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현지시간) 막을 내린 세계최대 가전쇼 'CES'에서 삼성전자는 새해 첫 스마트폰으로 '갤럭시S21 FE'을 선보였는데요. 이 제품은 전략폰 '갤럭시S21'의 파생 하위 모델입니다. 'FE'라는 이름을 단 갤럭시폰은 이번이 두번째인데요. 2020년 9월 출시한 'S20 FE'가 첫째, 이후 1년 4개월 만에 나온 이번이 둘째입니다.
팬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모처럼 등장한 FE가 전작에 비해 얼마나 개선됐을지, 뭐가 달라졌을지가 최대 관심사입니다. 아울러 삼성전자의 최대 경쟁사 애플 역시 준플래그십 '아이폰 SE'를 들고 나올 예정인데요. FE가 아이폰 SE와 맞대결을 펼칠 만큼 기량을 충분히 갖췄는지가 포인트입니다.
갤럭시 '팬' 위한 제품인데…
FE(Fan Edition)는 이름 그대로 팬들을 위한 제품입니다. 소비자가 선호하는 기능을 주로 담았다는 것인데요. 실속과 가격 경쟁력을 갖췄다는 의미에서 부동산 분야에서 사용하는 이른바 '똘똘한 한채'와 비견됩니다. 다양한 갤럭시 모델들과 비교해 등급을 매기자면 FE는 플래그십인 'S'와 보급형인 'A' 사이 영역에 끼어 있는 준플래그십입니다.
노태문 삼성전자 MX(Mobile eXperience)사업부장(사장)은 FE 출시 당시 "갤럭시 S20 FE와 갤럭시S21 라인업에 대한 소비자 반응이 좋아 갤S21 FE에도 갤럭시 팬들에게 가장 중요한 니즈를 충족하는 프리미엄 기능을 탑재했다"고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실제 제품 사양을 보면 꽤 합리적으로 보입니다. 준플래그십인데도 상위 모델인 S21과 크게 다르지 않은 성능을 제공하면서 가격은 오히려 100달러 정도 낮게 책정됐기 때문인데요.
사양을 자세히 보면 FE는 S21 시리즈와 동일한 5나노미터(nm) 공정으로 제작된 엑시노스 2100과 퀄컴의 스냅드래곤 888 프로세서를 탑재했습니다. 전작인 갤S20 FE가 7나노미터 기반의 프로세서를 탑재한 것에 비하면 개선된 셈이죠. 나노미터(10억분의 1m) 숫자가 작을수록 정밀한 기술로 반도체를 만들어 생산효율 및 성능이 높아집니다.
FE는 준플래그십 모델임에도 최상·최고급 기종인 갤S21에 비해 카메라와 배터리 성능이 한단계 좋아졌습니다. 갤S21 FE의 배터리 용량은 4500mAh인데요. 갤S21이 4000mAh인 것을 감안하면 용량이 확대된 것이죠.
또 전면 카메라 역시 1000만 화소에서 3200만 화소로 개선됐습니다. 여기에 AI(인공지능) 페이스 복원 기능까지 탑재해 고품질의 셀카 촬영이 가능해졌고, 듀얼 레코딩 기능을 통해 전면·후면 카메라를 동시에 촬영할 수 있게 됐습니다.
여기까지 보면 FE라는 이름값을 제대로 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전작인 갤S20 FE와 비교하면 다소 아쉬운 측면이 몇가지 있습니다.
우선 갤S21 FE와 갤S20 FE는 같은 가격대(699달러)인데요. 삼성전자가 개선됐다고 설명한 갤S21 FE의 카메라 사양은 전작과 동일합니다. AI 기능 등이 추가돼 전체적인 성능은 좋아지긴 했지만 기본 스팩은 같습니다. 배터리 용량 역시 두 모델 모두 4500mAh로 같습니다.
게다가 FE는 갤럭시 팬이 선호하는 기능 가운데 하나인 '마이크로SD 카드 슬롯'이 빠져 있습니다. 팬들이 좋아하는 기능이 정작 빠진 겁니다.
갤럭시폰의 라이벌 제품이라할 애플의 아이폰은 SD 카드 슬롯을 지원하지 않습니다. 이에 비해 삼성전자는 갤럭시S7 시리즈 이후 SD 카드 슬롯 지원을 계속하면서 경쟁력을 키워왔습니다. 용량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들이 갤럭시폰을 쓸 수밖에 없게 만드는 주요 기능 중 하나로 여겨졌죠.
삼성전자가 작년 갤S21 시리즈에서도 SD 슬롯을 뺏기 때문에 후속작인 갤S21 FE도 이를 제외하는 것이 당연하게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갤럭시 팬에게 중요한 니즈를 충족했다'는 FE 모델에서까지 SD 카드 슬롯이 빠진 것은 기존 갤럭시 팬들에게는 다소 아쉬운 부분일수밖에 없죠.
아쉬워도…아이폰은 SE, 갤럭시는 FE
갤S20 FE의 경우 합리적인 가격에 플래그십 사양을 탑재했다는 호평을 받으며 출시 이후 1년 동안 세계에서 1000만대 이상 판매됐습니다. 특히 미국 등 가성비를 중시하는 해외 국가에서의 반응이 좋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덕분에 업계에서는 FE 제품군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던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오랫동안 기다려온 제품이었지만 막상 갤S21 FE가 공개되자 외신들의 반응은 다소 회의적인데요. 전작에 비해 크게 새로워진 기능이 없는 데다가, SD 카드 슬롯과 충전기 등 전작의 장점은 오히려 빠졌다는 이유에서였죠.
또 삼성전자의 올해 상반기 전략 스마트폰인 갤럭시S22의 출시가 내달로 예정돼 있다는 것도 외신들이 "아직 갤S21 FE를 사지 말고 기다리라"고 입을 모으는 이유입니다. 한 달 뒤 갤럭시S22가 어떤 사양을 담고 있을지 확인해 비교한 뒤 구매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는 거죠.
애초 업계에서는 갤S21 FE가 작년 하반기 출시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2020년 출시된 갤럭시S20의 후속작인 갤S20 FE가 같은 해 9월에 나왔기 때문에, 작년 초 출시된 갤S21의 후속작도 이와 비슷한 시기에 출시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 것이었죠. 하지만 반도체 부족과 공급망 위기 등이 계속되면서 스마트폰 생산에 차질을 빚으면서 출시가 한 해나 밀리고 말았습니다.
내달 갤럭시S22의 출시가 예정된 상황에서 작년 초 출시된 갤S21의 후속작이 이제야 나온 것인데요. 그래서인지 삼성전자는 갤S21 FE의 국내 출시에 대해 "결정된 바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상반기 갤S22의 판매에 집중해야 하는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갤S21 FE의 흥행이 반갑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죠.
출시 시기는 다소 아쉽지만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갤S21 FE의 역할은 확실합니다. 애플이 올 초 공개할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폰SE 3세대'의 대항마 역할인데요. 아이폰에 중저가 제품군인 'SE'가 있다면 갤럭시에는 'FE'가 있는 셈이죠.
두 모델은 가격대가 비슷하게 형성돼 있는 만큼, 갤S21 FE는 아이폰SE에 대응할 수 있는 적절한 경쟁작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새해 초부터 중저가 제품으로 시작될 삼성전자와 애플의 스마트폰 경쟁이 기대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