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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포' 떼기로 한 SK이노베이션…시장서는 '그래도 돼?'

  • 2021.08.04(수) 17:01

[워치전망대]
코로나 후 2개 분기 연속 5000억원대 영업익
배터리 분할 공식화에 주가 하락 우려 불거져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SK이노베이션(SKI)의 실적과 경영 계획이 흥미롭다. 이 회사의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은 5065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동기 대비 흑자전환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위기를 벗어난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 이전인 2019년 2분기 영업이익 4975억원과 비교하면 딱히 나아진 모습은 아니다. 게걸음보다 조금 나은 정도다.

그래도 SKI는 믿는 구석이 있다. 배터리 사업이다. 2019년 2분기 배터리 사업 매출액은 1459억원이었는데, 올 2분기는 6302억원. 무려 332% 커졌다. 그런데 SKI는 이렇게 쑥쑥 크는 배터리 사업을 올 10월에 물적분할할 계획이라고 4일 발표했다. 외부에서 자본을 받아 사업을 더욱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SKI는 리튬이온 배터리 분리막(LiBS) 사업을 하는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도 2019년 분할하고 올해 상장한 바 있다. '차포'(車包)를 뗀 셈이다. 이 와중에 기존 주력인 석유사업의 2분기 영업이익은 2331억원으로 전분기 4161억원 대비 반토막이 됐다.

이쯤하면 궁금증이 생긴다. SK이노베이션 주주들은 이 회사에 계속 투자해도 될까. 이런 질문은 이날 이 회사 2분기 실적 발표 이후 진행된 컨퍼런스 콜(전화회의)에서도 나왔다. 회사의 답변은 "기존 사업의 가치를 유지하고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한편 새로운 사업을 발굴해 SKI의 기업가치를 제고함으로써 SKI 주식에 투자할 이유를 계속 만든다"는 것이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윤활유·화학사업 덕에 흑자…배터리 '고속성장'

SK이노베이션은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9628억원이 증가하며 흑자전환한 5065억원, 매출은 같은기간 55.9% 증가한 11조1196억원을 기록했다고 4일 밝혔다. 세전이익도 6481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지난 1분기에 이어 영업이익이 5000억원을 넘어 반기 영업이익은 1조원을 돌파했다. 상반기 영업이익 1조원 돌파는 2018년 이후 3년만이기도 하다.

영업이익 개선은 윤활유 사업의 호조와 손익이 크게 개선된 배터리 사업 영향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윤활유사업 영업이익은 정유사 가동률 축소로 인해 마진이 큰 폭으로 증가해 전분기 대비 894억원 증가한 2265억원을 기록했다. 2009년 자회사(SK루브리컨츠)로 분할한 이후 역대 최고 분기 영업이익이다. 화학사업 영업이익은 전분기 대비 496억원 증가한 1679억원을 기록했다. PX(파라자일렌) 공정의 정기보수 등으로 판매량이 일부 감소하고 재고 관련 이익이 줄었으나, 아로마틱 계열 스프레드(제품과 원료의 가격차) 상승 덕을 봤다.

배터리 사업은 성장성이 돋보였다. 이 사업은 신규 판매물량 확대로 매출이 630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동기 매출(3382억원) 대비 약 86% 증가한 것이다. 이로써 상반기 매출이 1조원을 처음 넘었다. 영업손실은 전분기 대비 약 788억원 개선된 979억원을 기록했다. 배터리 소재사업을 하는 SKIET의 영업이익은 중국 공장의 추가 가동과 생산 안정화에 따른 판매량 증가로 전분기 대비 97억원 증가한 414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주력인 석유 관련 사업은 신통치 않았다. 석유사업(정유) 영업이익은 정제마진 하락과 유가 상승 폭 축소에 따른 재고 관련 이익 감소 영향 등으로 전분기 대비 1830억원 감소한 2331억원이었다. 회사 관계자는 "미국과 유럽의 코로나 백신 접종 확산에 따른 수요 기대감으로 휘발유, 등유, 경유 등 주요 석유 제품 크랙이 상승했으나, 중질유 크랙(원유와 석유제품 가격차) 하락으로 정제마진이 전분기 대비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석유개발사업도 유가·가스가격이 상승했으나 판매물량 감소 등의 영향으로 전분기 대비 77억원 감소한 3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배터리 10월 분할…"SKI 주식, 갖고 있어도 되나?"

