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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보령, '돈 버는' 바이오 파는 까닭

  • 2023.02.25(토) 10:00

동원, 보령바이오파마 인수 우선협상자로 선정
"오너3세 승계 작업·우주 산업 탄력" 전망도

보령그룹의 계열사 보령바이오파마 매각 작업에 속도가 붙고 있습니다. 지난 23일 동원산업은 보령바이오파마 최대주주인 보령파트너스와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공시했습니다. 향후 동원산업은 보령바이오파마에 대해 단독으로 실사를 진행할 예정이고요. 해당 결과에 따라 배타적 우선협상권을 부여받기로 했습니다. 보령바이오파마는 어떤 기업일까요. 또 보령그룹이 관계사를 파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지난 1991년 설립된 보령바이오파마는 백신 기술에 강점을 지닌 회사입니다.

SK바이오사이언스, 녹십자, LG화학과 함께 자체적으로 백신을 개발해 출시에 성공한 몇 안 되는 국내기업입니다. 1993년 한국 최초이자 세계에서 두 번째로 경구용 장티푸스 백신을 개발했고요. 국내 기업 중 국가필수예방접종(NIP) 품목이 가장 많은 기업으로도 꼽힙니다. NIP는 정부가 제약사로부터 저렴한 가격에 백신을 사들여 국민에 보급하는 사업입니다. 보령바이오파마는 수입 완제품에 의존했던 일본뇌염 백신, 영유아 4가 혼합백신, A형간염 백신 등을 자체 제조하는 데 성공, 이들 제품을 처음으로 국산화했습니다.

보령바이오파마 실적 추이. /그래픽=비즈워치

백신 개발 및 제조 사업 외에 전문의약품 판매, 유전체 검사, 제대혈 은행, 진단기기 등의 사업도 영위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바이오 기업으로선 드물게 실적을 내고 있습니다. 지난 2021년 연결 재무제표 기준 보령바이오파마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391억원, 199억원이었습니다. 신성장 동력도 지속해서 확보 중입니다. 지난해 2월 독자적인 메신저리보핵산(mRNA) 기술을 보유한 포바이오코리아의 연구 부문을 인수하고 신약 개발 자회사 비피진을 설립했습니다. 또 지분 51.58%를 보유한 루카스바이오를 통해 세포치료제도 개발하고 있죠.

그럼 보령그룹은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알짜' 기업인 데다 성장성까지 갖춘 회사를 왜 매각하기로 결정했을까요. 제약바이오 업계에선 보령그룹 오너 3세인 김정균 보령홀딩스 대표이사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서라고 보고 있습니다. 김 대표는 2019년 말 보령홀딩스 대표, 2022년 보령 사장에 오르며 경영권 승계 행보를 본격화했습니다. 하지만 김 대표는 아직 보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보령홀딩스의 2대 주주(22.6%)에 머물러 있습니다.

보령바이오파마 지분구조. /그래픽=비즈워치

2021년 말 기준 보령바이오파마의 최대 주주는 지분 69.2%를 보유한 보령파트너스입니다. 보령파트너스는 김 대표가 대표이사를 맡고 있습니다. 2021년 보령파트너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김 대표와 특수관계인이 지분 100% 소유 중이라고만 나와 있습니다. 다만 2017년 말 기준으로 보면 김 대표의 보령파트너스 지분율은 88%였습니다. 이후 지분구조에 큰 변화가 없었다고 가정하면 이번 보령바이오파마 매각 자금 대부분이 김 대표에게 돌아가는 셈입니다. 업계에선 김 대표가 해당 자금을 보령홀딩스 지분 매입에 활용할 것이란 시각이 우세합니다.

일각에선 김 대표가 보령바이오파마 매각 자금으로 신사업 개척에 한층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란 분석도 나옵니다. 김 대표는 우주 헬스케어 사업을 새로운 먹거리로 낙점, 적극적으로 관련 투자를 집행하고 있습니다. 중력이 거의 없는 우주에선 단백질 결정이 바닥으로 가라앉지 않는 만큼, 균질하고 순도 높은 약물을 개발할 수 있다고 합니다. 미국 머크(MSD)나 아스트라제네카(AZ), 일라이릴리 등도 우주에서 신약을 개발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고요. 보령은 우주에서 신약을 개발하는 혁신 기업에 투자해 우주 헬스케어 연구 활성화에 기여하는 방식으로 관련 사업에 진출하겠다는 목표입니다.

보령 우주 사업 투자. /그래픽=비즈워치

실제 보령은 지난해 초 미국 항공우주국(NASA), 하버드대, 매사추세츠공대(MIT) 등과 우주 공간에서 사업화 기회를 모색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모으는 CIS(Care In Space) 챌린지를 진행했습니다. 여기에 미국 액시엄 스페이스(액시엄)에 대규모 투자도 단행했습니다. 액시엄은 10년 내 해체될 예정인 국제우주정거장(ISS)를 대체할 상업용 우주 정거장을 건설 중입니다. 보령은 지난해 2월 액시엄스페이스에 1000만달러(약 126억원)를 투자하기로 결정한 데 이어 12월 6000만달러(약 875억원)를 추가로 투자한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물론 보령의 우주 사업에 대한 우려도 있습니다. 보령이 액시엄에 투자한 총금액(약 775억원)은 지난 2021년 기업의 자기자본의 16%를 넘는 규모입니다. 같은 해 영업이익(414억원)도 뛰어넘는 수치입니다. 김형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우주는 신약 개발에 우호적인 환경이지만 투자 규모가 다소 크다고 판단한다"면서 "후속 투자 시 재무 변동성 확대가 우려돼 커버리지에서 제외한다"고 했습니다. 보령바이오파마 매각은 보령그룹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요. 관심을 두고 지켜봐야 할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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