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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보툴리눔 톡신, 줄줄이 허가 취소…'암흑기' 오나

  • 2021.12.13(월) 06:50

식약처, '휴젤‧파마리서치' 품목 허가취소 처분
시장 1위 '휴젤' 국내 입지 휘청…법적 대응 나서
"수출 비중 큰 톡신…해외 허가는 문제 없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국내 보툴리눔 톡신 시장에서 국산 제품들의 입지가 휘청거리고 있다. 메디톡스에 이어 휴젤, 파마리서치바이오까지 줄줄이 품목허가 취소 처분을 받으면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휴젤의 보툴렉스와 파마리서치바이오의 리엔톡스 등 보툴리눔 톡신 제제에 대해 13일자로 품목허가를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식약처는 품목허가가 취소된 의약품이 사용되지 않도록 휴젤과 파마리서치바이오에 유통 중인 의약품을 회수·폐기할 것을 명령했다. 

식약처는 두 회사가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은 보툴리눔 톡신을 국내에 판매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파마리서치바이오는 수출 전용으로 허가받은 보툴리눔 톡신 제제를 국내에서 판매한 것이 적발돼 전(全) 제조 업무정지 6개월 처분도 함께 받았다. 

국가출하승인이란 보건위생상 특별한 주의를 요하는 백신, 혈액제제, 항독소 등에 대해 제조단위(로트)별로 국가에서 유통 전 제품의 품질을 확인하는 제도다. 제조 및 품질관리요약서 등 서류검토를 통해 제품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이다.

휴젤은 선제적으로 대응에 나서면서 시간을 벌어둔 상태다. 휴젤은 지난달 식약처가 행정처분을 예고한 직후 서울행정법원에 집행정지 잠정처분 신청을 했고 지난 6일 인용 결정을 받았다. 품목허가 취소처분 및 회수폐기명령, 1개월의 판매업무 정지처분의 효력이 오는 17일까지 정지됐다. 파마리서치도 집행정지 신청 및 본안 소송 등의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국내 보툴리눔 톡신 시장은 국산 제품들의 비중이 컸다. 글로벌 시장은 미국 엘러간(Allergan)의 보톡스가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반면 국내 시장은 2019년 기준으로 휴젤의 보툴렉스가 43%, 메디톡스의 메디톡신‧이노톡스‧코어톡스 3종이 35%로 국내 제품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수입 제품 비중은 약 9% 수준에 불과하다. 

메디톡스의 경우 지난해와 올해 보툴리눔 톡신 제품 3종이 줄줄이 식약처로부터 품목허가 취소 처분을 받은 바 있다. 이후 메디톡스는 집행정지 신청과 품목허가 취소 등 취소청구 소송 등을 제기했고 다행히 대법원이 '제조 및 판매중지'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품목허가 취소 처분' 본안 소송이 끝날 때까지 정상적으로 제조 및 판매를 진행할 수 있게 됐다. [기자수첩]'2위'로 밀린 메디톡스, 자존심 되찾을까

그러나 식약처의 허가취소 발표에 따른 여파는 컸다. 식약처가 지난 10월 발표한 지난해 국내 보툴리눔독소제제 생산·수입실적에 따르면 메디톡신의 생산실적은 지난해 584억원으로 전년 대비 44% 감소했다. 메디톡신의 지난 2019년 생산실적은 1041억원으로 단일 보툴리눔 톡신 제제 1위였지만 허가취소 여파를 피하지 못했다. 그 결과 지난해 712억원의 생산실적을 기록한 휴젤의 보툴렉스에 1위를 내줬다.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톡신 제품들이 정상 제조 및 판매 됐음에도 불구하고 식약처의 공식 발표 영향으로 시장이 싸늘한 반응을 보인 것이다. 휴젤 역시 허가취소 처분이 중지되면서 정상적으로 제조 및 판매되고 있지만, 틈새를 노린 후발주자들이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면서 시장 판도 변화도 예상된다. 현재 내수용으로 허가를 받은 제품은 2019년 허가 받은 휴온스의 리즈톡스와 종근당의 원더톡스, 올해 허가 받은 휴메딕스의 비비톡신 등이 있다.  

원래 국내 보툴리눔 톡신 시장은 2006년 첫 국산 제품을 내놓은 메디톡스가 순식간에 시장을 장악했었다. 대웅제약이 2014년 '나보타'를 출시하면서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다툼이 시작됐다. 당시 휴젤이 틈새공략에 나섰고 2016년 메디톡스를 제치고 국내 보툴리눔 톡신 시장 1위를 쟁취하는데 성공했다. 보건당국이 공식적으로 '품목허가 취소' 처분을 발표한 영향이 큰 만큼 제2의 휴젤을 노린 후발주자들의 발 빠른 시장 공략이 예상되는 이유다. 

다만 업계는 내수보다 수출 시장이 더 큰 만큼 기업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휴젤의 보툴리눔 톡신과 필러 등 제품 매출 비중은 국내가 35.7%이고 수출이 42.08%로 해외 시장이 더 크다. 특히 휴젤은 지난해 10월 국산 보툴리눔 톡신 제품 최초로 중국 허가를 획득했고 미국과 유럽 품목허가를 진행 중이다. 

서미화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휴젤의 보툴리눔 톡신은 유럽에서 올해 하반기, 미국에서 오는 2022년 상반기 품목허가 승인이 예상된다"며 "제품의 안전성이나 품질 이슈가 아닌 유통 관련 이슈이므로 해외 허가 절차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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