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을 주축으로 하는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이 HDC현대산업개발의 재실사 요청을 거절했다.
나아가 재실사를 핑계로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이 무산될 경우 책임은 모두 HDC현산 측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른 시일 내 협상 테이블에 앉을 것을 주문했다.
산은은 3일 온라인 브리핑을 열고 지난달 26일 HDC현산 측의 재실사 요구와 관련해 '수용불가' 방침을 명확히 했다.
이날 브리핑에 참석한 최대현 산은 기업금융부문 부행장은 "현산의 재실사 요청은 과도한 수준이며 실무자들이 거래종결을 위해 대면 인터뷰를 요청했음에도 응하지 않다가 거래종료일이 닥치고 나서야 재실사를, 그것도 서면으로 요청했다"며 "인수에 대한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산은은 현산이 아시아나의 M&A를 마무리 지으려면 시장에서 신뢰할 수 있는 인수 의사를 타진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최 부행장은 "진정 인수 의사가 있다면 일부 증자, 계약금 추가납입 등 책임있는 조치를 취해 시장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며 "이러한 현산의 인수 의지에 대한 전제가 성립돼야 제한적인 재실사를 허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채권단은 매각 무산을 대비한 '플랜B'를 마련해 뒀다고 했다.
최 부행장은 "매각 무산 시 아시아나항공의 영업이 정상화 될 수 있도록 시장안정 도모와 유동성 지원, 영구채의 주식 전환 등 채권단 주도의 경영 관리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경영 안정화 후 자회사 처리, 분리 매각 등은 시장 상황을 고려해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새로운 매수자는 대기업 그룹, 사모펀드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둘 것"이라며 "대형 사모펀드의 경우 투자적격성 여부에 대한 정부의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산은은 매각 무산시 법적 책임을 물을 준비도 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최 부행장은 "M&A가 성사되지 않을 경우 계약금 반환 소송은 불가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동걸 산은 회장도 "금호와 채권단은 모든 책임이 현산 측에 있다"며 "계약 무산 관련한 사항들은 현산측이 제공한 원인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 회장은 현산이 거래종료일을 앞두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마지막 협상 테이블에 앉을 것을 주문했다.
이 회장은 "현산이 지난 연말 컨소시엄을 형성, 2조5000억원을 투입했을 당시 항공산업 전망을 밝게 봤다고 생각한다"며 "코로나19로 항공산업이 어려워졌지만 국가가 나서 자국의 항공산업 극복을 위해 노력 중이다. 이 어려움이 없어지면 미래가 어둡지는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현산의 심사숙고 이후 협의를 요청하면 금호나 채권단은 성실히 협의에 임하겠다"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진중하게 마지막 협의를 해달라"고 덧붙였다.
현산과 금호산업의 아시아나 M&A의 계약 성립 기한은 오는 11일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