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2009년 뉴스캐스트를 통해 아웃링크를 도입하자 '충격·경악' 등의 낚시성 제목의 기사들이 양산되기 시작했다. 일부 언론사의 뉴스 페이지에는 평균 36개, 많으면 120개 광고가 붙었고 광고들도 정상이 아니라 대부분 피싱 등 악성이 많았다"(김보라미 법무법인 디케 변호사)
정치권에서 포털 뉴스의 아웃링크(Outlink)를 강제하려는 움직임이 나오자 오히려 저널리즘의 질적 하락과 언론사에 대한 소비자 불신이 늘어날 것이란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렇다 할 대안이 없는 '포털 뉴스 개혁'은 혼란을 일으키고 미디어 업계의 황폐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23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포털 뉴스 규제를 정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의 내용과 쟁점' 간담회에서 미디어 전문가들은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뉴스 서비스의 질을 낮출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4월 27일 대표 발의한 법안이다. 더불어민주당이 당론으로 채택하면서 소속 의원 전원(171명)이 공동발의에 참여했다. 해당 법안은 현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서 심사 중이다.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포털의 기사 편집과 배열을 금지하고, 모든 언론사의 포털 뉴스 공급을 거부해선 안된다는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다. 무엇보다 모든 뉴스를 아웃링크로 제공한다는 내용이 눈길을 끈다. 아웃링크란 포털에서 이용자가 원하는 뉴스를 클릭했을 때 해당 기사를 작성한 언론사 사이트로 넘어가는 것을 말한다.
전문가들은 아웃링크 전면 전환이 오히려 뉴스 서비스 질을 낮출 것이라고 우려했다. 네이버가 과거 아웃링크 형태로 뉴스 서비스를 제공했던 '뉴스 캐스트' 사례에서 드러났듯, 광고 피로도가 쌓이고 로딩 시간이 늘어나는 등 이용자의 불편이 커질 것이란 지적이다.
간담회에서 발제를 맡은 김보라미 법무법인 디케 변호사는 "네이버는 지난 수년간 편집권을 행사하지 않고 아웃링크 등으로 서비스를 개선하려고 시도한 바 있다"며 "하지만 오히려 저널리즘의 질적 하락과 언론사에 대한 소비자 불신만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지난 2009년 네이버가 운영한 뉴스캐스트는 각 언론사가 직접 자사 뉴스를 편집·추천하고, 각 기사를 아웃링크 형태로 제공한 서비스다.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지향하는 뉴스 서비스의 선례인 셈이다.
하지만 김 변호사에 따르면 뉴스캐스트 도입은 뉴스 서비스 품질의 하락으로 이어졌다. 언론사들이 구독 등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양질의 기사를 생산할 것이란 기대와 한참 벗어났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홈페이지에 직접 접근하는 소비자가 300% 정도 늘면서 로딩 시간이 51% 정도 지연되고, 1인당 페이지 접근 수는 82%까지 줄어드는 등 독자 충성도가 현저히 줄었다"며 "결국 네이버는 뉴스캐스트를 트래픽 경쟁을 이유로 서비스를 종료했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이런 문제에 어떻게 대응할지, 또는 이런 문제를 도외시하고 악화시킬 것인지를 두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이용자가 아웃링크를 원하지 않을 가능성과, 언론사의 비즈니스 모델을 방해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아웃링크로 뉴스 이용자가 줄어들 것이란 우려도 나왔다. 홍주현 국민대 미디어광고학부 교수는 "포털의 뉴스 검색 기능만 남기는 것이 바람직한지 독자 입장에서 봐야 한다"며 "아웃링크 서비스만 제공하면 이용자들이 로딩 시간을 기다리지 못하고 접속을 중단해 해당 언론사와 독자의 접점이 없어진다"고 우려했다.
언론사와 독자들이 아웃링크에 적응할 시간을 충분히 줘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동원 언론노조 정책실장은 "한국 언론사가 포털을 벗어나야 한다는 데엔 동의하지만 한 시점을 정해 지금부터 아웃링크를 하는 건 관료주의적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김 실장은 "아웃링크를 적용했을 때 언론사들이 많은 인력을 고용해야 하는데 이런 고용 보장을 누가 책임지겠냐"며 "포털이 기술 교육과 인프라 구축 등 기금 지원에 나서고, 아웃링크는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이의춘 한국인터넷신문협회장은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언론 환경에 미칠 영향을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한 내용을 담고 있다"며 "뉴스 생산자 단체는 물론이고 전문가와 미디어 이용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는 어떤 노력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해당 법안이 통과될 경우 뉴스 소비가 70%가량 급감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며 "사실상 뉴스 시장이 황폐화 될 수도 있는 위기를 맞을 것"이라고 우려했다.