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가 8K 텔레비전(TV) 시장에서 날을 세우고 있다. 이들은 17일 오전과 오후, 잇따라 설명회를 개최했다. LG전자가 설명회를 개최한다는 소식에 삼성전자가 이에 질세라 맞불을 놓으면서 벌어진 일이다. 내년 개최될 도쿄 올림픽 등으로 인한 시장 호재, 대형화되는 TV 수요를 감안하면 누구도 물러서기 어려운 처지다.
설명회장은 전쟁터 그 자체였다. LG전자는 경쟁사와 제품의 이름을 언급하는데 거리낌 없었다 과거 LG전자는 제품을 비교할 때도 "경쟁사 제품"이라며 이름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것을 자제했지만 이날은 달랐다.
LG전자는 삼성전자 QLED와 자사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의 근본적 차이를 강조차 두 제품을 패널 단위까지 분해해 전시하기까지 했다. 올해 2분기까지 4분기 연속 글로벌 시장에서 QLED에 OLED TV가 밀린 것에 대한 위기의식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 설명회는 급박하게 열렸다. LG전자가 강공으로 나올 것이란 소식에 전날 저녁에야 급하게 결정했다는 전언이다. 파워포인트 설명 자료도 없었다. 설명회는 LG전자가 지적한 화질선명도(CM)이 더이상 화질 기준치로 쓰이지 않고, QLED 기술력이 높다는 설명 위주로 진행됐다.
행사장에서 삼성전자 관계자는 LG전자에 대응차 자사 TV를 뜯을지 말지를 고민했다는 말도 했다. 실제 실행으로 옮겨지진 않았지만 그만큼 삼성전자가 경쟁사 설명회에 민감하게 반응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문제는 두 회사의 설명회가 자사의 강점보다 서로의 단점을 부각시키는 자리로 비춰졌다는 점이다. LG전자는 QLED TV 외곽에 녹색이 번지는 화면을 시연했다. 좁은 시야각을 보상하기 위해 픽셀작동 방식을 바꾸면서 문제가 생긴 것이란 추정을 내놓으면서다. 그러면서도 정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채 "삼성전자 기술설명회에서 물어보라"는 말만 반복했다.
삼성전자는 이에 대응해 OLED가 녹색화면만 띈 채 8K 영상을 재생 못하는 것을 공개했다. QLED TV는 인터넷에서 해당 영상을 생생하게 재생했다. 다만 자사 협력사와 협력한 콘텐츠라는 점에서 공정성 문제가 제기됐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날선 공방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글로벌 TV시장을 주도해온 이들의 경쟁이 산업 전체를 이끌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중국업체들이 양적이나 기술적인 측면 모두 턱밑까지 추격해온 상황에서 서로의 치부를 들추고, 상처를 남기는 방식이 과연 적절했는지는 의문이 남는다.
이날 설명회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아직은 예단하기 어렵다. 하지만 일반 사용자들이 이날 설명회를 참고한다고 해도 육안으로 QLED와 OLED TV 화질 차이를 판별해 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서로의 단점을 공격하는 이날의 공방이 '소비자 선택을 위한 것'이라기 보다 '소모적'이라는 생각이 드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