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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더미 아시아나' 품는 HDC현대산업개발, 괜찮나?

  • 2020.05.19(화) 16:51

아시아나, 1분기 부채비율 6279.8%
코로나 직격탄 2분기 자본잠식 가능성도
현대산업개발, 아시아나 부실 전이 우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이 6279.8%로 치솟으며 재무 건전성에 경고등이 켜졌다.

아시아나항공이 빚더미에 올라 앉았다고 최악의 상황으로 내몰리는 것은 아니다.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합병하는 HDC현대산업개발이 2조101억원의 자금을 수혈하고 최근 정부가 1조7000억원 지원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부채비율이 6000%가 넘는 부실 회사를 인수하는 HDC현대산업개발이다. 현대산업개발의 우량한 재무구조가 동반 부실에 빠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 부채비율 왜 급증했나

19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 1분기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은 6279.8%이다.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은 2017년 565.9%, 2018년 781.5%, 2019년 1386.7% 등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올해는 상황이 특히 심각하다. 지난해까지 금호그룹의 경영실패, 미·중 무역분쟁, 한·일 갈등 등 악재가 이어진 가운데 올해 코로나19까지 터지면서다.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인 에어부산 부채비율도 작년말 811.8%에서 올 1분기 2064.4%로 치솟았다.

대당 3000억~4000억원에 이르는 비행기를 리스하는 항공사 특성상 부채비율이 다른 산업군에 비해 높은 편이지만 아시아나항공은 '선'을 넘어선 상황이다.

아시아나항공과 같은 대형항공사(FSC)인 대한항공의 1분기 부채비율은 1222.6% 수준이다. 제주항공 (483.3%), 진에어(359.1%), 티웨이항공(352.5%) 등 저비용항공사(LCC)의 부채비율은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300~400%를 유지했다.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이 급증한 이유는 '부채비율 공식의 분모'인 자본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의 1분기 자본은 2103억원으로 작년말(9083억원)보다 76.9% 급감했다. 1분기 6833억원의 당기순손실이 발생하면서 결손금이 1조5438억원까지 누적됐고, 이 결손금이 자본을 갉아먹은 것이다.

여기에 '부채비율 공식의 분자'인 부채(13조2041억원)도 직전분기보다 4.8%(6089억원) 늘었다.

보통 기업의 부채비율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채권 등 조기상환의 트리거(방아쇠)가 작동해 부도 위험에 내몰리게 된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파산 방아쇠'가 당겨질 가능성은 아주 낮다.

우선 작년말 아시아나항공 인수 계약을 맺은 현대산업개발이 2조1800억원의 자본을 수혈할 계획이다. 또 지난달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아시아나항공에 마이너스 통장 격인 한도대출 1조7000억원을 열어뒀다. 이 한도까지 필요한 만큼 가져다 쓰란 얘기다.

◇ 현대산업개발 불안불안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현대산업개발의 1분기 부채비율은 102.1%로 재무구조가 튼튼하다. 딱 자본 수준만큼의 부채를 빌려 쓴다는 얘기다. 1분기 영업이익(1373억원)도 전년동기대비 35.3% 증가했다. 매년 이익이 쌓이면서 이익잉여금도 7008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게 되면 얘기는 달라진다.

현대산업개발의 재무구조가 아무리 우량하다해도 부채비율이 6000%가 넘는 회사를 인수하기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더욱이 아시아나항공 덩치(자산)가 현대산업개발의 2배가 넘는다.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는 현대산업개발의 '예상항로'를 훌쩍 벗어났다. 작년 11월 정몽규 HDC그룹 회장은 "신주를 2조원 이상 증자하면 아시아나 항공의 부채비율이 300% 미만으로 내려간다"고 낙관했다. 작년 3분기 아시아나항공 부채비율 659.5%에 근거해서다. 하지만 예상치못한 코로나19가 터졌고 아시아나항공 부채비율은 6279.8%로 치솟았다.

현대산업개발은 아시아나항공 주식 인수일을 지난달 30일에서 무기한 연장한 상태다. 국내외 정부의 기업결합 승인이 당초 예상보다 늦어지면서다.

코로나19로 항공업계가 최악의 경영난에 빠진 상황에서 현대산업개발이 인수 일정을 미루자 업계에선 '인수를 포기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지만 현대산업개발의 인수 의지는 확고하다는 분석이 많다.

만일 다음달이라도 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을 최종 인수하게 되면 두 회사는 재무제표는 하나로 연결된다. 우량 회사와 불량 회사가 '살림'을 합치게 되는 셈이다.

특히 올 2분기 코로나19로 실적이 더 악화될 경우 아시아나항공은 자본잠식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의지는 확고한 것으로 안다"며 "러시아 기업결합심사가 늦어지고 있는데 그외 작업은 이미 다 마친 상태다. 조만간 러시아 결과가 나오면 6월말까지 인수 작업이 마무리 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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