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기숙학원이 ‘돈’이 된 지는 한참 됐다. 명문대 진학을 위해 ‘재필삼선’(재수는 필수 삼수는 선택)이라는 말 흔한 요즘이다. 이에 더해 외부와 격리돼 휴대전화와 인터넷마저 차단된 채 1년을 공부하다 보면 재수에 성공하지 않을 까 하는 기대감에 ‘문전성시’를 이루는 때문이다.
전국의 ‘공부 좀 한다’는 학생들이 지원한다는 의대 입시 기숙학원이라면 얘기가 또 달라진다. 청년 취업난 속에 안정적 고소득 직군인 의사 선호 현상이 시간이 흐를수록 외려 더 강해지는 시대, 입시학원 조차 돈 좀 있다고 다 들어갈 수 없는 곳이 됐다.
‘재수 권하는(?) 사회’와 의대 열풍과 맞물려 기숙학원이 돈이 되는 사업이라는 것을 보여준 단적인 사례가 있다. 월 교습비만 320만원가량. 문을 열자마자 대박을 친 강남대성기숙학원 의대관 얘기다.
2000년대 중반 이후 메이저 재수종합학원들의 기숙학원시장 진출이 붐을 이뤘다. 메가스터디, 종로학원 등에 이어 2010년대 들어서는 ‘빅3’ 중 하나인 대성학원도 가세했다. 최상위권 재수생들의 ‘메카'(성지)로 불리는 ‘강남대성학원’ 브랜드를 앞세워 2011년 10월 경기도 이천 마장면 표고리에 강남대성기숙학원의 문을 열었다.
‘잭팟’. 매출은 개원 이듬해인 2012년에 이미 182억원을 찍었다. 2013년 200억원을 넘어섰다. 이후 2019년까지 한 해 평균 매출이 244억원이다. 흠잡을 데 없다. 영업이익은 2012년 61억원 흑자 반전 뒤 적어야 63억원, 많게는 77억원을 벌었다. 8년간 이익률이 평균 30%를 웃돈다.
제대로 필이 꽂혔다. 대성학원은 경기도 이천에 또 기숙학원을 차렸다. 2019년 10월 호법면 후안리에 의치예 전문 대입기숙학원 강남대성기숙학원 의대관을 오픈했다. 현재 강대기숙본관(옛 ㈜강남대성기숙학원·2021년 2월 디지털대성에 흡수합병)과 별도로 의대관을 운영하는 법인이 앞서 2018년 7월 설립된 호법강남대성기숙학원㈜이다.
강대기숙의대관이 작년 2월 처음으로 개강한 재수정규반의 정원은 780명가량. 교습비는 월 322만원이나 됐다. 수강료 153만원에 기숙사비 104만원, 식비 66만원을 합한 액수다. 교재비, 모의고사비, 독서실비, 단체복 비용 등을 빼고도 이정도다.
2021학년 수능이 12월3일 치러진 것을 감안하면, 개강 이후 대략 9개월여로 환산해 대략 3000만원이 소요됐던 셈이다. 2020년 전국 대학의 등록금은 평균 677만원이다. 대학 등록금의 4배를 훌쩍 뛰어넘는 비용이지만 예상대로였다. 대박을 쳤다. 수치가 입증한다.
강대기숙의대관 운영 법인인 호법강대기숙은 사실상 영업 첫 해인 2020년에 매출(개별) 235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무려 56억원에 달했다. 강대기숙본관을 운영하는 강남대성기숙학원(28억원)보다 2배를 더 벌어들인 것. 영업이익율 또한 20%를 훌쩍 뛰어넘는 23.8%를 찍었다.
이렇다보니 기숙학원을 짓느라 외부에서 빌린 차입금(2020년 말 542억원)에 대한 이자(13억원) 등을 제하고도 순익이 37억원이나 남았다. ‘코로나19’로 인해 일정기간 운영을 제한받기도 했지만 큰 타격은 없었던 셈이다.
호법강대기숙은 ‘학원 재벌 1세대’인 고(故) 김만기 창업주의 손자인 김형석(47) 현 디지털대성 전무가 설립 이래 줄곧 대표를 맡고 있다. 감사에는 부인인 최성임(47)씨가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수혜는 대성학원 대부분 창업주의 손자 및 증손자들에게 돌아갈 게 뻔하다. 단일 1대주주 김정환(17%)을 비롯해 김정하(10%), 김주연(7.5%), 윤석현(7.5%), 김정아(6%), 김서영(6%) 등 대성학원 창업주 3~4세들이 주요주주로 포진하고 있어서다.
강대기숙의대관이 올해 2월21일 개강한 2022학년 재수정규반 모집정원은 800명이다. 월 교습비는 339만원이다. 1년 전보다 17만원가량(5.2%) 올랐다. 유명 입시업체 기숙학원 중 최상위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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