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세포치료제 개발 전문기업 바이젠셀이 이달 말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다. 기업공개(IPO)를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보유 중인 파이프라인을 강화하고 글로벌 시장까지 공략하겠다는 목표다.
바이젠셀의 공모 주식 수는 총 188만6480주로 100% 신주모집한다. 희망공모가 밴드는 4만2800~5만2700원으로, 최소 782억원의 자금을 확보하게 된다. 오는 13일 일반 청약을 거쳐 이달 말 코스닥 상장을 마무리할 예정이다.▷관련기사: '신약 플랫폼' 바이젠셀, 코스닥 상장 노크(8월5일)
바이젠셀은 현재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김태규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교수가 지난 2013년 설립했다. 보령제약이 2017년 전략적 투자를 진행하면서 최대주주가 됐다. 보령제약의 바이젠셀 지분율은 29.50%다. 보령제약은 바이젠셀의 면역세포치료제 신약에 기대를 걸고 있다.
바이젠셀은 면역세포치료제 분야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 독자 개발한 면역치료 신약 개발 플랫폼 기술인 △T세포 면역항암치료제 '바이티어' △범용 T세포 면역항암치료제 '바이레인저' △범용 면역억제치료제 '바이메디어' 등을 보유하고 있다.
면역세포는 외부에서 침입한 병원체를 제거하거나 몸속의 과도한 면역반응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면역세포 기능이 떨어지면 암이나 감염질환 등이 생기고 면역세포 기능이 과도하면 자가면역질환, 아토피성 피부염, 류마티스성 관절염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면역항암치료제는 면역세포 중 하나인 T세포를 분화·배양해 암과 감염질환을 치료한다. 바이젠셀의 바이티어와 바이레인저 플랫폼이 면역항암제에 해당한다. 바이티어의 핵심 파이프라인으로는 NK/T* 세포 림프종 치료제 'VT-EBV-N', 급성골수성백혈병 치료제 'VT-Tri(1)-A', 교모세포종 치료제 'VT-Tri(2)-G'가 있다. 바이레인저의 파이프라인 고형암·혈액암 치료제 'VR-CAR'은 범용 유전자전이 기술을 이용한 유전자세포치료제로 연구개발(R&D) 중이다.
*NK/T: 정상세포를 제외하고 바이러스와 암세포만 골라 죽이는 NK세포와 키메릭 항원 수용체 T세포를 조작해 암세포만 찾아 유도탄처럼 공격하도록 만든 T세포를 이용한 세포치료제
반면, 바이메디어는 면역억제치료제다. 면역억제세포를 분화·배양해 과다 면역반응으로 일어나는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 이식편대숙주질환 치료제 'VM-GD', 아토피성 피부염 치료제 'VM-AD'가 바이메디어의 주요 파이프라인이다.
현재로선 VT-EBV-N의 임상시험 진행 속도가 가장 빠르다. 임상2상을 진행 중이고 2024년 조건부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VT-EBV-N은 지난 2019년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돼 향후 조건부 판매 허가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VT-Tri(1)-A는 임상 1상 임상시험계획(IND) 승인을 받아 올해 안으로 임상1상에 진입할 계획이다. 바이메디어의 VM-GD 역시 임상1/2a상의 IND를 승인받아 올해 말 임상1/2a상 진입을 목표로 한다.
바이젠셀은 3종 플랫폼의 강점은 '확장성'이다. 플랫폼 기술을 기반으로 다양한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파이프라인을 지속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바이젠셀은 "바이티어의 VT-EBV-N의 경우 동일한 EBV 항원이 있는 질병에 대해 응급임상을 시행한 결과 종양이 사라지는 등 치료 효과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게다가 글로벌 면역항암치료제 시장의 성장성도 높다. 글로벌 면역항암제 시장 규모는 2018년 193억달러(약 22조800억원)에서 연간 16.4% 성장해 2024년에는 480억달러(약 54조9000억원)까지 커질 전망이다. 글로벌 면역억제치료제 시장도 2024년 361억달러(약 41조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성장성이 높은 만큼 바이젠셀의 IPO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바이젠셀은 상장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R&D, 임상시험에 투자해 파이프라인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3종 플랫폼을 기반으로 해외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낸다. 바이티어는 중국, 일본과 공동 임상연구를 진행하고, 바이레인저와 바이메디어는 해외 임상을 실시해 해외 시장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다만, 상장 이후 매출액 등 성과를 증명해야 한다는 과제가 남아있다. 바이젠셀은 대다수 바이오기업들과 같이 기술력을 앞세워 기술특례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바이젠셀의 치료제는 현재 상용화 이전 단계라서 매출이 없기 때문이다. 바이젠셀은 2018년 3300만원의 매출액을 기록한 이후 현재까지 매출이 발생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바이젠셀의 기업가치(밸류에이션)가 높게 산정됐다는 우려도 나왔다. 게다가 바이젠셀은 비교대상으로 GC녹십자, 유한양행, 종근당 등 실적이 탄탄한 국내 상위 제약사를 제시했지만 재무상황이 비슷한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제외됐다. 비교대상 기업 중 세포치료제 개발 기업도 없었다.
공동 주관사인 대신증권과 KB증권은 2023년 62억3600만원, 2024년 238억3000만원, 2025년 786억5000만원의 매출액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실적을 내놨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2024년부터 각각 26억9200만원, 26억1000만원으로 흑자전환할 것으로 내다봤다. 결국 바이젠셀은 당분간 매출은 없고 손실을 지속할 전망이다.
바이젠셀은 수익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현재 보유 중인 파이프라인을 해외 국가 및 제약사와 공동 개발하고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해 마일스톤을 받는 데 초점을 맞춘다는 입장이다. 회사 측은 오는 2025년까지 VT-EBV-N, VM-GD, VM-AD 등에 대해 마일스톤을 수령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여기에 조건부 판매 허가 등을 통해 조기 수익을 시현한다는 계획이다.
세계적으로 의약품 시장은 합성의약품에서 바이오의약품으로 넘어가는 추세다. 이에 전통 제약기업들의 바이오벤처 투자도 점차 늘고 있다. 바이오벤처 투자에 성공한 사례는 부광약품이 대표적이다. 줄기세포치료제 바이오벤처 '안트로젠'에 39억원을 투자하고 774억원을 회수한 바 있다. 또 미국의 LSK바이오파마에 투자하면서 '리보세라닙(성분명 아파티닙)'의 전임상과 글로벌 임상 1·2상을 공동으로 진행하고 에이치엘비생명과학에 되팔았다.
반면 투자에 실패하고 발을 빼는 일도 다수 있다. 유한양행은 2015년부터 투자했던 바이오벤처기업 바이오니아 주식을 2017년부터 처분하기 시작했다. 좀처럼 연구개발이 진척되지 않아서다. 올해 남은 전량을 처분하면서 손을 뗐다. 실패 위험에도 제약기업들이 바이오벤처 투자에 나서는 이유는 후보물질 탐색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어서다. 그러나 투자에 실패할 가능성도 크다. 보령제약의 바이젠셀 투자는 어떤 결말을 맺을 지 관심이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