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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예병태號의 5개월 성적표...판매·실적·주가↓

  • 2019.08.09(금) 13:11

출범 후 판매량 정체..3위 수성 위기
공장 가동 중단 이어 첫 구조조정 단행

출범 5개월 차를 맞은 '예병태호' 쌍용자동차가 거센 위기에 직면했다. 출범과 동시에 정체된 자동차 판매량이 4개월 넘게 이어지면서 어렵게 차지한 내수 3위 지위를 도로 내놔야 할 판이다. 영업 적자 폭은 확대됐고, 상반기 5000원 대까지 치솟던 주가는 현재 3000원 대로 주저앉았다.

◇취임 후 4개월 연속 판매량 감소...신차 부진 영향

예병태호의 첫 시작은 괜찮았다. 렉스턴 스포츠와 코란도 등의 신차 효과로 전체 판매량이 고점에 달한 상황을 이어받은 터라 경영 환경은 그 어느 때 보다 좋았다. 월 판매량은 1만 대를 가뿐히 넘겼고 또 다른 주력 차종인 티볼리 출시까지 예고되면서 실적 상승 기대감을 더욱 키웠다. 예 사장이 취임 일성(一聲)으로 '흑자 전환'을 내걸었던 근거도 바로 여기에 있었다.
 
하지만 분위기는 한 달만에 달라졌다. 신차가 '반짝 효과'에 그치면서 내수가 흔들렸고 수출 물량까지 꺾이면서 불안한 기운이 감지됐다. 예 사장 취임 직전인 3월 1만 3590대에 달했던 월 판매량은 한 달 만에 1만 2713대로 감소했다. 이후에도 줄곧 줄어 지난 7월에는 1만 786대 수준으로 떨어졌다.

내수에서 대표 차종들의 인기가 예상보다 빨리 식은 게 가장 뼈 아팠다. 렉스턴 스포츠는 지난 1월 정통 픽업트럭인 '렉스턴 스포츠 칸' 출시로 상승세를 타는 듯 보였지만, 3월 잠시 '반짝'한 후 줄곧 내리막을 걸었다. 코란도 역시 출시 첫 달인 3월에만 고점을 찍었을 뿐 내리 하향세를 타고 있다.

티볼리의 인기도 예전 같진 않았다. 지난 6월 부분변경 모델을 통해 판매 반등을 노렸지만 성적은 기대 이하였다. 출시 첫 달에만 총 2940대가 팔렸는데 이는 작년 같은 기간 보다 20.4% 덜 팔린 규모다.

업계에선 쌍용차의 내수 부진을 '위 아래로부터 치인 결과'라고 해석하고 있다. 내수 점유율 3위인 쌍용차가 1, 2위인 현대차, 기아차로부터는 신차 경쟁에서 밀렸고 4, 5위인 르노삼성, 한국GM에게는 할인 경쟁에서 밀렸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쌍용차 대형 SUV G4 렉스턴의 경우 가성비를 앞세운 현대차의 팰리세이드에 밀리는 상황이다. 7월 판매량만 봐도 G4 렉스턴은 964대에 그친데 반해 팰리세이드는 3660대에 달한다.

티볼리 또한 국내 소형 SUV의 대표 격이지만, 역시나 가성비를 내건 기아차 셀토스에 수요를 뺏기고 있다. 셀토스는 판매 6일 만에 3335대 팔리며 티볼리에 이어 7월 국산 소형 SUV 판매 2위에 올라있다.

반면 르노삼성과 한국GM은 파격적인 할인 혜택을 앞세우며 쌍용차를 옥죄고 있다. 르노삼성은 곧 단종을 앞둔 SM5 2000대를 2000만원에 판매했다. 한국GM은 일부 차종에 한해 최장 50개월까지 할인해주는 혜택과 함께 부품가격을 최대 60%까지 낮춰주는 이벤트를 실행했다.

그 결과 쌍용차의 7월 전체 판매량이 1만786대로 전년 동기 대비 16.5% 꺾이는 사이 르노삼성은 총 1만5874대 팔며 월간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한국GM은 3만1851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5% 덜 팔았지만, 전월에 비해선 16.7% 더 판 것으로 나타났다.

기대를 모았던 신차 효과가 예상보다 빨리 끝나면서 실적도 미끄러졌다. 쌍용차는 지난 2분기 연결재무제표 기준 매출 9350억원, 영업손실 491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같은 기간과 견줘 매출은 0.72% 감소했고 영업손실은 857% 더 늘었다. 손실만 보면 무려 10분기째 적자다.

주가도 곤두박질쳤다. 쌍용차의 주가는 상반기 신차 출시와 수장 교체 소식이 전해지면서 한 때 5490원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9일 현재 쌍용차 주가는 3000원 대에 머물러 있다. 앞선 6일에는 일본의 백색 국가 제외 조치로 국내 증시가 추락하면서 덩달아 2950선까지 밀리기도 했다.

◇공장 가동 중단 이어 구조조정 결정.."판매 유인책 시급"

예병태 쌍용자동차 사장

상황이 심각해지자 예 사장은 결국 칼을 빼들었다. 지난 7월 공장 가동 임시 중단을 선언한 데 이어 오는 9월에는 인력 감원을 통한 구조조정에 나설 것을 시사한 것이다.

예 사장은 지난 6일 임직원을 대상으로 보낸 긴급 담화문'을 통해 "상반기 실적은 2011년 하반기 이후 최대 적자이자 예상보다 충격적인 어닝쇼크"라면서 "경영 정상화를 위한 구조조정을 9월중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먼저 부분적 조직 개편을 시행하고, (임직원 대상) 안식년제 등 쇄신을 단행할 계획"이라며 "정기 임원인사 이전에 10~20% 임원을 감원하고 급여도 삭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예 사장의 결정은 지난 7월 평택공장 가동 중단에 이은 두 번째 특단의 조치다.

앞서 예 사장은 지난 7월 사상 처음으로 평택공장 2라인의 가동을 임시 중단했다. 평택공장 2라인은 티볼리, 코란도, 투리모스를 생산하는 곳으로, 이들의 판매 부진으로 재고가 쌓이자 공장 가동을 잠시 멈추기로 한 것이다. 아울러 판매량이 급격히 떨어진 투리모스 디젤 모델은 생산을 중단키로 했다.

그러나 예 사장의 이같은 결단에도 하반기 쌍용차를 바라보는 시장의 견해는 밝지 못하다.

상반기 쏟아진 신차들의 판매가 잇따라 정체된 가운데 하반기 경쟁사들을 대응할 신차가 없기 때문이다. 쌍용차가 하반기 내놓을 신차로는 코란도 가솔린 모델이 유일하다.

업계 관계자는 "인력 조정 등 비용 감축에 따른 수익성 개선 효과가 기대되지만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것"이라며"지금으로선 비용 절감 노력 못지 않게 경쟁사들의 신차에 대응하는 판매 유인책 마련도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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