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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운드리 속도전]②TSMC·인텔 사이 '끼인' 삼성

  • 2022.04.23(토) 08:12

TSMC·인텔 나란히 공격적 투자 예고, 삼성 열세
중국도 자국 SMIC에 투자 확대하며 자립 가속화

대만 TSMC와 미국 인텔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 투자를 공격적으로 이어가면서,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의 점유율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2위인 삼성전자는 1위 TSMC와의 격차를 줄이는 한편, 후발주자인 인텔의 추격을 방어해야 하는 상황이다.

/사진=TSMC 제공

"삼성, 중장기 전략 변화 필요"

TSMC는 1분기 최대 실적 발표와 함께 올해 설비투자(CAPEX) 규모를 최대 440억 달러(약 54조원)로 제시했다. 이는 TSMC가 향후 3년 동안 투자하기로 공언한 1000억 달러(약 123조원)의 44% 수준이다. 작년 투자 규모(300억 달러) 대비 47% 늘어난 수치다.

TSMC의 공격적 투자의 바탕에는 파운드리 호황으로 인한 역대급 실적에 있다. TSMC는 올해 1분기 20조원이 넘는 매출과 8조원대 영업이익을 달성한 바 있다. ▷관련기사: [파운드리 속도전]①질주하는 TSMC 잡아라(4월22일)

파운드리 시장에 재도전하는 인텔 역시 연일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인텔은 미국 애리조나·오하이오주에 각각 200억 달러(약 24조원), 유럽에 10년 동안 800억 유로(약 100조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지난 2월에는 이스라엘의 파운드리 기업 타워세미컨덕터를 54억 달러(약 6조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이에 비해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에 오는 2030년까지 171조원을 투자한다는 목표다. 단순히 투자 금액 외형으로만 보면 삼성전자의 투자 규모가 TSMC·인텔보다 크지만, 기간으로 따져보면 얘기가 다르다. 

투자 금액을 연으로 환산하면 TSMC는 연 약 40조원대, 삼성전자는 약 20조원대다. 인텔은 유럽 지역에만 연 10조원을 쏟는다. 미국 지역에 공장 설립을 위해 투입한 자금을 더하면 규모는 더 커진다. 삼성전자가 추가 투자 계획을 발표하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삼성전자의 투자 규모가 결코 크다고 볼 수 없는 셈이다.

게다가 파운드리에만 집중하는 TSMC와 달리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1위를 유지하기 위한 투자도 지속해야 한다. 171조원을 오롯이 파운드리에만 쏟을 수 없다는 뜻이다. 시스템 반도체 1위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규모의 경제에서 TSMC를 따라잡아야 하는데, 사업 분야가 다양한 삼성전자에게는 어려운 과제다.

다올투자증권은 TSMC의 설비투자 규모가 2020년 170억 달러(약 21조원)에서 올해 400억 달러(약 49조원)로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같은 기간 인텔은 140억 달러(약 17조원)에서 260억 달러(약 32조원), 삼성전자는 100억 달러(약 12조원)에서 100억~130억 달러(약 16조원) 규모로 추정된다. 삼성전자의 투자 예상 규모가 인텔의 반도 못 미치는 셈이다. 

김양재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TSMC와 삼성 파운드리 사이 기술과 CAPEX 격차는 더욱 확대되고 있으며, 삼성 파운드리의 2위 지위 역시 위태로운 상황"이라며 "TSMC와 기술·투자 격차가 벌어지고 인텔 진입으로 위협받는 상황이니만큼 삼성 파운드리의 중장기 전략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짚었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삼성의 탈출구는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TSMC의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52.1%에 달한다. 전분기에 비하면 1%포인트(P) 떨어진 수준이지만 여전히 세계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선두기업이다. 삼성전자는 7나노 이하 고급 공정에서 TSMC의 몇 안 되는 경쟁사로 꼽힌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는 1.1%P 오른 18.3%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2위를 지켰다. 

작년 한 해를 돌아봐도 삼성전자의 점유율 변화는 긍정적이다. TSMC는 지난해 1분기 점유율 55%에서 4분기 52.1%로 감소했지만, 같은 기간 삼성전자는 17%에서 18.3%까지 점유율을 늘렸다. 주요 고객사 퀄컴의 새로운 플래그십 제품 양산에 힘입어 4분기 매출을 늘린 덕이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1위와의 점유율 차이는 점차 좁혀지고 있지만 격차는 여전히 큰 상황이다. 이를 타개하기 위한 해결법은 간단하다. 삼성전자가 TSMC와 인텔보다 더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하는 한편 기술 격차를 통해 초미세공정에서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이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 먼저 총수인 이재용 부회장의 복귀다. 현대차그룹·SK그룹 등 다른 대기업들이 총수를 중심으로 신사업 발굴과 투자에 매진하는 가운데, 삼성은 움직임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반도체 산업은 공격적인 투자가 전제돼야 하는 만큼, 전문 경영인보다는 책임감을 지닌 그룹의 총수가 투자에 직접 나서는 게 유리하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현재 가석방 신분인 이 부회장의 형기 만료는 오는 7월29일이다. 다만 형기가 만료된 시점부터 향후 5년 간 취업 제한을 적용받는다. 미등기 임원으로 회장직에 오르는 방법도 있지만, 편법 경영 복귀 논란 등으로 인한 여론 악화를 의식하면 삼성이 이 방법을 선택하기는 어렵다.

또 투자 집행에 적절한 환경이 조성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에서의 지원이 필수다. TSMC의 설비투자 계획에는 대만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밑바탕 돼 있다. '반도체 굴기'를 내세운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파운드리 업체들에 세제 혜택을 지원하고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이에 비해 국내 사정은 여전히 팍팍하다. 최근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반도체 초격차 대책'에서는 반도체 시설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20% 수준으로 상향하는 방안이 담겼다. 하지만 미국은 자국 내 반도체 공장 설립을 장려하기 위해 시설 투자 시 최대 40%의 세액공제를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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