모델 G90의 경우 111.9%의 판매신장을 기록했다.
현대차는 다만 월별로 봤을 때 3~4월 7만대를 넘었던 것이 6월 6만대를 갓 넘는 수준으로 줄어든 것이 아쉽다. '팰리세이드', '쏘나타' 등이 불러온 신차효과가 뒷심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대목이다. 전년대비 판매량 증감률도 4월에는 11.9%였지만 6월에는 2.5%에 그쳤다.
현대차와 달리 기아차는 내수시장 부진에 시달렸다. 올 상반기 판매량이 24만2870대로 전년동기보다 9.3% 감소했다. 5개사 중 내수 점유율도 32.2%로 전년동기보다 3.2%포인트 낮아졌다.
차종을 가리지 않고 부진이 심했다. 'K시리즈'를 중심으로 한 세단(경차 포함)이 1년 전보다 9.1% 줄어든 10만7899대, 다목적차량(MPV)를 포함한 SUV 라인이 12.7% 줄어든 10만2615대가 팔렸다.
가장 많이 팔린 건 '카니발'로 작년 상반기보다 9.4% 감소했지만 3만3836대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쏘렌토 역시 판매량은 25.6% 감소했지만 2만6681대로 기아차 중 두번째로 많이 팔렸다. 이어서는 경차 '모닝'이 2만4094대 판매됐는데 이 역시 작년 상반기보다 18.6% 감소한 것이었다.
기아차 중 작년 상반기보다 판매가 늘어난 것은 전년대비 179.4% 판매 신장을 보인 '쏘울'(4227대), 52.5% 늘린 '니로'(1만4917대), 22% 판매량이 증가한 최상급 세단 'K9'(5855대) 정도였다. 기아차는 하반기 신차를 집중 투입해 내수 회복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쌍용차는 현대·기아차에 이어 내수판매 3위를 굳히는 모습을 보였다. 올 상반기 작년 같은 기간보다 8.6% 많은 5만5950대의 내수 판매고를 올렸다. 5개사중 전년동기 대비 판매량을 늘린건 현대차와 쌍용차 뿐이다. 점유율은 7.4%로 1년 전보다 0.6% 높였다.
쌍용차는 연초 적재함을 늘린 픽업형 SUV '렉스턴 스포츠 칸'과 2월 '신형 코란도'를 출시했다. 이어 지난 6월에는 쌍용차 최초로 1.5 터보 가솔린 엔진을 탑재한 부분변경 모델 '베리 뉴 티볼리'도 선보였다.
렉스턴 스포츠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12.8% 늘어난 2만1621대의 판매고를 올리며 쌍용차중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이어 티볼리가 2% 줄긴 했지만 2만275대 팔려 뒤를 받쳤다. 코란도의 경우 총 7182대가 판매됐는데 이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300.1% 많은 판매량이었다.
내수 4위는 르노삼성차였다. 상반기 3만6506대를 판매했는데 이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10.8% 감소한 것이다. 점유율도 1년 전 5.4%에서 4.8%로 낮아졌다.
긍정적인 것은 연초 부진했던 판매가 5~6월 들어 다시 늘어나고 있는 점이다. 5개사중 유일한 우상향 추세다. 르노삼성은 작년 4분기 이후 노사갈등을 빚으며 생산은 물론 판매에도 차질을 빚어왔는데 차츰 정상을 찾아가고 있다는 관측이다. 6월 판매량은 7564대로 전월 대비 23.4%, 전년동월대비 6.2% 증가했다.
모델별로는 중형 SUV 'QM6'의 독주가 빛났다. 상반기 판매량이 1만6845대로 1년 전보다 31.6% 증가했다. 이에 이어서는 세단 'SM6'가 8478대, 'SM7'이 2088대 팔렸지만 각각 전년동기보다는 31.4%, 6.3% 감소한 것이었다.
한국GM은 5개 완성차사중 내수판매 최하위를 기록했다. 상반기 총 3만5598대를 팔았는데 이는 작년 상반기보다 16.2%나 줄어든 것이다. 1년 전 5.6%였던 점유율도 4.7%까지 낮아졌다.
한국GM이 가장 많이 판 차는 경차 '스파크'로 1만5776대였다. 다만 전년동기 대비 판매량은 6.6% 감소했다. 이에 이어서는 중형 세단 '말리부'가 6851대, 소형 SUV '트랙스'가 6233대 팔렸다. 이는 1년전보다 각각 10.3%, 28.8% 늘어난 판매량이다. 한국GM은 하반기 대형 SUV '트래버스'를 수입판매해 내수 회복에 나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