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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제약업계 생동성 시험과 '필요악'

  • 2022.04.19(화) 07:00

지난해 제네릭 허가 41% 감소로 난립 방지 효과
소형 제약사 대거 적자 '위기'…대형 제약사에 '기회'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최근 국내 복제의약품(제네릭) 산업은 제약기업들에게 '양날의 검'이다. 어떤 기업에겐 기회를, 어떤 기업엔 위기를 가져오고 있다. 여기에는 지난해 7월 시행에 들어간 '생물학적동등성시험(생동성) 1+3' 제도 영향이 크다. 

생동성 시험은 오리지널 의약품과 동일한 주성분으로 만들어진 복제의약품(제네릭)이 비슷한 효과를 내는지 검증하는 시험이다. 제네릭을 허가받기 위해서는 생동성 시험을 진행하고 관련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생동성 시험 비용은 약 2억~3억원에 달한다.

제도 시행 이전까지는 다수 제약사들이 의약품 수탁제조업체(CMO)에 제네릭 제조 위탁과 함께 생동성 시험 자료를 의뢰하는 방식이 주를 이뤘다. CMO에서 다수 제약사로부터 수탁을 받으면 1건의 생동성시험으로 수십 개의 제네릭들이 허가를 받고 시장에 우후죽순으로 쏟아져 나왔다. 

정부가 '1+3 생동성시험' 제도를 도입한 배경도 제네릭 난립을 방지하고 시장을 정비하기 위해서였다. '1+3 생동성시험' 제도는 수탁사 1곳당 생동성시험 자료를 위탁사 3곳까지로 제한하는 내용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최근 발간한 '2021 의약품 허가 보고서'에 따르면 제네릭 의약품의 허가·신고 품목 수는 2020년 2613개에서 지난해 1535개로 약 41% 감소했다. 지난해 제도 시행에 따라 제네릭 시장 경쟁이 한풀 꺾인 셈이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여기에는 자체 생동성시험을 진행하면 높은 약가를 받을 수 있는 약가 제도도 영향을 미쳤다. 자체 생동성시험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제약사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2020년 기준으로 완제의약품을 생산하는 제약기업은 381곳이었다. 이 중 연간 생산액이 1000억원 이상인 회사가 68곳이었던 반면, 100억원에도 못 미치는 회사는 무려 199곳에 달했다. 사실상 퇴출 위기에 몰린 소형 제약사들이 전체의 2배를 넘는 셈이다. 

국내 제약산업은 1897년 국내 최초로 활명수를 개발한 동화약품(당시 동화약방)을 시작으로 125년여 사이에 제네릭 활성화로 호황기를 거쳤고 이제 과도기에 접어들었다. 제네릭에서 신약 연구개발(R&D)로, 합성의약품에서 바이오의약품으로 흐름이 넘어가고 있고 허가 및 약가 규제로 기업들의 투자비용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업계 전반적으로 매출은 조금씩 계속 증가하고 있지만 자체 생동성 비용 등을 포함해 늘어난 R&D 비용으로 수익성은 정체 및 감소하는 있는 이유다.

중소형 제약사뿐만 아니라 대형 제약사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유한양행, 녹십자, 종근당, 광동제약, 한미약품, 대웅제약, HK이노엔, 제일약품, JW중외제약, 보령제약 등 매출 상위 10위 내 제약사들의 매출은 전년 대비 모두 증가세를 보였다.

그러나 절반인 5곳의 영업이익은 크게 감소하거나 적자로 전환했다. 유한양행은 42.3%, HK이노엔 42.2%, 종근당 23.5%, 광동제약 3.6% 등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감소했고 제일약품은 적자전환했다. 

소형 제약사들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상장 기업 가운데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에 이어 적자를 지속하거나 전환한 곳은 국제약품, 팜젠사이언스, 동성제약, 신신제약, 경남제약, 조아제약, 에이프로젠제약, 삼성제약, 일성신약, 서울제약 등이었다. 

하지만 소형 제약사들이 고통 받는 현실과 반대로 일각에서는 전체 제약산업계에는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제네릭에만 집중하고 있는 소형 제약사들이 퇴출되면 중대형 제약사들이 제네릭으로 몸집을 더 키울 수 있고 신약 R&D를 확대하는 환경을 만들어 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여름에 푸르렀던 잎사귀가 낙엽으로 떨어지면 겨우내 나무가 더 크게 자랄 수 있는 거름이 되어 준다. 현 상황은 혹독한 겨울에 비유될 수 있는 셈이다. 비록 일부 제약사들에겐 고통과 위기임에 분명하지만 결국 우리나라가 글로벌 제약강국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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