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2019'는 여러 면에서 주목할만 했다. 참가기업 1900여개 가운데 중국 업체(800여개)가 절반에 육박하는 비중을 차지했다. 더욱이 중국 업체들이 삼성전자의 더 세로 및 더 프레임 등 국내 업체들을 모방한 제품을 잇달아 내놓으며 '한·중 대전' 기미마저 엿보였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국내 업체간 갈등이 주가 됐다. LG전자가 삼성전자의 주력 텔레비전(TV) QLED 화질을 문제 삼으며 갈등에 불을 지폈다.
LG전자는 7일(현지시간) 기술 설명회를 열어 화질전쟁의 포문을 열었다. 박형세 LG전자 TV사업운영센터장(부사장)은 "삼성전자의 8K TV는 8K가 아닌 4K다"며 "LG전자는 진실을 알려야 할 의무가 있다"며 강한 어조를 내비쳤다.
구체적으로 LG전자는 삼성전자의 8K 해상도 TV 선명도가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국제디스플레이계측위원회(ICDM)는 정확한 문자 구분을 위해 8K TV 화질 선명도 기준을 '최소 50%'로 규정했다. LG전자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QLED 8K TV는 화질 선명도가 12%에 불과하다. 많은 픽셀을 탑재했음에도 성능이 이에 못미친다는 지적이다. 8K는 화소수가 3300만개로 4K(3840X2160)'라 불리는 초고화질(UHD) TV보다 4배 많은 현존 최고 해상도다.
여기에 더해 LG전자는 QLED TV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와 급이 다른 제품이란 점도 강조했다. 그 일환으로 IFA 전시장에 액정표시장치(LCD)의 한 종류인 자사 '나노셀 8K TV'와 QLED 8K TV를 나란히 배치하는 전략을 세웠다.
박 부사장은 "QLED, SUHD, 나노셀 등 이름은 달라도 모두 발광다이오드(LED)가 기본이다. OLED는 자발광"이라며 "삼성전자의 QLED에 맞는 급은 나노셀"이라고 꼬집었다.
LG전자는 뿐만 아니라 7일부터 '차원이 다른 LG OLED TV 바로 알기' 광고도 내보냈다. LED TV는 빛을 내는 광원인 백라이트가 필요해 제품 두께가 두껍고 검은색 등 색재현력이 좋지 못한 반면, OLED TV는 화소가 스스로 빛을 내 두께가 얇고 색을 원색에 가깝게 표현한다는 내용이다.
또 광고 중간에 LED 앞글자에 A, B, F, U, Q, K, S, T가 차례로 교체되는 장면을 보여주며 "LED TV도 백라이트가 필요한 LED TV니까요"라며 대놓고 QLED TV를 저격했다.
LG전자가 공격적으로 '삼성 때리기'에 나선 것은 QLED 급성장에 위기를 느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에 따르면 올해 2분기 2500달러 이상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삼성전자 점유율은 53.8%로 전분기(47.7%) 대비 증가했다. 반면 LG전자는 이 기간 점유율이 26.2%에서 17.8%로 줄었다.
LG전자는 삼성전자의 QLED TV와 이전부터 각을 세웠다. LG전자는 2017년 나노셀 TV를 공개하며 삼성 QLED TV보다 진보된 기술이 적용됐다고 주장했다. 또한 지속적으로 'QLED TV는 LCD의 한 종류로 화소가 자체발광하는 OLED와는 비교대상이 아니다'고 어필했다.이에 삼성전자는 'OLED TV는 번인현상으로 잔상이 남는다'며 맞대응한 바 있다.
LG전자는 삼성전자가 주도하는 '8K협회'에도 지금껏 참여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 8K TV 기준이 되는 성능, 사양 등 기준을 정립하기 위한 협의체다. 올해 1월 출범해 삼성전자, 파나소닉, 하이센스, TCL 등 16개 기업이 회원사로 참여했다.
삼성전자는 이에 대해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한종희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사장은 "많은 사람들이 1등을 따라하려 하고 헐뜯는다"며 "LG전자가 제시한 기준이 합당한지 잘 모르겠다"고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