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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그는 왜 현대차 사옥을 갔을까

  • 2020.06.26(금) 10:56

"주행로 같이쓰자"며 현대차 찾은 한국타이어 부회장
"제네시스 타이어 리콜 후 느슨해진 관계 강화 신호탄"
한국타이어 "작년부터 비즈니스관계 회복" 기대감

지난 17일 현대자동차 양재동 사옥에선 '현대차그룹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센터 건립' 조인식이 열렸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이하 한국타이어)의 지주회사인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이 충청남도 태안에 만드는 아시아최대 규모 '주행시험장'내에 현대차 전용 '서킷'이 들어선다는 계약이다.

경영적 측면에선 특별할 것 없는 조인식이었지만 두 그룹의 오너 경영인이 참석하며 무게감이 달라졌다. 이날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과 조현식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부회장이 손을 잡자 업계에선 단순한 조인식의 의미를 넘어선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 25일 한국투자증권이 낸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보고서를 보자. 김진우 연구원은 "한국타이어와 현대차의 협력 강화 신호탄"이라며 "2015년 제네시스 타이어 리콜 이후 다소 느슨해진 협력 관계를 복원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17일 현대차 양재사옥에서 열린 '현대차그룹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센터 건립' 조인식에서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과 조현식 한국타이어 부회장이 손을 잡았다. 두 사람은 1970년생으로 경복초등학교를 같이 다녔다.

무슨 일이 있었나?

업계에선 동반 성장하던 현대차와 한국타이어의 관계가 틀어진 계기가 2가지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2014년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한온시스템(옛 한라비스테온공조) 지분 인수, 2015년 제네시스 타이어 리콜 사태다.

2014년 한국타이어는 사모펀드 한앤컴퍼니와 함께 자동차 공조부품 기업 한온시스템을 공동 인수했다. 한국타이어가 보유한 한온시스템 지분은 19.49%에 머물렀지만 향후 한앤컴퍼니가 지분(50.5%)을 팔 때 우선적으로 인수할 수 있는 '우선매수권'을 확보했다. 이익 실현이 목적인 사모펀드의 특성을 감안하면 사실상 한국타이어가 한온시스템을 인수하는 구조인 셈이다.

그간 한온시스템으로부터 공조부품을 공급받아온 현대차는 이번딜에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한온시스템을 비싸게 인수한 사모펀드가 단기간에 이익을 내기위해 연구개발 비용을 줄여 품질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현대차 내부에선 공조장치 공급망을 다각화하겠다는 강경한 목소리가 나왔다.

그 이듬해 현대차의 고급브랜드 제네시스 타이어 리콜 사태까지 터졌다. 2015년 제네시스 타이어에 미세한 틈새(크랙)가 발생하면서 현대차는 1만2000여대를 리콜했다. 문제의 타이어는 한국타이어의 '벤투스S1노블2'였다.

벌어지는 틈새

이후 두 회사 간에도 '미세한 틈새'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현대차는 신차에 탑재되는 타이어의 납품처를 해외 타이어회사로 넓혔고, 한국타이어는 해외 자동차 회사로 공급망을 확대했다.

두 회사의 거래가 얼마나 줄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데이터는 없지만 현대차의 신차에서 한국타이어를 찾아보기 힘들어졌다는 점은 분명하다.

지난해 출시돼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팰리세이드에는 브릿지스톤과 미쉐린 타이어가, 올해 초 선보인 쏘렌토에는 콘티넨탈 타이어가 각각 장착됐다. 2015년 타이어 탓에 대규모 리콜 사태가 벌어졌던 제네시스가 올해 출시한 G80에도 피렐리와 콘티넨탈 타이어가 탑재됐다. GV80 타이어도 피렐리와 미쉐린이다.

