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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화의 LG, 독해졌다

  • 2019.09.20(금) 08:50

실적 책임 물어 CEO 교체…구조조정도
경쟁사 형사고소·제품 비교 등 날 세워

'인화'를 강조하던 LG가 독해졌다. 경쟁사에 칼을 들이미는 걸 주저하지 않고 구조조정에도 거침이 없다. 40대 총수인 구광모 회장이 취임하면서 그룹의 색깔을 바꾸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LG의 변화는 먼저 그룹 인사에서 엿볼 수 있다.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전도사'를 자임한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이 물러나고 그 자리를 정호영 LG화학 사장이 채웠다. 정기 인사도 아닌데 최고경영자(CEO)를 바꾸는 건 흔한 일이 아니다.

한 부회장 교체와 관련해 LG가 밝힌 대외적 명분은 '책임경영'과 '성과주의'다. 작년부터 시작된 적자에 책임을 물었다고 볼 수 있다. 다른 계열사 CEO들도 실적이 나쁘면 각오하라는 신호를 준 것과 다름없다.

재무통 임명…첫 임무는 구조조정
5000명 감축설…임직원 바짝 긴장

새롭게 투입한 정 사장은 재무통이다. 과거 권영수 부회장이 LG디스플레이 CEO로 있을 때 최고재무책임자로서 손발을 맞춘 사이다. 그가 해야할 첫 작업은 구조조정이다.

정 사장이 집행임원으로 근무를 시작한 17일 LG디스플레이는 임직원 명예퇴직 방침을 발표했다. 업계에선 전체 인력의 20% 가량인 5000여명을 줄일 것으로 보고 있다. 임원은 30%가 옷을 벗게 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이미 퇴직위로금(1인당 36개월치 고정급) 지급을 위한 실탄 마련을 끝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달 말 전환사채를 발행해 8100억원을 확보했다.

업계 관계자는 "직원뿐 아니라 임원들이 잔뜩 긴장해있다"고 전했다.

지난 4월에는 LG전자 평택 스마트폰 공장이 문을 닫았다. 생산라인은 베트남으로 옮겼고 평택공장에서 근무하던 750여명은 경남 창원 공장 등으로 흩어졌다. 만년 적자 사업부에 메스를 댄 것이다. 참고 서로를 배려하는 문화를 강조하는 LG도 적자 만큼은 더는 두고 볼 수 없었다는 얘기가 된다.

소송부터 비교광고까지
경쟁사와 날선 대립각

경쟁사에 대한 대응은 더욱 살벌해졌다. 지난 17일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가 SK이노베이션 본사에 들이닥쳤다. LG화학이 지난 5월 산업기술 유출방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SK이노베이션과 인사담당 직원 등을 형사고소한데 따른 것이다.

민사적 합의로 해결될 것 같던 배터리 소송이 형사사건으로 비화하면서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합의는 사실상 물건너 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경찰의 압수수색 하루 전만 해도 신학철 LG화학 부회장과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은 산업통상자원부 중재로 만나 합의 가능성을 타진했다.

LG전자가 8K TV 화질문제를 두고 삼성전자를 대놓고 공격하는 것도 전과 다른 점이다. 과거에는 '경쟁사 제품'이라며 에둘러 표현하는데 그쳤다면 최근에는 TV 광고 등을 통해 삼성 QLED를 직접 저격하고 있다. 지난 17일에는 LG트윈타워로 기자들을 불러 삼성 QLED를 뜯어보이는 과감함을 발휘했다. 삼성 제품을 졸지에 '마루타'로 만든 셈이다.

LG의 변화는 올해 연말 임원인사에서 다시 부각될 전망이다. 현재 권영수·신학철·조성진·차석용·하현회·한상범 등 6명의 부회장 중 신 부회장을 제외하면 모두 구본무 회장 때 CEO에 오른 사람들이다. 업계에선 아들인 구 회장이 부회장단 인사를 통해 자신의 경영색채를 한층 강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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