SKI 실적이 코로나19 영향에서 벗어나고 있는 만큼, 투자자들의 관심은 새로운 성장 동력 '배터리' 사업에 쏠리고 있다. 이날 실적 발표와 동시에 배터리와 석유개발(E&P, Exploration & Production) 사업 분할 일정을 공개하면서 관심이 더욱 커졌다. SKI는 이들 사업이 성장 가능성과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고, 자사 기업가치 제고에 필요하다고 판단해 오는 9월16일 임시 주주총회를 거쳐 10월에 신설법인 SK배터리 주식회사(가칭)와 SK이엔피 주식회사(가칭)를 각각 출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SKI가 신설 법인의 발행주식 총수를 소유하는 단순·물적 분할 방식이다. SKI가 신설법인 지분 100%를 갖게 되며, 분할 대상 사업에 속하는 자산과 채무 등은 신설되는 회사로 이전된다. SKI는 향후 지주회사로서 새로운 사업을 발굴하고 기업가치 제고에 역점을 두는 방향으로 전환한다.

배터리 사업을 분할하는 배경은 SKI가 배터리 사업의 성장을 자신하고 있어서다. 이날 컨콜에서 윤형조 배터리 기획실장은 "SKI는 현대차, 기아, 포드, 다임러 등 기존 고객뿐 아니라, 다른 글로벌 제조사들의 신규 수주도 지속 추진중"이라며 "현재 수주잔고는 1000기가와트시 수준으로 매출액으로 환산하면 130조원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윤 실장은 이어 "내년 배터리 사업 매출액은 6조원, BEP(손익분기점) 달성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미국, 헝가리 등 해외 공장의 초기 가동에 고정비가 소폭 증가할 수 있으나 원가 혁신 노력과 수율 제고 등 수익성 개선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KI의 배터리 사업 연간 매출액은 지난해에 1조원을 넘겼으므로, 그야말로 고속성장을 자신하는 셈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걱정이 번졌다. SKI의 성장동력인 배터리를 분할하면 기존 주식의 가치가 하락할 것이란 우려다. 컨콜에선 SKI의 기존 주력인 석유사업을 매각할 계획이 있냐는 질문까지 나왔다. 김철중 SKI 전략본부장은 "SKI는 미래성장 리소스를 확보하고 탄소 비중을 줄이고 개별 사업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JV(조인트벤처)와 자기자본 매각 등 다양한 전략을 검토하고 실행하고 있다"며 "석유사업의 경우 향후 시황과 비즈니스 모델 혁신 성과 등을 보면서 JV 파트너링 등 다양한 지분활용 방안을 고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SKI는 배터리와 E&P를 분할한 이후에 지주회사로서 기존 사업의 밸류를 유지하고 높이기 위해 지속노력할 것"이라며 "가장 중요한 것은 SKI 자체의 기업가치를 창출하는 것이고, 이를 위해 미래 성장영역에서 새로운 성장사업을 발굴, 창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존 포트폴리오 밸류(가치)를 높이고, 새로운 포트폴리오를 발굴해 SKI의 기업가치를 제고, 투자자들이 존속법인인 SKI에 투자할 이유를 계속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SKI는 자회사 SK종합화학 지분 매각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김양섭 SKI 재무본부장은 "지난해부터 재무 건전성 확보와 신규사업 투자재원 마련을 위해 다양한 옵션을 검토, 실행중인데, SK종합화학 지분 매각 추진도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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