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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속해야 하는데' 삼성전자·하이닉스에 나타난 '우환'

  • 2020.02.03(월) 09:34

실적 부진에도 치솟던 주가, 신종 코로나에 '발목'
긍정적 시장 지표와 중국 매출비중 속 '딜레마'
장기적 메모리 시황반등 전망은 여전히 지속돼

국내 반도체 투톱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앞에 중국 우한지역에서 퍼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복병으로 껴들었다. 실적이 최저점을 찍고 반등할 것이란 기대감과 제품가격 상승 기대감에 지원사격을 받던 주가가 맥을 못추고 있다.

다만 여전히 두 회사 실적이 개선될 것이란 전망은 그치지 않고 있다. 지난해 저점을 찍고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 등으로 메모리 수요가 다시 확대될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 롤러코스터 탄 주가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 보통주 1주는 지난달 31일 기준 5만6400원에 거래가 끝났다. 28일 설 연휴가 끝나고 열린 첫 장에서 신종 코로나로 인한 수요위축으로 6만원대를 내준 뒤 3거래일 연속 가격이 떨어졌다. 지난달 20일 기록한 사상 최고치 6만2400원과 비교하면 이 기간 가격이 9.6% 급락했다.

SK하이닉스도 바이러스 이슈로 몸살을 앓았다. 지난달 22일 10만1000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설이 끝나고 열린 장에서 주가가 9만6300원으로 전 거래일보다 2.4% 바로 빠졌다. 이달 31일 주가는 93500원으로 최고점 대비 7.4% 떨어졌다.

전염병으로부터 비롯된 지정학 이슈가 실적반등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었다. 두 회사 주가는 지난해 좋지 못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그간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연간 매출(이하 연결기준) 229조5200억원, 영업이익 27조7100억원을 거뒀다고 8일 밝혔다. 전년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5.8%, 52.9% 감소했다. SK하이닉스는 매출이 26조9970억원, 영업이익이 2조7127억원으로 재작년보다 각각 33.3%, 87% 줄었다.

중국에 대한 두 회사의 높은 의존도가 시장을 불안하게 했다. 중국은 전세계 반도체 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큰손이다. 특히 지난해 3분기까지 회사 매출에서 삼성전자는 24%, SK하이닉스는 48%를 중국에서 벌었다. 애플 등 세계적 정보기술(IT) 기업들이 현지에 공장을 둔 만큼, 병이 확산될 경우 조업중단에 따른 메모리 수요약화 우려도 투자자들의 심리에 영향을 미쳤다. 양사가 둔 현지 공장이 중국 춘제 연휴기간 이후에도 가동중단에 들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보수적 시장 전망도 주가에 타격을 줬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30일 진행된 실적 발표회에서 올해 1분기 메모리 기준 D램 증가율이 전분기와 비교해 한자릿수 후반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더욱이 연간 D램과 낸드플래시 증가율을 각각 10% 중반, 20% 중반으로 전망하며 시장 기대치를 밑돌았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바이러스 문제로 당장 피해가 갈 것 같진 않지만, 일시적으로 반도체 수급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 '메모리, 다시 뛴다'

그럼에도 증권사들은 두 회사 주가가 장기적으로 상승세에 돌입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일시적일 뿐이며, 메모리 반도체 수요 증가세가 구조적으로 진입했다 판단해서다.

당장 두 회사 주력 D램 가격이 반등했다. 시장조사기관 D램 익스체인지에 따르면 기기가 켜진 상태에서만 정보를 저장하는 컴퓨터용 DDR4 8기가비트(Gb) D램 도매가(고정거래가격)는 지난달말 기준 개당 2.84달러로 전월보다 1.07% 올랐다. 13개월만에 첫 상승이다. D램 가격은 2018년 9월 8.19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이래 하락세로 반전해 지난해 10월 65%나 떨어진 바 있다.

기기가 꺼져도 정보를 저장하는 128Gb MLC 낸드플래시 개당 도매가는 4.56달러로 전월보다 3.17% 상승했다. 지난해 6월 3.93달러를 기록한 이후 오름세가 이어졌다.

메모리 가격 상승으로 전체 시장이 커질 거란 기대감도 나온다. 시장조사기관 IC인사이츠는 올해 D램과 낸드플래시 글로벌 시장이 매출 기준 전년 대비 각각 12%, 19% 성장한다는 전망치를 내놨다. 지난해 -37%, -27% 역성장한 것과 비교해 반전이다.

반도체 큰손들이 움츠렀던 구매를 재개할 것이라는 전망도 긍정적이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애플, 페이스북,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데이터센터 빅5 업체들의 지난해 3분기 설비투자액 합계는 211억달러로 전년동기대비 15% 증가했다. 앞으로도 설비투자 규모가 확대될 것으로 유진투자증권은 예측했다. 지난해 연간 데이터센터 등에 쓰이는 전세계 서버용 컴퓨터 출하량이 전년 대비 4~5% 줄어든 것을 감안하면 시장 확대를 점친 것이다.

전체 메모리 반도체 가운데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것이 30%, 데이터센터 탑재량이 20%에 이른다고 알려졌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연간 D램 매출 가운데 약 30%를 서버용에서 거둔다. 자료를 저장하기 위해 데이터 센터에 쓰이는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버(SSD)용 낸드플래시 공급은 덤이다.

도래하는 인공지능(AI) 시대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들뜨게 한다. 최근 AI에 사용되는 비메모리 반도체는 중앙처리장치(CPU)에서 그래픽처리장치(GPU)로 대세가 기울고 있다. 알파고로 대표되는 딥러닝은 수천에서 수만개 이상의 막대한 데이터를 입력하면 이를 실시간으로 처리하는 구조다. 한 가지 작업에 특화돼 여러 데이터가 몰리면 병목현상이 생기는 CPU와 달리 많게는 천만 개 이상의 화소를 다루는 등 병렬작업에 강한 GPU가 더 효율적이다. 컴퓨터 데이터 처리 방식이 중앙처리장치(CPU)가 중심이 되는 ‘폰 노이만 구조’에서 메모리와 GPU 등으로 무게 중심이 넘어가는 상황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1분기 그래픽용 D램 가격이 직전 분기 대비 5% 이상 올라 다른 D램 제품군 대비 가장 상승폭이 클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GPU의 속도를 좌우하는 그래픽용 D램에 강점이 있다. 두 회사는 가장 최신 버전인 6세대 제품을 필두로 전체 시장에서 70% 이상의 점유율을 지녔다. 그래픽용 D램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D램에서 차지하는 매출 비중이 10% 내외다. 두 회사는 한 발 더나아가 그래픽용 D램 다음 세대 제품 고대역폭메모리(HBM)에서 성능을 끌어올린 HBM2E도 양산 중이다.

증권사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추정 실적을 벌써부터 상향 조정하고 있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업계가 예측한 삼성전자의 올해 연간 매출은 252조7738억원, 영업이익은 39조6877억원이다. 3개월 전 예측치에 비해 매출은 2조132억원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2조4066억원 늘었다. SK하이닉스 매출과 영업이익 추정치는 매출 31조5470억원, 영업이익 7조3743억원으로 이 기간 각각 7572억원, 6156억원 증가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컴퓨팅 아키텍쳐가 AI 와 딥러닝 기반으로 진화하면서 더 많은 고품질의 메모리가 요구될 것임은 분명해 보여, 이에 대한 재평가가 점차 진행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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