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킴리아 잡아라"…꿈의 항암제 'CAR'에 쏠린 눈

  • 2022.03.01(화) 10:05

"글로벌 CAR-T 시장, 2028년 약 9조원 예상"
경제성↑부작용↓'차세대' CAR 치료제 개발

/그래픽=비즈니스워치

국내에서도 '꿈의 항암제'로 불리는 CAR(키메라항원수용체) 치료제가 속속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CAR는 암 세포의 특정 단백질에 결합하도록 고안된 특수 수용체를 말한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임상시험에 돌입한 데 이어 대기업들까지 CAR 치료제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특히 CAR와 면역세포인 T세포를 결합한 기존 CAR-T 치료제의 한계를 극복한 차세대 CAR 치료제를 개발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국내 CAR-T 치료제, 임상 본격화

CAR 치료제 시장에서 가장 개발이 활발한 건 CAR-T치료제다.  CAR-T 치료제는 몸 속 면역세포인 T세포*를 이용해 만든 유전자 치료제다. CAR-T 치료제는 △환자의 혈액에서 T세포를 추출 △특정 암세포만 공격하도록 T세포 유전자를 조작 △조작한 T세포를 대량 배양 △다시 환자의 몸에 조작한 T세포를 주입해 만든다. 

*T세포: 암세포나 바이러스 등 항원이 침입했을 때 대응하는 항체를 후천적으로 생성하고 방어하는 후천면역세포. 항원을 특이적으로 구분하고 기억해 암세포만 '유도탄'처럼 공격

치료 대안이 없던 말기 백혈병 환자에게 단 한 번의 투약으로 종양을 없애는 극적인 효과를 보이면서 '기적의 항암제'로 불리고 있다. 현재까지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은 CAR-T 치료제는 노바티스의 '킴리아'를 포함 5개뿐이다. 세계적으로도 개발된 치료제가 적어 우리나라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개발도 한창이다. 

국내 CAR-T 치료제 개발 기업 중 진행 상황이 가장 빠른 곳은 큐로셀이다. 지난해 2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상 허가를 획득, 국내 기업 최초로 CAR-T 치료제 임상시험에 진입했다. 현재 혈액암의 일종인 림프종 환자를 대상으로 'CRC01'의 국내 임상1/2상(1상과 2상 동시 진행)을 진행 중이다. 자체 개발한 오비스(OVIS) 기술을 활용해 향후 고형암 치료제로도 개발할 계획이다. SK플라즈마가 최근 큐로셀의 CAR-T 치료제에 투자 및 공동개발에 나서면서 주목받았다.

앱클론은 CAR-T 치료제 'AT101'을 국내와 해외에서 개발하고 있다. 지난해 말 식약처로부터 림프종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1/2상을 허가받았다. 기존 CAR-T 치료제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를 대상으로 개발을 진행해 약효 차별성을 꾀한다는 구상이다. 지난 14일에는 HK이노엔과 공동개발 업무협약(MOU)를 맺었다. 양사는 향후 AT101의 임상, 제품 생산, 상업화를 위한 협업 범위를 논의할 예정이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다만 CAR-T 치료제는 높은 비용과 부작용 등으로 널리 상용화하는 데 한계가 있다. 환자의 혈액에서 뽑은 세포로 만드는 만큼 제조 공정도 복잡하고 비용도 많이 든다. 국내에선 지난해 3월 식약처가 킴리아를 승인했다. 그러나 실제 킴리아를 도입할 수 있는 곳은 대형병원 5곳 정도다. 일반 병원이 전담 인력, 전용 병상, T세포 채취를 위한 의약품 제조·품질관리 기준(GMP) 인증 시설 등을 갖추기 어려워서다. 킴리아를 한 번 주입하는 데 드는 약값은 약 5억원에 달한다.

게다가 현재까지 개발된 CAR-T 치료제의 적응증은 일부 림프종과 백혈병 등 혈액암에 한정돼 있다. 위암, 간암, 대장암 등 고형암을 대상으로 한 CAR-T 치료제는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다. 또 면역거부 반응인 사이토카인 방출 증후군(CRS) 부작용도 자주 보고되고 있다.

