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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 슈퍼사이클'에 어깨 편 효성·코오롱

  • 2021.05.17(월) 16:55

[워치전망대-어닝인사이드]
화학섬유 신소재 가격 급등…동시에 호실적
효성-스판덱스, 코오롱-아라미드 '쌍두마차'

화학섬유·소재 업계 전통의 강자로 꼽히는 효성과 코오롱이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한눈 팔지 않고 투자를 지속해온 고부가가치 화학 소재사업이 '슈퍼 사이클'이라 부를 만큼 호조를 보이면서 올해 1분기 깜짝 실적을 동시에 내놨다. 미래 사업에 대한 투자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어 중장기 사업체력도 탄탄히 다지고 있다는 평가다.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소재 3대장' 앞세워 웃은 효성

효성그룹 지주회사인 ㈜효성은 올 1분기 실적이 대폭 개선됐다. ㈜효성의 매출액은 686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0%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006억원으로 1798%, 약 18배 늘었다. 호실적의 기반은 화학소재 계열사였다. 지분법으로 실적이 반영되는 자회사들이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기록하면서 지주회사인 ㈜효성의 실적도 뛰어오른 셈이다.

실적 개선을 주도한 것은 화학소재 계열사 ▲효성티앤씨 ▲효성첨단소재 ▲효성화학이었다. 스판덱스를 주력으로 하는 효성티앤씨의 올해 1분기 매출액은 1조6182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6.6%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468억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해 214.4%의 증가율을 보였다.  

실적 개선에는 '스판덱스'가 앞장섰다. 스판덱스는 기능성 운동복에 주로 사용되는 소재인데, 젊은 층 사이에서 '애슬레저(운동과 여가를 뜻하는 애슬레틱과 레저의 합성어)' 의류가 유행하기 시작하면서 수요가 급증했다. 하지만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경쟁업체들은 공장 증설이 지연되면서 공급에 차질이 생겼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자 제품 가격이 크게 올랐는데, 이는 효성티앤씨에 호재로 작용했다. 효성티앤씨는 경북 구미와 중국, 베트남, 터키, 브라질 등에서 스판덱스를 생산하고 있다. 효성티앤씨 측은 "스판덱스 글로벌 증설 지연 등으로 글로벌 판가가 상승했지만 우리는 최근 증설한 인도와 중국 취저우(衢州) 법인의 이익 확대로 영업이익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기업 전반의 재무 상태도 개선되고 있다. 지난 2019년말 효성티앤씨의 부채비율은 453.1%였고, 순차입금은 1조7337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올해 1분기는 부채비율이 259.7%로 개선됐고, 순차입금도 1조1661억원으로 3분의 2수준까지 줄었다.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번 슈퍼 사이클로 재무적인 약점도 사라졌다"며 "올해 연말 기준 부채비율 147%, 순차입금 4600억원으로 드라마틱한 재무구조 개선이 기대된다"고 관측했다.

타이어 보강재, 고강도 섬유 소재 아라미드 등 산업재가 주력인 효성첨단소재는 1분기 매출 7695억원, 영업이익 834억원이라는 실적을 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11.8%, 영업이익은 192.6% 늘어난 수준이다. 

주춤했던 완성차 수요가 급증하면서 타이어코드 가격이 급등해 실적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효성첨단소재는 글로벌 타이어코드 시장에서 45% 점유율을 차지하는 기업이다. 효성첨단소재 측은 "중국 시장에서의 수요 증가로 코로나 이후 악화했던 가동률이 전분기, 전년 대비 상승하면서 예년 수준에 근접하게 회복했고 판가까지 상승하면서 매출액과 수익성이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효성화학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1분기의 5배 가까이로 늘어났다. 1분기 효성화학의 매출액은 5912억원, 영업이익은 61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은 각각 39.2%, 392.7%였다. 효성화학의 주력 제품인 폴리프로필렌(PP)가 코로나19 특수를 누린 결과다. 폴리프로필렌은 코로나19 백신 주사기의 원료다. 

효성화학 측은 "파이프나 의료용 등 PP 특화품들이 북미·유럽과 중동지역 등을 중심으로 코로나 이전 수준 이상 회복됐다"며" 특히 북미 지역은 2월 한파 여파로 판매량이 급증해 매출과 수익성이 큰 폭으로 개선됐다"고 분석했다.

다만 ㈜효성의 재무구조는 다소 악화했다. 차입금은 지난해 말 기준 8403억원에서 1분기 9070억원으로 늘었고, 같은 기간 순차입금 역시 20.3% 증가해 7436억원으로 늘어났다. 이에 따라 부채비율도 76.2%에서 85.7%까지 높아졌다. 차입금이 늘어난 것은 재고자산을 확대한 영향이라는 설명이다.

