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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실적 '새옹지마'

  • 2020.07.28(화) 08:33

[어닝 20·2Q]팬데믹 '공포수요'로 전화위복
수요처 재고 쌓여…하반기 실적 다시 꺾일듯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은 반도체 시장을 롤러코스터 위에 올려놨다. 사태 초기에만 해도 온통 불확실성이 가득했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예측불가의 상황은 바닥을 치고 올라오려던 반도체 경기에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예상이 짙었다. 하지만 웬걸. 1분기가 끝나갈 때쯤 우려는 씻은듯 사라졌다.

비대면이 표준이 된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은 메모리 반도체 수요 급증을 불렀다. 반도체 제조업체들의 2분기 깜찍 호실적은 그 결과물이다. 하지만 반도체 업체들은 이런 실적에도 환호하지 못하고 있다. 불확실한 시기를 지나면서 반도체 수요업체들의 창고에는 반도체 재고가 그득 쌓였기 때문이다.

◇걱정이 불러온 메모리 특수

지난 23일 공개된 SK하이닉스의 2분기 실적은 말 그대로 '어닝 서프라이즈'였다.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매출은 8조6065억원, 영업이익은 1조9467억원, 순이익은 1조2643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매출을 33.4% 늘린 것을 기반으로 영업익은 205.3%,순이익은 135.4% 급증시켰다. 이미 실적 개선을 예상한 증권사들의 예측도 넘는 성과였다.

영업이익률은 22.6%. 이 회사 분기 영업이익률이 20%를 넘겼던 건 반도체 수퍼사이클의 끝물이었던 작년 1분기(20.2%)가 마지막이었다. 이후 줄곧 한 자릿수 이익률을 기록하다 지난 1분기에야 겨우 두자릿수(11.1%)를 회복한 정도였다. 그러나 코로나 속에 한 분기를 더 지내며 수익성은 '더블'로 개선됐다.

SK하이닉스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차진석 부사장은 "코로나19에 따른 경영환경의 불확실성 속에서도 서버 메모리 수요 강세로 우호적인 가격 환경이 조성됐고, 주력 제품의 수율 향상 등 원가 절감이 동반되면서 실적 개선을 이뤘다"고 설명했다.

그는 1분기 실적발표 때만해도 "이전에 사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향후 글로벌 메모리 시장 전망은 불확실하다", "코로나가 장기화할 경우 불확실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등 긴장의 고비를 늦추지 않았다. 하지만 2분기 실적은 이런 걱정을 언제 했었냐는 듯 쾌조였다.

SK하이닉스의 주력으로, 매출의 70~80%를 차지하는 D램은 전 분기보다 출하량은 2% 증가하고 평균판매가격(ASP)은 15% 상승했다. 모바일 고객(스마트폰 제조사)의 수요가 부진했지만 상대적으로 수요와 가격이 견조했던 서버와 그래픽 제품의 판매가 늘어 이를 만회했다. 매출은 6조2820억원, 영업이익은 2조620억원, 영업이익률은 32.8%를 기록한 것으로 유진투자증권은 추정했다.

낸드(NAND) 플래시는 매출 2조310억원, 영업손실 1260억원, 영업이익률 -6.2%를 기록했한 것으로 추정됐다. 지난 분기 대비 출하량은 5% 늘고, 평균판매가격은 8% 상승했는데, 하반기 중에는 분기 흑자 전환 기대도 나온다. 우호적인 가격 흐름이 이어진 SSD(Solid State Drive) 수요에 적극 대응하면서 낸드 매출 중 SSD 비중이 처음으로 50%에 육박한 것을 안팎에서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그득한 창고에 드리운 그림자

하지만 이 같은 호실적은 반도체 업계가 '단기적 피크(Peak, 정점)'를 지났다는 지적을 함께 안고 나왔다. 코로나 불확실성으로 반짝 특수를 맞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수요처 재고 창고가 어느정도 채워졌기 때문에 하반기에는 주문 물량도 줄어들고 단가도 받쳐주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이 짙어졌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 대부분이 시장 예상치를 상회하는 실적을 발표했고 SK하이닉스도 마찬가지"라며 "상반기 D램 가격 상승 요인은 불확실성에 대비한 고객들이 '안전재고'를 확보하려는 수요 영향이 있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수요처들이 하반기에도 계속 재고를 쌓아간다면 몰라도 그렇지 않다면 통상적 계절적 수요 증가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SK하이닉스가 본격적으로 실적이 회복되는 국면에 선 것이 아니라 다시 내리막길 앞에 섰다는 얘기다.

SK하이닉스 역시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하반기 닥칠 D램가격 조정이나 수요 감소를 우려하고 있다는 점을 감추지 않았다. 박명수 D램 마케팅 담당은 "하반기말 기준 고객사 재고 수준이 2분기 말보다 건전해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답했는데, 이는 수요처가 추가 구매에 나서기보단 재고를 선제적으로 이용할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됐다.

SK하이닉스의 분기 실적은 내년 상반기까지 조정을 거칠 전망이다. 신한금융투자의 경우 올해 3분기 SK하이닉스의 매출을 8조1800억원, 영업이익은 1조5300억원으로 예상하는 등 2분기에 비해 외형과 수익성 모두 꺾일 것으로 봤다. 이 증권사 최도연 애널리스트는 "수급이 팽팽한 상황에서 D램 등의 가격 조정이 일어날 수 있다"면서 "다만 수요처에서 아직 적극적인 물량 감소 요청은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하반기가 마냥 어두운 것만은 아니다. 아직은 부진한 모바일 칩 수요가 살아나면 또 다른 반전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D램 업황 개선을 위한 마지막 퍼즐은 모바일 수요 회복"이라며 "3분기 후반 분위기가 급반전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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