차세대 CAR 치료제 개발 '활발'

이에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기존 CAR-T 치료제의 한계를 극복, 경쟁력을 갖춘 차세대 CAR 치료제 개발에도 속속 도전하고 있다. 환자의 혈액뿐만 아니라 일반인의 혈액에서 추출한 세포를 이용해 경제성을 높이거나 고형암 등으로 적응증을 확대하는 방식이다. T세포 대신 자연살해(NK)세포, 대식세포(macrophage), 사이토카인 유도 살해(CIK)세포 등을 활용한 CAR 치료제 개발에 한창이다.

지씨셀은 T세포는 물론 NK세포, CAR-NK세포, CIK세포 등을 아우르는 CAR 치료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그중 AB201은 CAR에 선천면역세포인 NK세포를 붙인 CAR-NK세포 치료제다. NK세포는 T세포와 달리 암세포 덩어리를 뚫을 수 있어 고형암 치료제로 쓸 수 있다. AB201은 고형암 중에서도 유방암 환자에게서 자주 발견되는 수용체(HER2)를 찾아 공격하도록 설계됐다. 올 하반기 FDA에 임상시험계획(IND)을 제출하는 것이 목표다.

타인제대혈세포를 활용한 CAR-CIK 치료제도 개발 중이다. CIK세포는 다른 사람의 세포를 몸 속에 넣어도 면역 거부 반응이 크지 않다는 게 장점이다. 이를 활용해 다른 사람의 세포로 미리 만들어 놓아 냉동 보관한 후 언제든 여러 환자에게 투여할 수 있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JW신약의 자회사 JW크레아젠은 CAR와 대식세포를 결합한 CAR-M 치료제 개발에 나섰다. 대식세포는 동물 몸 속 모든 조직에 분포, 면역을 담당하는 선천면역세포다. 비정상적인 단백질, 세포 찌꺼기, 이물질, 미생물, 암세포 등을 집어삼켜 분해하는 식작용 기능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JW크레아젠은 "T세포는 종양부위까지의 이동이 제한적이지만 대식세포는 고형암 주변에서 잘 발견된다"면서 "CAR-M 치료제가 고형암에서 우수한 효능을 보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CAR-M 치료제 역시 대량생산이 가능해 제조 원가를 크게 낮출 수 있다. JW크레아젠은 지난해 9월 항암 연구 벤처 온코인사이트와 CAR-M 공동 연구 MOU를 맺은 바 있다.

이외에도 헬릭스미스, 티카로스, 툴젠 등이 차세대 CAR-T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었다. 이들 기업은 자체적으로 개발한 기술을 통해 고형암 CAR-T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유전자교정 플랫폼 전문 기업 툴젠은 CAR-T 치료제에 자체 보유 유전자교정 기술을 접목했다. 유전자가위 기술을 적용한 CAR-T 치료제의 경우 기존 CAR-T 치료제보다 월등한 암세포 사멸 효과를 보이고 적응증 범위도 확대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에 따르면 글로벌 CAR-T 치료제 시장은 연평균 53.9%씩 성장해 오는 2028년 82억5830만달러(약 9조9471억원) 규모에 달할 전망이다. 또 세계적으로 다양한 기술을 활용한 CAR 치료제 연구가 늘면서 관련 시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미국에선 CAR에 메신저리보핵산(mRNA) 플랫폼 기술을 더한 연구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경우 글로벌 기업보다 개발이 한 발 뒤처져있긴 하지만, CAR 치료제 시장이 항암 치료 분야에서 이제 막을 올린 만큼 개발에 성공한다면 경쟁력은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의 CAR 치료제 개발 단계는 아직 임상 1, 2상 수준에 머무르고 있어 상대적으로 후발주자"라며 "하지만 세포치료제 시장 자체의 전망성이 좋은 데다 국내 기업이 비용이나 효능, 안전성 등을 개선하면 충분히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