효성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1분기에 2분기 이후부터 판매될 재고자산을 확보해놓는다"며 "2분기 이후 판매 증가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 재고자산을 많이 확보하면서 차입금이 늘어났는데, 이는 이후 매출로 연결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5G 뜨자 코오롱인더 '어닝 서프라이즈'

코오롱그룹의 화학소재 계열사인 코오롱인더스트리도 전 사업부문이 살아나면서 1분기 호실적을 기록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 1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0.2% 증가한 1조904억원을 시현했다. 영업이익은 69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0.8% 급증했다. 시장 컨센서스(전망치 평균)의 25%를 뛰어넘는 어닝 서프라이즈다. 일부 성수기 영향을 받았던 전분기보다도 14.4% 늘어난 수준이다.

당기순이익은 520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309.4% 늘었다. 다만 투자지분의 매각이익이 반영됐던 작년 1분기(1631억원)와 비교하면 3분의1 수준이다. 코오롱인더는 지난해 초 SKC코오롱PI 지분을 매각해 3000억원이 넘는 매각대금을 확보한 바 있다. 

코오롱 관계자는 "지난해 1분기에 투자지분 매각이익이 일시 반영되었던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이번 1분기는 전년동기와 전분기 대비 모두 실적 전반이 큰 폭의 개선세를 보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문별로 보면 산업자재와 필름·전자 재료 부문의 실적 전반이 지속 증가했고, 패션 부문도 전년 대비 흑자로 전환했다. 

먼저 산업자재부문은 타이어코드와 함께 아라미드의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2배 이상 늘었다. 영업이익률도 작년 1분기 3.6%에서 올해 7.3%으로 개선됐다. 지난 2017년 3분기 이후 최대 이익률이다.

특히 아라미드는 지난해부터 5G(5세대) 이동통신이 활성화되면서 수혜를 입었다. 아라미드는 5G 케이블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소재다. 철보다 강도가 세고 열에 강해 데이터를 전송하는 광섬유의 내구성을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코오롱인더 측은 "5G 케이블용, 초고성능 타이어용의 아라미드 경쟁력과 해당 산업의 초고속 성장에 따른 수요 호조와 함께 전기차 등 수요 확대에 따른 타이어코드 실적 증대, 자동차소재 부문 종속회사 업황 회복에 따른 턴어라운드로 전년 동기 및 전분기 대비 큰 폭의 실적 개선을 실현했다"고 설명했다.

필름부문 역시 분위기가 좋았다. 1분기 영업이익은 13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4.7% 늘었다. 원료가 상승에 대한 부담에도 디스플레이, 전기차 이차전지용 필름소재 및 친환경 제품(PCR Film)의 공급을 개시하는 등 고부가 제품의 판매를 확대하면서 상승 기조를 이었다. 특히 CPI(투명폴리이미드) 필름은 최근 출시된 샤오미(小米)의 첫 폴더블폰인 미믹스폴드와 레노버 씽크패드 X1 폴드에 적용되는 등 큰 화면으로 시장을 넓히고 있다.

화학부문의 경우 5G 전자재료용 에폭시수지 매출이 증가하면서 전 분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21.5%, 15.8% 늘었다. 다만 최근 물류대란과 경쟁심화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서는 매출은 0.4%, 영업이익은 5.0% 소폭 감소했다.

패션부문은 전년 동기 대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야외 활동이 늘어나면서 아웃도어 및 관련 브랜드의 매출이 증가한데다, 온라인 매출 비중도 확대된 영향이다. 코오롱인더 측은 올해 패션부문의 연간 흑자 전환(턴어라운드)을 기대하고 있다. 

'탄소'에 소재사업 미래 건다

효성과 코오롱은 실적 호조의 핵심인 고부가 가치 화학소재를 통한 미래 준비에도 한창이다. 코오롱그룹은 지난 1월 베트남 타이어코드 공장을 증설키로 했다. 같은 기간 코오롱인더스트리도 구미 공장에 연간 생산능력 1500톤의 아라미드를 증설했다. 시장 호황이 계속되면서 아라미드 역시 추가 증설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효성첨단소재도 지난해 5월부터 612억원의 자금을 투자해 울산공장의 아라미드 생산라인을 증설하고 있다. 이와 함께 최근에는 내년 7월까지 758억원을 투자해 전북 전주공장에 탄소섬유 생산라인을 증설한다고 밝힌 바 있다. 탄소섬유가 수소차의 연료탱크의 핵심소재인 만큼, 미래 수요 증가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한상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탄소섬유의 경우 수소 산업 성장에 수혜(저장탱크)가 예상되는 제품"이라며 "효성첨단소재가 증설 투자로 생산능력 2만4000톤을 확보할 경우 매출액 5000억원 이상, 최대 1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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