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간 매 분기 사상 최대 매출 기록을 갈아치워 온 카카오가 올 1분기에 처음으로 역성장세로 돌아섰다. 웹툰과 음악 등 콘텐츠 사업은 대부분 선전했으나 주력인 광고가 계절적 비수기 여파로 다소 움츠러들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시장 예상을 하회하는 부진한 성과를 거뒀다.
카카오 쾌속 성장의 주요 요인이던 '코로나 비대면 수혜' 효과가 갈수록 떨어지면서 성장세가 둔화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경쟁사이자 코로나 시대를 맞아 온라인 쇼핑 사업으로 재미를 봤던 네이버 역시 올 1분기에 매출이 전분기보다 빠지고 시장 예상에 못 미치는 부진한 실적을 거둔 바 있다.
카카오는 재도약을 위해 지인 기반 카카오톡의 서비스 방식을 대대적으로 손보고 있다. 국내를 넘어 해외 이용자를 대상으로 서비스 영역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카카오는 올 1분기 매출이 1조6517억원으로 전분기 1조7857억원에 비해 8% 감소했다고 4일 밝혔다. 전년 동기 1조2580억원에 비해선 31% 늘어난 수치이나 작년 4분기까지 무려 20분기 연속 사상 최대를 이어오던 매출 신기록 행진이 처음으로 멈췄다.
영업이익은 1587억원으로 전년 동기 1575억원과 비슷한 수준이며 전분기 1066억원에 비해선 500억원가량 늘었다.
순이익은 매출에 맞먹는 무려 1조3207억원을 달성했다. 관계기업으로 분류해온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의 회계 계정 재분류로 인해 지분법주식처분이익이 일회성으로 반영되었기 때문이다. 카카오는 앞으로 재무적 투자자로서 두나무 이사회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시장 눈높이에 못 미치는 성과다. 증권정보사이트 FN가이드가 집계한 1분기 추정 매출과 영업이익은 1조7400억원, 1600억원가량이다.
계절적 영향·비대면 수혜 감소에 매출 성장세 주춤
매출을 뜯어보면 주력인 광고와 쇼핑 매출 성장세가 둔화됐다. 카카오 매출을 뜯어보면 크게 카카오톡 플랫폼 기반(톡비즈·포털비즈·플랫폼 기타)과 콘텐츠(게임·뮤직)로 나뉜다.
이 가운데 플랫폼 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에 비해선 27% 늘었으나 전분기에 비해 12% 감소한 8860억원이다.
플랫폼 매출 가운데 톡비즈는 전분기(4750억원)보다 줄어든 4610억원, 포털비즈도 전분기(1307억원)보다 감소한 1140억원, 플랫폼 기타 역시 전분기(3990억원)에 비해 800억원 줄어든 3110억원에 그쳤다. 전년동기에 비해선 비슷하거나 확대됐으나 1분기 계절적 비수기 여파로 전분기에 비해선 역성장세로 돌아선 것이다.
1분기 콘텐츠 매출 역시 전년 동기에 비해선 36% 증가했으나 전분기에 비해 2% 감소한 7657억원을 달성했다. 게임 계열사인 카카오게임즈의 신작 부재로 게임 매출이 전분기에 비해 줄어든 것이 컸다.
다만 '멜론' 서비스를 통한 음악 매출이 꾸준히 성장하면서 매분기 1800억~2000억원가량을 따박따박 달성하고 있으며 일본 웹툰 시장을 사실상 점령한 '픽코마'의 선전에 힘입어 스토리 매출이 쾌조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 1분기 스토리 매출은 2405억원으로 역대 최대다.
"카카오톡, 비지인·관심사 기반 서비스로 재편"
카카오는 둔화된 성장세를 극복하기 위해 주력인 카카오톡 서비스를 대대적으로 개선할 방침이다. 지인 기반에서 글로벌 관심사 기반으로 바꾼다는 계획이다.
남궁훈 카카오 대표는 이날 실적발표에 앞서 "실시간 커뮤니케이션이 주된 목적인 카카오톡 서비스는 채팅 외에도 많은 서비스 있지만 이용자들은 목적을 달성한 순간 앱 밖으로 나가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며 "카카오톡을 더 가볍게 즐기는 서비스로 방문할 수 있도록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남궁 대표는 "지인 연결 덕분에 한국에서 카카오톡은 5000만명 국민 모두를 연결할 수 있었지만 더 큰 확장을 위해선 비지인 영역으로 확장해야 한다"며 "오픈채팅을 관심사 기반 서비스로 재정의하고 활성화하려 한다"고 했다.
관심사 기반 서비스를 활성화하면 멜론에서 K팝을 즐기는 유저들에게 공간을 제공해 팬들이 자생적인 커뮤니티를 생성할 수 있다. 아울러 게임 플레이어들이 카카오톡으로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어 카카오톡 플랫폼의 영향력이 한층 강화될 수 있다.
카카오톡의 글로벌화는 카카오의 숙명과 같은 '글로벌 사업'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남궁 대표는 "한글 기반 스마트폰 인구는 전 세계 50억명의 1%에 불과하다. 이제는 99%로 확장해 나가고자 한다"며 "프라이빗한 대화가 이뤄지는 지인들과는 달리 비지인 유저들이 모이는 공간에서는 재미있는 콘텐츠가 다뤄져서 유연한 비즈니스 모델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