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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끝 LCC…제주항공마저 차입+증자 '돌려막기'

  • 2021.10.14(목) 07:40

에어부산·제주항공·진에어, 수천억원대 증자
밀린 리스료·정비비·인건비 등 메우기 바빠
"포화 LCC 저가경쟁, 재무개선 쉽지 않다"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작년에 이어 올해도 증자 카드를 꺼내 들고 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장기화로 결손금이 누적돼 자본잠식상태에 빠지자 자금 수혈에 나서고 있다. 현재 업계는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 회복)'로 전환되고 해외 운항이 본격화되는 날만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코로나 상황이 개선돼 해외 운항이 본격적으로 재개되더라도 LCC 재무상태가 쉽게 건전성을 되찾지 못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미 누적된 수천억원대의 적자를 메꾸기 쉽지 않은 상황인 데다 포화 상태인 LCC 시장에서 생존을 건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돼서다.
빚내고 증자하고 '긴급수혈'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올 하반기 유상증자에 나서는 LCC는 에어부산, 제주항공, 진에어 등 총 세 곳이다. 바닥난 운영자금 확보하고 채무를 상환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다.

가장 먼저 유상증자를 실시한 곳은 에어부산이다. 에어부산은 지난달 기존 주주 등을 대상으로 한 유상증자 청약에서 100% 이상의 초과 청약률을 기록하며, 2271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에어부산은 내년 1월까지 이 자금을 항공기 정비료 1307억원, 리스료 1036억원, 인건비 130억원 등에 쓸 예정이다. 

에어부산은 모회사인 아시아나항공에 지난 7월까지 항공기 리스료 659억원과 정비비 822억원을 내지 못하고 있다. 증자대금으로 밀린 리스료와 정비비를 낸다는 얘기다. 이번 증자가 내년 1월까지 버틸 수 있는 자금을 마련하는 수준에 그치는 셈이다. 

국내 LCC 업계 1위인 제주항공도 유상증자를 통해 2066억원을 모집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오는 18~19일 우리사주조합과 기존 주주를 대상으로 청약을 실시할 예정이다. 

이번 증자대금 중 1266억원은 유류대금과 인건비, 정비비 등에 쓰인다. 나머지 800억원으로는 NH투자증권에서 빌린 단기차입금을 상환한다. 제주항공은 지난 8월 마련한 단기차입금으로 그간 밀린 유류대금, 인건비, 정비비, 리스료 등을 냈다. 운영자금을 대기 위해 차입→증자 순으로 '돌려막기'를 하는 셈이다.

진에어도 다음달 1230억원이 넘는 유상증자를 실시한다. 진에어 역시 우리사주조합과 기존 주주를 대상으로 청약을 받고 실권주는 일반 공모 청약을 모집한다. 발행 주식 수는 총 720만주이며 1차로 책정된 발행가액은 1만7200원이다.

이달 들어 위드 코로나 기대감으로 진에어 주가가 상승함에 따라 최종 발행가액이 1만원대 후반에 결정될 가능성도 있다. 진에어도 조달한 증자대금으로 리스료, 유류비, 인건비 등 운영비를 충당할 예정이다.

업계에선 제주항공과 진에어의 유상증자도 에어부산처럼 무리 없이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위드코로나 기대감으로 청약 수요가 높은 만큼 유상증자 작업이 순탄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며 "증자를 통한 자금 조달로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 중"이라고 전망했다. 

코로나 이후에도 '저가 전쟁' 불보듯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그러나 이번 증자가 현재 악화한 경영 상황을 단번에 해결할 순 없을 것으로 보인다. 증자는 현재 상황을 버틸 수 있는 임시방편일 뿐이어서다. 비행기를 격납고에 세워만 둬도 매월 수백억원대의 리스료와 정비비 등이 나오고 있다.

올 3분기 실적 역시 적자가 예고돼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3분기 제주항공과 진에어는 각각 613억원, 41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장기화한 적자에 LCC 업계 대부분은 자본총계가 자본금보다 적은 자본잠식에 빠진 상태다. 작년 이후, 당기순손실이 적게는 수백억원에서 많게는 수천억원이 누적된 탓이다. 이번에 증자를 추진하는 세 곳도 자본잠식에 빠져있다. 진에어는 자본잠식률이 139.1%에 달해 완전자본잠식에 빠져있다. 제주항공, 에어부산은 부분자본잠식 상태다.

현재 악화한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선 코로나 이후 수익성이 크게 개선돼야 한다. 극적인 상황이 연출돼야 한단 얘기다.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현재 전문가들은 국내 LCC 시장이 포화 상태라고 보고 있다. 국내에 등록된 LCC 업체만 △제주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 △이스타항공 △에어부산 △에어서울 △에어로케이 △에어프레미아 △플라이강원 등 9개에 달한다. 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교수는 "이미 항공 시장이 자리잡힌 미국과 일본의 LCC 업계 수가 각각 3곳, 2곳인 점을 고려하면 굉장히 많다"고 지적했다.

포화 상태의 시장 상황은 과도한 출혈 경쟁을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 해외 운항이 재개돼 업황이 개선되더라도 LCC 업계 간 저가 경쟁이 치열해지면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단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국내선 운항도 제 살을 깎으면서까지 저가 경쟁을 벌이는 중"이라며 "노선이 겹치는 LCC 업계 특성상 해외 운항도 저가 경쟁이 불 붙을 것이 뻔하다"고 설명했다. 

허 교수 역시 "코로나 이후 여행객 수요가 몰리면서 항공업황이 개선은 되겠지만 항공료를 대폭 인하하면서 가격 전쟁이 벌어질 것"이라며 "가격 경쟁에서 버티지 못한 LCC는 결국 도태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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