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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시름 앓은 효성, 속은 다졌다

  • 2021.02.26(금) 17:30

[워치전망대-어닝인사이드]
효성 5개 주력사, 연간 영업익 6368억원
강력했던 코로나 여파… 4분기엔 회복세

효성그룹 실적이 지난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직격타를 맞으며 다시 움츠러들었다. 재작년 주력 5개사의 영업이익이 3년만에 1조를 넘겼던 것에 비하면 3분의 2가량으로 줄어든 수준이다. 다만 4분기 기대 이상의 실적을 거두는 등 하반기로 갈수록 분위기가 개선돼 다시 희망을 보고 있다. 지주사 체제 전환을 마무리하면서 재무구조도 개선됐다.

◇ 3년만에 합류했던 1조 클럽 '탈락'

효성그룹의 주력 5개 회사의 지난해 총 매출은 15조1400억원, 영업이익은 6368억원이었다. 이는 지난 2019년 매출 18조119억원, 영업이익 1조102억원에 비해 각각 15.9%, 36.9% 감소한 수준이다. 효성캐피탈이 합산 실적에서 제외한 것을 감안해도 큰 감소폭이다.

지난해 ㈜효성의 매출액은 2조7826억원으로 전년 대비 12.4%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31.3% 줄어든 1388억원이었다. 지난 2019년 최대 실적을 달성했던 금융 정보기술(IT) 자회사인 효성티앤에스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작년 효성티앤에스 매출은 전년 대비 3.6% 줄어든 9098억원, 영업이익은 3.9% 감소한 934억원이었다. 

지주사뿐 아니라 연결 실적에 지분법으로 반영되는 자회사들도 모두 분위기가 나빴다. 스판덱스를 주력으로 하는 효성티앤씨의 지난해 매출액은 5조1616억원, 영업이익은 2666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3.7%, 17.4% 감소했다. 영업이익률은 재작년 5.4%에서 작년 5.2%로 소폭 낮아졌다.

타이어 보강재, 고강도 섬유 소재 아라미드 등 산업재가 주력인 효성첨단소재는 전년 대비 21.6% 줄어든 2조394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42억원으로 78.4%나 급감했다. 영업이익률은 2019년 5.2%에서 작년 1.4%까지 수직 하락했다.

효성중공업 역시 부진을 면치 못했다. 지난해 연간 매출액은 2조9840억원으로 전년 대비 21.1%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441억원으로 전년(1303억원) 대비 3분의 1 수준까지 줄었다. 영업이익률 역시 3.4%에서 1.5%로 급락했다.

효성화학은 다른 계열사에 비해 선전한 편이었다. 효성화학의 작년 매출액은 전년 대비 0.3% 증가한 1조8172억원이었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8억원가량 줄어든 데 그친 1531억원이었다.

◇ 4분기 쏘아올린 희망

연간으로 보면 그룹 전반이 침울해 보이지만 4분기만 떼어놓고 보면 상황이 다르다. 주요 계열사들이 2분기 코로나19의 타격을 크게 받은 이후 꾸준한 회복세를 그리고 있어서다. 관련기사☞ 조현준호 효성 역대급 타격…'이 또한 지나가리'

특히 효성티앤씨의 경우 4분기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실적 상승의 원인은 '스판덱스'였다. 스판덱스는 레깅스, 요가복 등 기능성 의류의 원단으로 쓰인다. 코로나19 이후 실내에서 운동하는 '홈트족'이 늘면서 의류 수요가 회복되기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제품 가격이 빠르게 반등해 스판덱스의 수익성이 급격히 개선된 것이다.

효성티앤씨는 지난해 2분기 82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이후 3분기 605억원을 기록하며 회복세를 보였다. 이후 4분기에는 전 분기보다 두 배 이상 많은 1234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올해 전망도 좋다. 스판덱스 시황의 호조가 올해 연말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서다. 한상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재고일수가 8일에 불과할 정도로 수급이 타이트한 가운데, 요가복·레깅스 수요가 견조하게 이어지고 있다"며 "계획된 신증설이 대부분 연말에 집중돼 있어 스판덱스 시황 호조는 최소 연말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효성첨단소재 역시 작년 4분기 전 분기 대비 208.8% 증가한 영업이익 367억원으로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자동차 시장 회복에 따라 타이어 보강재의 가동률이 상승하고 베트남 스판덱스 플랜트의 수익성이 큰 폭으로 개선된 효과다.

다만 계열사별로 희비는 갈렸다. 연간 실적에서 선전했던 효성화학은 4분기 영업이익 201억원으로 다소 부진했다. 전 분기 대비 19.2% 감소한 수준이다. 지난해 12월 중순 공장 인근에서 정전 사고가 발생해 올해 1분기 예정됐던 정기보수를 조기에 실시하면서 생산량이 감소했고, 보수비용도 발생했다. 

효성중공업도 분위기가 좋지 못했다. 효성중공업 지난해 4분기 실적은 매출 6649억원, 영업이익 245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시장 컨센서스를 각각 4%, 42% 밑도는 수준이었다. 중공업 부문에서는 희망퇴직 위로금 230억원과 반덤핑관세 330억원 등 일회성 비용으로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건설 부문에서도 신규 건설 현장 착공지연으로 매출 감소가 지속됐다. 

◇ 캐피탈 매각해 지주전환 마무리

지난해 실적은 다소 부진했지만 지주사 체제 전환을 마무리 지으면서 그룹 전반의 재무구조는 개선됐다. ㈜효성 차입금의 70%가량을 차지해온 효성캐피탈을 매각한 영향이 컸다.

효성그룹은 2018년 ㈜효성의 지주사 전환을 위해 효성티앤씨·효성첨단소재·효성화학·효성중공업 등 4개 사업부문을 인적분할했다. 공정거래법상 금산분리 규정에 따르면 지주사가 금융계열사 지분을 보유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어 작년을 기한으로 매각을 추진했다. 관련기사☞ '코로나 시름 털어내자'…고삐 죄는 효성

효성캐피탈 매각에 따라 효성그룹은 차입금 의존도를 급격히 줄이면서 안정적 재무구조를 갖추게 됐다. ㈜효성의 작년 말 기준 차입금은 2019년 말 2조5016억원에서 지난해 말 기준 8403억원으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순차입금도 2조3123억원에서 5933억원으로 감소했다. 차입금 의존도 역시 38.3%에서 19%까지 낮아졌다. 통상 차입금 의존도는 40%를 넘으면 기업의 금융비용 부담이 과한 것으로 본다.

캐피탈 매각으로 발생한 매각대금 3752억원은 신사업 투자에 활용될 전망이다. 대신증권의 효성 해외투자설명회(NDR) 관련 리포트에 따르면 ㈜효성은 캐피탈 매각 대금으로 IT 첨단분야 기업 인수합병(M&A)에 뛰어들 계획이다. 

지난해부터 추진 중인 효성티앤에스 상장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인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상장주관사로 KB증권과 대신증권을 선정하고 상장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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