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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운드리 속도전]①질주하는 TSMC 잡아라

  • 2022.04.22(금) 15:14

세계 1위 TSMC, 1Q 최대 실적 기반 투자 확대
삼성전자 수율 문제 여전, 기술 격차 우려 시선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1위'를 선언한 삼성전자의 시스템(비메모리) 반도체 사업이 녹록지 않다. 파운드리 세계 1위인 대만의 TSMC가 올 1분기 역대급 재무 성적을 달성하며 압도적인 실적으로 투자를 확대, 삼성전자와의 격차를 벌리고 있다.

여기에다 파운드리 재진출을 내걸고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는 인텔의 추격이 매섭다. 이 와중에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수율 문제가 제기되는 등 '1등 탈환'을 위한 사업 행보가 여러모로 순탄치 않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최대 실적' 쓴 TSMC, 삼성은

TSMC의 지난 1분기 매출은 4910억 대만달러(약 20조7900억원)로 사상 최대다. 전년동기에 비해 35.5% 늘었다. 영업이익은 2237억 대만달러(약 9조4800억원)로 전년동기대비 48.8% 증가했다. 영업이익률은 무려 45.6%에 달한다. 매출의 절반가량을 이익으로 남긴 것이다.

시장의 기대치를 상회하는 수준이기도 하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TSMC의 1분기 매출 시장 추정치는 4693억 대만달러였다. 실제로는 이보다 4.6% 늘어난 것이다.

이에 비하면 삼성전자의 실적은 다소 아쉬울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4일 잠정실적 발표를 통해 올 1분기 매출이 77조원, 영업이익이 14조원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잠정 실적에선 사업 부문별 구체적 성적이 공개되지 않는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부문 매출이 약 7조원 수준일 것으로 예상한다. 비즈니스워치가 하이·이베스트·IBK투자증권 3개 증권사의 파운드리 실적 추정치를 조사한 결과 매출은 7조원, 영업이익은 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10조원에 육박한 TSMC의 영업이익과 직접적으로 비교할 만한 수준이 못된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수율 문제' 지속…기술력도 밀리나

TSMC와 인텔이 초미세 공정 기술 개발에 고삐를 죄면서 삼성전자는 기술 경쟁에서 밀릴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파운드리는 사업구조상 공정 기술력의 차이가 중요하다. 기술력이 고객사의 수주 물량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선폭이 짧을수록 웨이퍼(반도체 원판)에 더 세밀한 회로를 그려 넣을 수 있어 성능·효율·생산성이 높아진다.

기술 개발이 수주 물량 확보의 척도가 되는 만큼 TSMC는 1분기 최대 실적 발표와 함께 올해 하반기까지 3나노 공정 양산을 완성하겠다고 또 한 번 강조했다. 예정대로 하반기 양산이 시작되면 내년 매출부터 반영될 수 있다. 2나노 공정 역시 2025년 양산을 시작해 당초 예정보다 빠른 2026년 제품을 출하할 계획이다.

앞서 인텔은 이보다 더 빠른 일정을 내놨다. 최근 인텔은 미국 오리건주 힐스보로에 위치한 반도체 공장 '모드3' 개장 행사에서 1.8나노(18A) 공정 양산 시점을 오는 2025년에서 2024년 하반기로 앞당기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초 내세웠던 계획보다 6개월 이상 당긴 일정이다. 인텔이 이 목표를 달성하면 초미세공정 경쟁에서 가장 앞서가게 된다.

삼성전자도 올해 안으로 3나노 공정 양산을 시작할 계획을 갖고 있다. 하지만 최근 낮은 수율(전체 생산품 중 양품의 비율)로 인해 대형 고객사가 이탈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3나노 공정까지 수율 문제가 계속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의 주요 고객사인 엔비디아는 올해 GPU 물량을 삼성전자에서 TSMC로 옮겼다고 전해진다. 또 퀄컴은 3나노 공정을 삼성전자가 아닌 TSMC에 맡겼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 평택2라인 전경./사진=삼성전자 제공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이 삼성전자 DS부문 핵심 경영진과 함께 지난주 미국 출장을 떠난 것도 이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번 출장에서 그는 수율 논란에 대해 해명하고 협력 확대를 제안하기 위해 엔비디아, 퀄컴 등 주요 고객사를 방문한 것으로 알려진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파운드리 4나노 최신 공정 수율이 기대에 미치지 못해 경쟁사 TSMC와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고 짚었다.

또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올해 양산을 계획 중인 3나노 GAA(게이트 올 어라운드) 공정도 극단의 공정 난도를 가지고 있어 쉽지 않을 것"이라며 "기존에 사용하던 FinFET(핀펫) 공정을 활용해 3나노에 진입하는 TSMC와 비교해 수율 향상에서 불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국은 GAA로 간다

삼성전자는 GAA 기술이 TSMC와의 기술 격차를 줄이는 승부수가 될 것이라고 본다. GAA는 트랜지스터 생산 신기술이다. 반도체 구성단위인 트랜지스터는 전류가 흐르는 채널과 채널을 제어하는 게이트로 이뤄진다. GAA는 채널과 게이트가 4면에서 맞닿게 하는 기술이라면, FinFET 방식은 접촉면이 3면이다. 접촉면이 많을수록 전류 흐름이 활성화돼 성능이 개선된다.

삼성전자는 3나노 공정에서 GAA 기술을 처음으로 도입한다. 이에 비해 TSMC는 2나노부터 GAA 기술을 적용할 방침이다. 삼성전자가 3나노 GAA 양산에 성공하게 되면 TSMC보다 앞선 기술력을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GAA는 신공정 개발이니 기존 FinFET 방식에 비해 쉽지는 않겠지만, 사업부에서 잘 준비하고 있어 올해 안에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며 "결국은 모든 업계에서 언젠가는 GAA 방식을 쓰게 될 텐데 우리는 조금 더 빠르게 시도해 업계를 선도하려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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