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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 인수결렬 수순, 한화가 떠오른다

  • 2020.09.04(금) 16:38

한화-대우조선해양 딜 무산과 닮은꼴 수순
외부 충격 결정타·'네탓' 공방으로 이어져
이행보증금 2500억원 몰취?…법정공방 불가피

"HDC그룹은 항공산업뿐 아니라 모빌리티 그룹으로 한걸음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19.11.12. 아시아나항공 우선협상자 선정 직후 정몽규 HDC그룹 회장)

"우리 그룹은 세계적인 기업으로의 미래성장을 가속화할 대전기를 마련하게 됐다"(08년.11.14 산업은행과 대우조선해양 지분매각 MOU체결 직후 김승연 한화 회장)

"어느 정도인지조차 모를 경영부실이 가득한 상태 그대로 아시아나항공을 HDC현대산업개발에게 아무런 대책 없이 떠넘기려고만 하고 있다. 정당한 재실사 요청에는 일절 응하지 않으면서 무조건 즉각적인 인수만을 강요하며 계약 불이행 책임을 HDC현대산업개발에 전가하는 매도인 측의 행동이 과연 책임있는 행동인가"(20.8.6. HDC현대산업개발측 입장)

"전대미문의 금융위기 속에서도 계약 성사를 위해 상호 윈윈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을 제시했지만 수용되지 못해 아쉽다. 조선경기가 급속히 위축되고 있고, 대우조선해양의 부실규모가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정밀실사없이 본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무리였다."(09.1.22. 결렬 직후 한화 사장단 회의)

10개월 가까이 끌고왔던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이 사실상 결렬 수순을 밟고 있다. 금호산업의 계약해지 통보 등의 절차가 남아 있긴 하지만 사실상 '노딜'로 막을 내린 것으로 보고 있다.

이같은 HDC현산의 아시아나 인수전과 결렬의 과정은 지난 2008년 한화의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을 떠올리게 한다. 각각 코로나발 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외부 충격이 매각 결렬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고, 결렬의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고 있는 점도 닮았다.

이행보증금을 놓고 '명분쌓기'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한다. 한화가 이행보증금을 돌려받기 위해 9년간 산업은행과 법적공방을 벌였듯 HDC현산도 '이행보증금' 2500억원'을 놓고 이같은 수순을 밟게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 '외부 충격' 결정타…더 커진 승자의 재앙 우려

정몽규 HDC그룹 회장은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 컨소시엄을 통해 아시아나 인수전에서 2조5000억원이란 거액을 써내면서 시장을 놀래켰다. 경쟁 컨소시엄에서 써낸 가격과도 차이가 컸다.

정 회장은 우선협상자 선정 직후 기자회견장에 나와 '모빌리티그룹'으로의 도약을 강조하며 M&A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김승연 한화 회장도 2008년 11월 산업은행과 대우조선해양 매각 MOU를 체결한 후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대우조선해양은 장차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이라고 언급하는 등 대우조선 인수에 대한 기대가 컸다.

두곳 모두 각각 항공과 조선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고 도약의 계기로 만들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위기는 M&A의 결정적인 변수가 되고 말았다.

올초부터 코로나19(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세가 커지더니 전세계적인 유행으로 번졌고 비행기는 뜨질 못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악화일로를 걸었다. 가뜩이나 부채비율이 높았는데 점점 더 빚더미에 깔렸다. 우선협상자 선정 당시 659.5%였던 부채비율은 2291%로 치솟았다.

줄곧 HDC현대산업개발을 압박했던 '승자의 재앙' 우려는 더욱 짙어졌다. 그나마 견실했던 HDC현대산업개발 마저 위협에 빠뜨릴 수 있다는 위기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한화 또한 갑작스런 글로벌 금융위기로 금융시장이 경색되고 6조3000억원이 넘는 인수자금 조달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한화는 당시 인수전에 뛰어들었던 포스코, GS 등 경쟁사와 비교해 자금조달력에서 열세라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지난해 11월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매각 우선협상자로 선정 직후 정몽규 회장이 기자간담회를 하는 모습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앞으로 더 치열해질 '네탓' 공방

시장에선 일찌감치 아시아나 매각 결렬 가능성을 점쳤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정몽규 회장을 만나 매각대금 1조원을 깎아주겠다고 했지만 이를 선뜻 받아들일 가능성은 높지 않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2조5000억원중 1조원을 깎아주겠다고 한 것 자체가 현재 아시아나항공의 심각성을 드러내는 것"이라며 "지금 상황에서 이를 받아들일 곳이 어디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미 양측의 네탓 공방은 시작됐다. 지난달초 이동걸 산은 회장은 "현산에 모든 책임이 있다"고 언급했고 이에 대해 HDC현대산업개발도 "계약해제의 책임은 전적으로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에 있다"고 맞섰다.

아울러 "아시아나항공을 살리기 위해선 12주 재실사를 통해 현재의 상태를 제대로 파악하고 향후 예측되는 손실이 얼마인지를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산업은행의 최후통첩에 대해서도 지난 2일 "12주 재실사"를 요구하는 메일을 보낸 것으로 전해진다.

2008년 한화는 조선업황 악화에 따라 본계약 이전 정밀실사를 요구했다.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인수대금 분할납부에 이어 분할매각(산은 보유 지분 60% 선납, 40% 추후 매입) 등 인수조건 변경도 요구했다. 산은은 받아들이지 않았고 이행보증금 3150억원을 전액 몰취했다. 2009년 1월21일 대우조선 매각은 무산됐다.

◇ 한화처럼 해피엔딩(?)될까

한화는 이행보증금 반환 소송을 통해 당시 계약 무산의 주 요인이 확인실사를 하지 못했고 최종계약 체결 전 검토가 필요한 최소한의 자료도 받지 못했던 점을 강조했다. 1심, 2심 판결을 뒤엎은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한화는 이행보증금 일부(1951억원)를 돌려받았다. 9년간의 공방 끝에 2018년의 일이다.

HDC현대산업개발 역시 산업은행이 매각 무산의 책임을 물어 이행보증금 전액을 몰수할 경우 이같은 수순을 밟게 될 것으로 보인다. 2500억원은 HDC현대산업개발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2845억원)과 엇비슷한 수준으로 적지 않은 금액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무산되면 정 회장이 강조한 '모빌리티 그룹'으로의 도약도 멀어진다. 본업인 주택사업(건설) 이외에 호텔, 면세점, 항공으로 이어지는 사업다각화도 한동안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동반부실로 인한 '승자의 재앙'은 막았지만 주택사업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이익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새 성장 축을 찾아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된 셈이다. 어렵사리 이행보증금을 돌려받은 한화의 경우 처럼 '해피엔딩'으로 끝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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