작년 출시 이후 7개월째 국내차 판매량 1위를 지키고 있는 더 뉴 그랜저에는 한국타이어가 18인치 타이어를 공급했지만 주력인 17인치 타이어는 금호타이어와 넥센타이어가 납품하고 있다. 지난 4월 출시된 아반떼에도 주력인 16인치는 금호타이어이고, 한국타이어는 15·17인치 공급을 맡았다.

현대차는 신차의 스팩을 맞출 수 있는 부품 회사와 협력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신차의 부품들은 공개 입찰을 통해 들어온다"며 "신차의 스팩을 맞출수 있느냐가 타이어 등 부품 수급의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설명했다. 이어 "타이어 공급망을 다양화하는 것도 부품 수급을 위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작년부터 점차적으로 회복"

현대차 납품 감소가 한국타이어 실적에 얼마나 영향을 줬는지 분석할 수는 없다. 하지만 현대차와 관계가 느슨해진 이후 한국타이어 실적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2016년 1조1032억원에 이르던 한국타이어 영업이익은 지난해 5440억원으로 급감했다. 3년만에 이익이 반토막난 것이다. 매출도 2014~2019년 6년째 6조원대에 머물러 있다.

물론 이 기간 현대차 실적도 내리막을 걷던 침체기다. 현대차 영업이익은 2016년 5조1935억원에서 지난해 3조6055억원으로 3년새 30.6% 감소했다. 한국타이어의 실적 악화가 전적으로 현대차 탓이라 할 수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더 다급한 쪽은 한국타이어다. 올해 초 열린 한국타이어 컨퍼런스콜에서 회사 재무 담당자와 애널리스트간에 오간 질의응답을 보자.

Q. 현대차그룹에 대한 점유율 개선 여지는 있나?
A. 비즈니스관계는 작년부터는 점차적으로 회복되고 있다. 앞으로 점유율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박종호 부사장, 박정수 상무 등이 참석했는데 한국타이어 경영진도 현대차와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올해초 신년사에서 조현식 부회장이 내세운 성과에도 현대차는 없었다. 그는 "포르쉐 카이엔과 아우디 Q8에 신차용 타이어를 공급함으로써 프리미엄 브랜드로서의 가치를 전 세계에 알렸다"고 강조하는데 그쳤다.

다시 17일 양재동으로

이 같은 '스토리'를 알고 나면 이번 조인식을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지 게 된다.

어디서, 누구를 만났는지가 중요한 외교관계와 마찬가지로 비즈니스관계에서도 최고경영진이 어느 행사에 참석할지, 누굴 만날지는 전략적으로 결정된다.

이번 조인식의 내용을 보면 현대차에 유리한 계약으로 해석할 여지가 많다.

한국타이어가 만드는 태안 주행시험장의 부지면적은 축구장 약 176개 크기인 126만m² (약 38만평)에 이른다. 물론 이 부지는 한국타이어 소유다. 이곳엔 총 길이 4.6km에 이르는 고속주회로와 다양한 노면의 시험로가 들어선다.

현대차그룹은 이 주행시험장의 거의 모든 시험로를 사용하게 된다. 또 현대차그룹은 이 부지 위에 8개의 코스로 구성된 자체 주행체험 시설과 9602m²(2905평) 규모의 지상 2층 건물도 짓는다.

주행시험장 사용료나 건축비 분담 등 세부적인 계약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간 고객을 위한 주행로가 없었던 현대차그룹 입장에선 한국타이어 부지 위에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센터'가 지어진다는 것은 최소한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다.

여기에 조인식도 현대차의 본사인 양재사옥에서 열렸고, 조현식 부회장이 직접 양재동을 찾았다는 점도 어느 쪽이 더 다급한 상황인지 유추하기 어렵지는 않다.

김진우 연구원은 "향후 현대차그룹의 신차용 타이어 수주로 이어지는지가 중요하다"며 "납품 스케줄을 고려한 시점은 2022년 이후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조인식을 계기로 두 회사의 비즈니스 관계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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