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생태계가 더욱 견고해졌다. 초고성능 칩셋을 통해 자체 칩 'M1' 라인업을 확대하는 한편, M1의 태블릿 탑재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2년 만에 아이폰SE 신제품을 공개하면서 중저가 시장을 본격 공략한다.
'울트라'로 M1 라인업 완성
지난 9일 애플은 온라인을 통해 올해 첫 신제품 공개행사를 열었다. 이날 애플은 독자 개발한 시스템온칩(SoC)인 '애플 실리콘 M1'의 마지막 라인업을 공개했다.
시스템온칩이란 여러 기능을 가진 시스템을 하나의 칩에 구현한 기술집약적 반도체를 말한다. CPU(중앙처리장치)와 GPU(그래픽처리장치), 뉴럴엔진(인공지능 기능), D램 등이 하나로 합쳐진 구조다. 칩을 하나로 통합하면 처리 속도가 빨라지고 전력 효율성이 높아진다는 장점이 있다.
M1 울트라는 지난해 출시된 M1 맥스 두 개를 연결시킨 구조다. 일반적으로 두 개의 칩을 연결할 때는 지연 시간이 늘어나고 대역폭이 감소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하지만 애플은 맞춤 설계한 패키징 아키텍처인 '울트라 퓨전'을 적용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는 설명이다.
울트라 퓨전은 1만개 이상의 신호를 넘나들며 칩을 연결하는 실리콘 인터포저(크기가 다른 반도체를 연결할 때 사용하는 기판)를 활용해 2.5TB/s 수준의 저지연성 프로세서 간 대역폭을 제공한다.
애플 측은 "이는 현재 선두 업체의 기술과 비교해도 4배 이상 확장된 대역폭"이라며 "M1 울트라는 소프트웨어도 하나의 칩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개발자가 코드를 다시 쓰지 않아도 성능을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M1 울트라는 16개의 고성능 코어와 4개의 고효율 코어로 이뤄진 20코어 CPU를 탑재했고, GPU 역시 M1 대비 8배 확장된 64코어 GPU를 장착했다. 덕분에 절감된 전력으로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다.
M1 울트라는 스튜디오용 PC 신제품인 '맥 스튜디오'에 탑재된다. 맥 스튜디오는 너비 19.7cm, 높이 95cm의 미니 PC다. M1 맥스와 M1 울트라의 성능을 최적화하도록 설계돼 있다. 전력 소비량을 줄이고 성능은 높였다는 뜻이다.
애플 측은 "애플 실리콘의 에너지 효율성은 맥 스튜디오 사용 기간 동안 전력을 더 적게 소비할 수 있도록 돕는다"며 "맥 스튜디오는 고성능 PC 데스크톱 대비 최대 1000킬로와트시 절감된 에너지를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또 M1 울트라를 탑재한 모델의 경우 기존 아이맥, 맥프로 제품군보다 훨씬 높은 성능을 제공한다는 게 애플의 설명이다. 10코어 아이맥27과 비교하면 CPU는 최대 3.8배, GPU는 최대 4.5배 빠르다.
더 강력해진 애플 생태계
M1 울트라 출시에 따라 애플의 '탈(脫) 인텔' 전략은 더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최근 15년여 동안 인텔의 CPU를 사용했던 애플은 지난 2020년 연례 개발자 행사에서 자체 칩 개발(애플 실리콘)을 선언한 뒤, 인텔의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노력해왔다. 애플은 지난 2020년 처음으로 M1 칩을 공개한 이후 M1 프로, M1 맥스를 추가로 내놨고 올해 M1 울트라를 통해 'M1 라인업'을 완성했다.
조니 스루지 애플 하드웨어 기술 담당 수석 부사장은 "M1 울트라는 M1 제품군의 마지막 자리를 채워주는 제품이자, 세계에서 가장 강력하고 뛰어난 PC용 칩"이라며 "애플 실리콘의 또 다른 게임 체인저로, PC업계에 다시 한번 충격을 안겨줄 것"이라는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애플 실리콘 확대와 함께 이를 탑재한 자체 제품군도 점차 늘고 있다. 애플은 이날 새롭게 공개한 5세대 아이패드 에어에도 M1 칩을 탑재했다. PC 제품군인 맥뿐만 아니라 태블릿 제품인 아이패드에도 자체 칩을 심으면서 애플 생태계 확대에 힘을 쏟는 것이다.
한편 이날 애플은 2년 만에 아이폰SE 신제품도 공개했다. 3세대 아이폰SE는 처음으로 5G(5세대 이동통신)를 지원하는 SE 모델이다. 외형은 전작과 거의 동일하지만, 지난해 출시한 아이폰13과 같은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인 A15 바이오닉을 탑재한 것도 특징이다. AP는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칩셋이다.
다만 기대했던 가격 인하는 없었다. 당초 업계에서는 아이폰SE3가 전작에 비해 100달러 저렴한 300달러로 출시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하지만 아이폰SE3는 64GB기준 429달러로 전작 대비 30달러 비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